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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비리를 제보하고 부당하게 파면을 당한 동일학원의 세 분의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었지요.

문봉숙 누님(?)을 비롯하여 좌 선생님 그리고 여러 나무님들이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해 주셨지요.  제가 파면 당한 것도 아니고, 제가 최 선두에서 앞장서서 싸우고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참으로 고맙고 힘이 났습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우선 전교조 지부와 지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민주노동당, 전교조 본부 차원에서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이후 KBS, MBC, SBS 뉴스를 비롯하여 시사투나잇, 등에도 이 사건이 보도가 되었고, 각종 인터넷 뉴스 매체에도 기사화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재단측은 꿈쩍도 안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부당 파면을 통고한 다음날, 세 분의 선생님에게 30분의 여유도 주지 않으면서 빨리 짐싸서 나갈것을 명령했다는군요.
그리고, 나가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선생님들을 경비 아저씨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억지로 끌어내고, 그 과정에서 박승진 선생님이 실신을 하시기까지 하였습니다.

89년도에 전교조가 창립할 당시 파면을 당했던 1,500여명의 교사들이 교무실에서 또는 교실에서 개를 끌어내듯 질질 끌려 나오던 풍경이 2006년도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세 분의 선생님들은 출근투쟁을 하고 있고, 조연희 선생님의 '길거리 수업'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어제는 지역 사회와 연대하여 학교앞 소공원에서 또 집회가 있었습니다.
지역 사회의 노동조합, 시민단체, 그리고 학부모 및 전교조 교사들 250여명 정도가 모여서 악덕 사학 재단의 횡포를 규탄하고, 부당징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교육청에는 임시 이사를 파견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싸움은 지속될 것입니다.

다음은 조연희 선생님의 '길거리 수업, 3,4교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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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길 거 리  수 업  3 교 시

                              -언젠가는 교실에서 이 눈 맑은 학생들을 가르칠 날을 꿈꾸며..


                        슬픔으로 가는 길

                                                                           정호승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느낌 나누기
이왕이면 기쁘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마음인데
시인은 왜 슬픔으로 가는 길을 일부러 찾아가고 있을까요?
혹시 여러분 중에 이 시가 한 번에 ‘팍’ 꽂힌다면?
당신은 약자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잠시 선생님이 동일여고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가 볼까요?
전 여고 시절에 한창 책에 빠져 살았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소설인데요.(혹시 아시나요?) 흔히 ‘문둥병’이라고 부르는 한센병(나병) 환자들이 살고 있는(실제로는 수용된) 소록도라는 섬에 부임해 온 병원장과 환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소설이지요. 병원장은 섬에 나병환자들을 위한 천국을 만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환자들이 보기에 그건 원장 자신의 천국일 뿐 환자들의 천국은 아니었지요. 그러나 진정한 환자들의 천국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결국 병원장은 모든 직책을 버리고 환자들과 하나가 되어 소록도에서 살아가며 ‘우리들의 천국’을 만들어간다는 이야기이지요.

그 소설이 어찌나 감동적이었는지, 그 당시 전 친한 친구에게 “나 소록도 가서 나병 환자들에게 봉사하며 살까?”했다가 정신 차리라고 구박만 받고 말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친구 왈, 그런 고민 할 시간 있으면 수학문제 하나 더 제대로 풀라더군요.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리는 저를 데리고 ‘상아탑 분식’에 가서 떡볶이 사주고, 수학을 지지리도 못하던 저를 붙들고 수학을 가르쳐 주었지요.

그 친구 덕분에 저는 대학도 가고, 모교에 교사로 부임해서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지금도 그 누군가는 소록도의 병원장처럼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즉 우리 사회에는 소외된 사람들과 하나 되어 그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이 시에 나오는 ‘나’도 ‘인생을 내려놓고 저녁놀에 파묻힌’ 소외된 사람들의 슬픔을 사랑하고 그 슬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슬픔으로 걸어가는 길을 가려고 하는 것 같죠? 이처럼 슬픔의 길을 택한 이유는 혼자만의 기쁨보다는 함께 나누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이 시에 나타난 저녁 들길의 풍경을 보면, 모두들 움직이고 있습니다.
새는 날아가고, 개망초꽃 같은 풀꽃은 바람에 흔들리고
슬픔을 앞세운 사람도 걸어가고, 잎새는 지면서 나를 따라오고....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은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들길을 걷고 있는’ 시적 화자의 걸음이지요.

그러나 실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나’ 역시 슬픔으로 가는 길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아름다운 사람이며,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것은 이 슬픔은 미래에 기쁨의 길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시인은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에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다시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점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하여 적극성을 띠어가고 하고 있네요.

저는 고등학생 시절 아마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 정도의 마음을 지녔던 것 같아요. 이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으니 지금쯤이면 저는 마땅히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할 텐데, 아직도 그저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 주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군요.

우리, 오늘은‘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선 이’의 눈빛이 기쁨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을 함께 상상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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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길거리 수업 4교시 안도현의'너에게 묻는다'



-언젠가는 교실에서 이 눈 맑은 학생들을 가르칠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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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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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나누기

제목이 당돌하죠?
‘그대’도 아니고 ‘당신’도 아닌‘ ’너‘에게 묻는다니..
마치 읽는 내가 연탄재를 차고 있었던 사람처럼 뜨끔한 기분이 들지 않아요?
여러분은 연탄보다 더 뜨거운 삶을 살고 있거나 혹은 살아본 적 있었나요?
이 당돌한 질문에는 선생님도 영 자신이 없네요. ‘연탄보다 뜨거운 삶’이라니 그저 꼬리를 팍 내릴 수밖에요.
이 시를 지은 지은이는 어땠을까요? 연탄보다 뜨겁게 살았을까요?

이 시와 연작으로 볼 수 있는 ‘연탄 한 장’이라는 시에 보면,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라는 시인의 고백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아쉬움과 부끄러움이라는 시인의 자의식을 훔쳐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자주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어느 집에서나 연탄으로 겨울에 난방을 했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게 연탄입니다.
그런데 연탄은 다 타고 나도 부피가 줄지 않고 그대로 재가 남아서 웬만한 동네는 겨울이면 집집마다 대문 앞에 연탄재를 내놓곤 했지요.
이미 연료로서의 가치가 없어진 연탄재는 그저 아무나 함부로 발로 찰 수 있는, 여러분들 식으로 표현하면 만만하고 허접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 눈에는 만만하고 하찮아 보이는 이 연탄이 시인의 눈에는 달리 보인 겁니다.
시인은 연탄으로부터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발견하고 감탄해 마지 않고 있지요.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이 대단하지요?
시의 맛은 이처럼 같은 대상도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서 찾을 수 있지요.

그럼 우리 오늘은 시인의 눈이 되어보는 연습을 한 번 해볼까요?
우리 주변의 사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세히 관찰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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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조연희 선생님이 징계파면 통지서를 받고 쓰신 글입니다.

어제 파면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1년 4개월의 감옥살이를 시키고도 분이 차지 않았는지
이제는 아예 학교에서 쫓아내네요.
학창시절 6년, 그리고 교사가 되어 20년을
동일과 인연맺고 살아왔는데
후배이자 제자인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 좀 만들어 보고자 했던 것이
26년 정든 모교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되다니요?

반드시 이겨서 돌아와야지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게 세상은 정의롭다는 것을 보여주어야지요.

지금은 바람 앞의 등불같은 처지이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하기에
이 등불은 들불이 되어 타올라
동일학원에 임시이사가 파견되어
정상적인 학교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아침 비오는 등교길에서 나누어준
4교시 수업에 나오는 연탄재처럼
우리 동일을 위해
정의가 살아남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활활 타오르렵니다.
아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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