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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열린모임이 있던 그 주말(강릉모임은 어떨까 끊임없이 상상하며..),
지훈이의 일이 종료되어 비로소 살림을 합치는 이사를 하고
주말내내 시아버님의 산소와 걱정 태산이셨던 양가 어른들을 방문하여 인사드린 후,
미처 가지 못했던 신혼여행을 위해 뒤늦게 제주도로 출발했습니다.
마침 또 제주는 장마인지라 비행기가 결항되기도 하여 갈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어찌어찌하여 비행기도 처음, 제주도도 처음이라는 서울촌놈 지훈이와 함께
흐리고 다습한 제주 땅에 내렸습니다.
곶자왈작은학교 개소식 준비로 바쁘신 문용포 선배가 친히
저희를 맞이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사적인 여행에 바쁜 선배의 시간을 뺏어도 되는지
죄송해하면서도 문 선배와 함께 그날 하루를 보냈습니다.
곶자왈작은학교가 문을 열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제주도의 이영미 나무님께서
제주 월드컵경기장 근처에서 맛있는 갈치조림을 사주셨는데,
문선배의 생태교육 일정으로 많은 얘기 나누지 못하고 헤어져서 아쉬웠습니다.
서귀포 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교육이라 하셨는데,
지훈이나 저나 생태와 관련하여 거의 무지에 가까운지라 한쪽에서 조용히
교육을 들을 수 있겠느냐고 여쭤봤었지요. 하루에도 수시로 변화무쌍하게 변한다는
제주도의 빗속을 뚫고 자연휴양림으로 향했습니다.
강한 장맛비로 산책을 하지는 못했지만, 휴양림 속 나무로 지은 세미나실에서
문선배의 목소리와 빗소리, 나무 냄새, 맑은 숲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내가 전혀 다른 곳에 와있구나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 후 '바다를 본 사람은'이라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판포리라는 아주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주인이신 오선생님 내외분들
또한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이었고 문선배와도 오랜 친분이 있는
분들이셨습니다. 오영덕 선생님은 흙집을 짓고 계셨는데 다음날 저희에게
흙집을 구경시켜주셨지요. 생각했던 것보다 견고했고 집의 가운데 거실부분에는
나무를 땔 수 있는 아궁이도 있었습니다. 산간지역으로 비가 많아 습하기 때문에
가끔씩 불을 때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북두칠성에서 영감을 얻어 짓기
시작하셨다는데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견고해보였고 흙냄새가 어찌나 좋은지요.
산간지역이라 근처에는 네다섯 집만이 있었는데 그 중 '효월'이라는 수제차로
유명하신 분의 사택이 있어서 거기서 우전차와 쑥차(몸이 차신 여성분들께 아주
좋다고 합니다)를 마시고 차도 구입했습니다.

다음날은 비록 한나절동안이었지만 날이 화창하게 맑았습니다.
최근 6월에 문을 열었다는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제주의 전통한옥촌과
돌박물관, 숲길을 거닐었고 오선생님과 함께 문선배가 계시는 곶자왈작은학교로
갔습니다. 지난 밤에 폭우로 밤새 빗물을 퍼내야 하셨다는데
부엌에도 빗물이 들어차 장판이 걷어져있었고 여기저기 비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마침, 학교에는 기증받은 책들을 분류하는 작업들로
여러 선생님들이 와계셨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써주신 글씨로 만든 작은 간판도
건물 벽면에 붙였습니다. 그 사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 몇몇이
축구를 하자며 문선배를 졸라대다가, 대타로 지훈이가 축구를 하러 갔는데
지훈이가 몸치인 것을 아는 저는 아이들이 축구하다가 화내지 않을까 걱정했지요.^^
좋았던 날씨는 어느 순간 강한 빗줄기로 바뀌었고, 빗속에서도 축구를 하는지
한참 후에야 아이들과 지훈이는 흠뻑 젖은 채 돌아왔습니다.
저녁으로 산채정식을 함께 한 후, 문선배와는 작별인사를 했고,
오선생님께서 공항 근처 신제주까지 저희를 바래다 주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제주를 떠나는데 날씨 무지 좋더군요...

문선배님, 오선생님 내외분께 너무 폐를 끼쳐드렸고,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말 태풍으로 곶자왈작은학교가 빗물로 또 넘쳐나지는 않았는지,
학교 개교식은 무사히 잘 치르셨는지, 흙집은 안녕한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저녁 집근처, 복원이 잘 되었다는 양재천에서
지훈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주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그런 종류의 것들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지훈이는 일을 시작했고,
전 한달 가량 전부터 난데없이 나타난 아토피 증상으로 가려움증과 싸우며
여느때보다 더 먹거리의 중요성을 느끼고, 도시 삶속에서 할 수 있는
조화로운 삶의 실천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지루한 기행문이 된 듯 합니다만,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 올리고 싶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방법을 몰라서 몇가지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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