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2006.06.30 10:25

울컥한 아침입니다.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강릉에서의 충만했던 감정의 약발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데,  그 충만한 감성과는 별개로 세상은 참으로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퇴근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했었습니다.

지난 15년의 투쟁의 결과치고는 너무나 초라하고 누더기가 된 사립학교법이 올 해에 개정되고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보수 세력들은 그것을 되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사학법을 옛날대로 원위치시키지 않으면, 어떤 법안 처리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협박에 열우당 사람들은 명확한 중심없이 또 헷깔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급식법마저도 지난 그저께까지는 사학법과 연계하겠다더니, 그나마 여론을 의식했는지 그것은 한발 물러섰더군요.

어쨌든, 사학법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한나라당과 거기에 휘청거리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한마디 하기 위해 급하게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의 100여명의 교사와 전국교수노조 소속 회원분들 20여분이 함께 집회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집회하는 저 뒷편 어딘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생계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생존권을 위협받은 그들의 집회가 얼마나 처절하던지요.  사학법 재개정(개악) 반대를 위한 우리의 집회가 오히려 한가해보일 정도였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시각장애인들의 절규였지만, 그들의 절절한 외침이 그들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벼랑끝에 내몰려 있는지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7월 1일부터 사학법이 발효됩니다.  그러나 사학재단들은 아직까지도 그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부패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는 참으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소속한 전교조 지회에 동일학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금천구에 위치한 학교로서 동일여고, 동일전산디자인고, 동일여중, 그리고 초등학교와 유치원까지 소유학고 있는 사학재단입니다.  

전부터 그 사학재단의 비리와 횡포가 얼마나 심했던지는 그 학교를 나온 학생이나 교사들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요.  급기야 2001년부터 전교조 분회를 중심으로 학교 민주화 투쟁을 실시하였고, 불가피하게 재단측과 많은 갈등이 있었지요.

결국 교육청 감사를 통해 재단이 20억 이상의 횡령(아이들 급식비부터, 졸업생들 동창회비까지 떼어먹을 수 있는 건 다 떼어먹었지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감사에서 밝혀진부분만 20억이면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했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입니다.)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개정되기 전의 사학법으로는 그러한 재단에 대해 아무런 위협이 안되는 겁니다.  그나마 지금 개정된 법이 그런 사학들에겐 어느 정도의 위협이 되겠지요.

그런 학원 민주화투쟁의 공로를 시민사회에서 인정해서 작년에는 그 학교의 조연희, 음영소, 박승진 세 선생님에게 '투명사회협약상'이라는 것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재단측은 그  세 선생님을 학교 명예 회손, 교원의 품위 손상 등등의 수 많은 이유를 들어 1년 반 정도 직위해제를 시키더니 급기야 어제 징계위원회에서 '파면' 통고를 했습니다.

'파면'이면 노동자에겐 사형 선고입니다.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죽으라는 징계에 해당되지요.  이 놈의 나라의 현실입니다.  그저 눈물만 날뿐이지요.

어제 수업을 마치자마자 그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벌써 조촐한 항의집회가 끝나가고 있더군요.  몇몇 학생들이 집회가 끝난 거리에서 선생님의 두 손을 움켜잡고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제 눈시울도 울컥하더군요.

어느덧 세상은 냉정해져서 민주노총에게도 민노당에게도 전교조에게도 매서운 회초리를 대고 있습니다.  때로는 냉전, 독재, 부패, 반민주, 친일 세력에게 가하는 회초리보다 더 날카로운 회초리를 대고 있습니다.  가끔은 그것이 억울하기도 해서 발끈해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 초라해지기만 할 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아직도 왜 옛날과 하나도 다름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의도엔 아직도 수 많은 천막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그 절절한 절규가,  파면을 당한 꽃다운 조연희 선생님의 눈물이....   제가 20대의 청년일때와 지금이 뭐가 달라졌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부슬부슬 장맛비와 함께 참으로 울컥한 아침입니다.

다음은 동일여고에서 어제 파면당한 조연희 선생님이 얼마전 직위해제 상태에서 길거리 수업을 했던 내용입니다.  오늘 읽어보니 또 울컥합니다.
----------------------------------------------------------------

‘조연희’선생님의 길거리 수업 1교시

                    - 언젠가는 교실에서 이 눈 맑은 학생들을 가르칠 날을 꿈꾸며...


                                  민 들 레 꽃
          
                                                                 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

【느낌 나누기】

그대들이여! 사랑한 적 있나요? 사랑에 빠져본 적 있나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해본 시기가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네요. 그 때의 답은 ‘사랑’이었어요. 친구에 대한 사랑, 이성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여고 본관 앞 계단에서 저녁놀이 빛나는  시흥동을 내려다보며 친구들과 소중한 시간을 나누며 사랑에 관한 사색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서 뭘 먹을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었지만... 그 때도 학교 앞에 상아탑 분식이 있었고, 나는 단골손님이었지요.
그 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답답하고 혼란스러운데 그 속에서 인간이 사랑의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죠. 인류의 역사가 ‘진보’의 연속이라면, 그 이유는 인간의 사랑 때문일 거예요. 사랑은 약해 보이지만 온 세상을 감쌀 수 있고, 그래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죠.

지난 봄날, 길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아니면 방금 시를 읽으면서는요? 혹시 봄날의 햇살이나 보얀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리는 장면을 떠올렸나요? 조지훈 시인은 민들레꽃을 두고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변치 않는 사랑을 떠올렸습니다. 더구나 민들레꽃은 길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란 점에서 이런 사랑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감정을 전해주고 있지요.

이 시의 1연은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하는데 그 사랑이 내 곁에 없음을,
2연에서는 나의 간절한 그리움이 민들레꽃을 보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3연에서는 나의 사랑이 영원한 것임을,
4연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이가 민들레꽃이 되어 내 눈 앞에 나타나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국화의 아름다움을 중년 여성의 원숙미로 해석했다면, 조지훈의 ‘민들레꽃’은  민들레꽃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으로 재해석하고 있지요. 시를 읽는 재미는 이렇듯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치던 사물과 세상에 대하여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데에도 있죠? 내년 봄, 길 한 켠에 피어 있는 민들레꽃을 만나게 될 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민들레꽃으로 찾아와 날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면 이 시는 그대의 가슴에서 살아가는 시가 된 것이지요.

이 시에서 화자는 민들레꽃을 바라볼수록 사랑하는 이가 더욱 그리워졌고 외로움이 깊어졌지만, 그 임이 민들레꽃이 되어 나에게 찾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커다란 사랑의 기쁨과 절정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얼마나 깊은 그리움에 빠져 있다면 이렇게까지...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지 않은가요? 그대,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미쳤다고 보이나요?

사랑은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더 기쁜 것이라는 것을 이 시를 통해서도 경험합니다. 내게 있어 민들레꽃은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만나는 우리 학생들의 해맑은 얼굴이지요.
            



  *****조연희 선생님  소개*****
  
• 동일여중, 동일여고 졸업, 1987년부터 동일여고에서 국어과 교사로 재직
• 2001년부터 모교의 발전을 위해 학교의 비리를 밝혀내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
• 2005.12. 제5회 투명사회상 수상
• 학교측에서는 2005.2.부터 현재까지 음영소, 박승진 선생님과 함께 1년4개월이 지나도록 직위해제 조치를 하여 교실에서 수업을 하지 못하고 있음
• 2006.6.20.현재 학교에서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내쫒기 위한 과정을 진행 중임
*2006.6.29 파면 통보
• 이메일 : san4rama@hanmail.net
• 전교조 동일여고분회 홈페이지 : www.dong1.net



조연희의  길 거 리  수 업  2 교 시

                             -언젠가는 교실에서 이 눈 맑은 학생들을 가르칠 날을 꿈꾸며..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느낌 나누기

그대, 아름답고 빛나는 꽃이여!
오늘, 많이 힘들지요?

시험은 다가오는데, 책은 읽을수록 ‘너무 먼 당신’ 이지요?
사이좋던 친구와는 또 어긋나고,
마음속과는 달리 오늘 또 부모님과 동생에게 짜증만 내고 나왔지요?
오늘도 집안의 경제적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지요?
언론을 통해 보이는 세상, 다가가 몸 적시고 싶은 마음은?

내 뜻도 아니건만, 나를 흔들고 내 몸을 적시는 세상사.
그로 인해 회피하고, 원망하고, 포기하고 절망한 적 많지요?
하지만 그대는 그렇게만 살고 있지 않아요.
도종환 시인이 노래하는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그대는 힘든 시기를 ‘흔들리며, 젖으며’ 그렇게 잘 자라고 있답니다. ^0^

그대의 사랑도 흔들리며, 젖으며 커가고 있고,
그대의 꿈과 희망도 바람과 비에 흔들리며,
온몸 젖으며 젖으며 꽃잎 피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이 여름, 온 강토를 뒤덮고 있는 가장 흔한 꽃이 무엇인지 아세요?
하얀 꽃인데요. 무리지어서 아무데서나 피는 꽃이지요.
바로 ‘개망초꽃’이라는 꽃인데, 위의 사진에 나와 있는 꽃이랍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며 개망초꽃을 떠올렸어요.
개망초꽃은 민들레꽃과 더불어 가장 서민적인 꽃이지요.
곧은 줄기를 바로 세우며 하얀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꽃을 피우기 위해 그가 인내한 세월을 눈으로 읽을 수 있지요.
그러면서 하얀 꽃무리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평등과 평화,‘소박한 꿈’을 노래하고 있지요.

개망초꽃도, 모든 빛나는 꽃들도, 흔들리며, 젖으며 곧은 줄기를 바로 세워가며
아름답고 따뜻한 꽃잎을 피워내듯이
우리에게 닥친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은 우리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지요.
비록 고통과 시련도 피하지 않고 맞선다면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요, 빛나는 생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대 지금 많이 힘들지요?
그렇다면 그대는 ‘흔들리며, 젖으며’ 그렇게 잘 자라고 있는 중이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05 위位가 무엇일까 2 양군 2006.10.10
2604 웬 스타킹???? 6 강태운 2004.02.24
2603 월요일(오늘), 금요일(5월 14일) 노래 번개 *^^* 5 배기표 2010.05.10
2602 월요일 아침. 3 김성숙 2011.09.19
2601 월간 작은책 창간 10주년 열린교실 작은책 2005.05.11
2600 원효대사의 극락왕생 염불 하나 김자년 2010.12.02
2599 원폭희생자 위령제 무명 2003.08.04
2598 원조할매와 껌할매 1 김상연 2009.08.13
2597 워낭소리 번개 있습니당^^ 이명옥 2009.03.13
2596 워낭 쏘(?)리 6 박영섭 2009.03.09
2595 워낭 뜨리....? 2 김우종 2009.03.11
2594 웃자고 퍼 온 글--- 난 24층 아파트에 산다. 2 정연경 2003.08.24
2593 웃음! 9 달선생 2007.02.06
2592 웃을 상황은 아니지만 웃을 수 밖에 없는, 3 조원배 2008.06.02
2591 웃는 달님, 정숙언니 이메일좀 알려주세요. 6 j 2005.10.14
2590 웃긴 이야기(9월 22일) 4 배기표 2011.09.22
» 울컥한 아침입니다. 6 권종현 2006.06.30
2588 울진에서..... 3 장경연 2005.04.25
2587 울진에서 만난 서순환 나무님 ... 8 별음자리표 2006.06.21
2586 울지 마라, 대한민국 - 안 도 현 이명옥 2004.03.16
Board Pagination ‹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