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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하나.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을 보며 참 서글펐다.
"지금의 전교조는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만 되는 세력"이라고
"이런 모습을 보이라고 전교조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는
전교조 창립 멤버이자 한 때 정책실장을 엮임하고
시도 쓰고 책도 내고 청와대 교육비서관도 지낸,
수 천의 교사가 아이들 곁에서 쫓겨나고 해직을 당하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혹독한 시련을 겪던 비합법 시절
노조가 아니면 어떻냐며 정부가 저렇듯 완강하니
노조 깃발 그만 접고 노조형태가 아닌 다른 단체로라도
합법화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던 김진경씨,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와 몰이해로 재단한 그의 발언이나
그의 말을 빌어 전교조 씹기에 혈안이 된 보수언론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사실,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조차도 안 된 어줍잖은 충고와 훈계를
한겨레 신문을 통해 듣는 건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그것도 보수언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시각으로
사설까지 할애해서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전교조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하며 일갈하니  
씁쓸함과 우울함을 넘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전교조엔들 왜 흠결이 없고 못난 점들이 없겠나.
전교조 교사들에게 왜 부족하고 모자란 점들이 없겠나.
있다.
그럼에도 제 잇속만 차리느라 학생은 안중에도 없는
그런 부끄러운 조직인양 모욕하는 일만은 삼가했으면,
그대 헷갈리는 한겨레여!

  
얘기 둘.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쳐대는 철딱서니 악동들과 씨름하느라
속이 새까많게 타며 진이 다 빠지고,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4살짜리 아들놈 고생이 안쓰럽고,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찍 귀가해 씻기고 약 발라줘야 하고,
주말이나 휴일이 되어도 나들이나 여행은 커녕
가까운 벗들이나 지인들과의 짧은 만남조차 엄두를 못 내니
더러 힘도 부치고 짜증도 나고,
손주 보랴 집안일 봐주랴 고생하는 노모를 보는 맘도 편칠 않고,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별로 달갑지 않은 병을 가져 늘 신경쓰이고,
1년 넘게 이어지는,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 가끔씩 피곤해질 때도 있는,
내 일상이다.

밖으로부터 안으로, 안으로부터 밖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몸이, 내 靈이 아프다.
시를 읽어도 이런 시만 읽힌다.

     *     *     *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 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 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이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년 전의 성인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 김수영, < 달나라의 장난 > 전문 -



2006년  6월  17일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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