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한 글씨로 두 뼘 도화지에 쓴
빵집 아이의 마음을 떠올리며
자세를 반듯이 고칠 줄 아는 시인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삶이 이렇게 큰 현실이고 문학이라는 사실을.
흐트러진 삶에서는
이런 엄정한 문장이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시인의 삶이 엄정했기에 이런 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삶에서 좋은 문학이 나오고
좋은 시가 나온다는 걸 새삼 확인한다.
* * *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 하는 아이가 함께 있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 이면우, < 빵집 > -
2006. 7. 18 '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