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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07년도 사업계획 작성'이라고 하는, 일년에 한번있는 중요한 업무보고 때문에 어제는 부서 사람들 모두 토요일에도 회사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집에 돌아 왔습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영업부서에 있어 내년에 각자 얼마나 많은 물건을 팔아낼수 있는가?라는 부분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확정받는 이 시기에는, 다들 자리비운 사이에 혹시나 더 많은 목표가 스스로에게 할당 될까봐 휴가는 물론이고 출장도 가지 않고 치열하게 자기 자리에서 회사와 머리싸움을 하고있기도 하지요.(각자 담당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최대한 어렵게 묘사하기 위한 수많은 데이타와 논리의 정리... 좀 서글프죠...-_-)

목요일은 11시 퇴근, 금요일은 저녁 12시 퇴근...

아무튼 요즘은 거의 매일이 업무의 폭풍이네요...^^

집에 돌아와서 밖에나가 밀린(?)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와 보니 SBS에서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이 되고있더군요.

1996년 선상 반란으로 한국인 6명과 1명의 중국인, 그리고 3명의 인도네시아 선원이 배에있던 조선족 선원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페스카마호 선상 반란 사건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주 내용은 이 선상반란 사건이 일어날수 밖에 없었던 배안의 고질적인 폭력 사건과 구타, 린치 부분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항상 조선족 동포 부분에 대한 내용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나였지만, 살인을 우발적으로 저지른 조선족 동포들의 어눌한 한국어와 당시 배안에서의 경험들을 진술하며 눈물 흘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어쩔수 없이 또한번 싸한 마음의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죽임을 당한 분들은 참으로 안됐지만 말입니다...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복역중인 전재천은 원래 중국 길림성의 한 시골 중학교의 음악 교사였더군요.(방송에서는 이사람이 누명을 쓴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진실 여부를 떠나서 참으로 불쌍하더군요.)

주위 사람들의 인터뷰와 그들의 진술을 들으며 자꾸 든 생각은 어째서 중국에서 나름대로 문화적인 소양을 갖추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전재산과 집까지 전부 저당 잡히고 한국으로 어렵게 넘어와 그 거친 배위에서 몇달동안 그렇게 맞으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지낼수 밖에 없었는가?

결국은 '돈'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진 답답한 느낌은, 불쌍하게 죽음을 당하기는 했으나 그 한국인 선장이나 기관사들은 외국인 선원들을 그렇게 무참한 폭력 외의 다른 방법으로 다룰수는 없었던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었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에 복학하기 전까지 비행기 표값과 학비를 벌어보기 위해 군복무중에 '제대로' 배웠던 작업기술을 가지고 공사장에서 한달정도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었습니다.(일명 '노가다'라고 하죠?)

'전투지원 중대'가 아니라 일명 '작업지원 중대'라고 불리던 우리 부대의 관록에 맞게 저도 나름대로 작업기술과 체력이 당시 절정에 달해 있던 시기라^^, 그때의 건설업체 아르바이트는 지금 생각해 봐도 특별한 기억의 일면으로 남이 있기도 합니다.(2000년 12월 31일의 해넘이는 대부도에 다리를 놓는 공사 아르바이트 중에 그곳에서 일하던 아저씨들과 함게 봤지요. 멋진 해넘이였습니다.^^)

그때 공사장에서 자주 만나던 아저씨 한분은 나이도 저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작업 실력이 매우 월등해서 그곳 작업반장님들 한테도 꽤 인기가 있었지요.

원래 배를 타던 사람이었는데 그때는 겨울이라 배타러 나가기 전의 몇달정도는 이렇게 돈을 벌기위해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 삼아 일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가끔 배탈때의 무용담을 얘기해 줬는데, 본인이 다랑어나 참치를 잡았을때 피뽑는 속도가 아마 한국 제일일 거라는 말도 항상 하더군요. 그외에 자주 하던 얘기가 바로 이 선상에서 사람들 때리던 일을 자랑스럽게(?) 풀어놓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맞는 사람들은 거의 외국인 노동자 들이었지요.

그사람 논리는 이겁니다.

빠른 시간에 고기를 건져 올리고 피를 뽑아서 바로바로 가공을 해야 하는데, 그 업무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가르쳐 줄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도저히 없다.

그저 때려서 아무생각 없이 조건 반사적으로 빨리 일을 배우고 실행할수 있도록 하는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처음에 일을 배울때 그렇게 맞아가며 배웠다고 하더군요.

그렇죠. 맞으면서 일을 배운 기억밖에 없으니 가르치는 방법도 결국 자신이 배운 방법을 쓰는 거겠죠.

거기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한국식 위계질서의 문화에도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 들이니 그 답답함은 더했을테죠. 답답한 만큼 더 폭력적으로 사람들을 다루었을테고 말입니다.

죽임을 당한 페스카마호 선장은 그때가 선장으로서의 첫 출항 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선원들에게 경직되고 강압적으로 행동할수 밖에 없었고, 그 선장이 옆에 있는 동안에는 선원들이 겁에 질려서 그물을 내리거나 낚시 바늘을 다듬을때 실수를 더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 '더 많은' 실수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폭력으로 되돌아 오고...

참으로 뭣같은 상황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항상 말씀 하시던, '시스템'의 변경 없이는 그 구조 속에서 '똑같은' 제2, 제3의 사람, 혹은 상황이 나올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회가 사람들에게, 입버릇쳐럼 '착해져라.' '행복해져라.' 라고 공허하게 말을 전달 하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타고나는 부분에 대한 개개인의 차이를 어느정도 인정 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개인이, 그리고 단체가, 스스로 행복해지고 착해지기 위해서 시스템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한낫 공허한 '슬로건'일 뿐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말입니다.

선상 폭력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죄를 지은 사람은 분명히 죄값을 받아야 하겠지만, 멀쩡한 시골 중학교 음악 교사가 살인자가 되어 버리는 그 '시스템'은 분명히 손을 봐야 하는  어떤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사 그 '시스템'이 오래된 대물림 속에서 강하게 굳어져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운동을 마치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편안하게 과일을 먹으며 시작한 티브이 시청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답답한 시간들이 되어 버리고 말았네요.^^

답답하다는건 제가 인식하고 있는 어떤 생각의 편견에도 그러한 모습을 띈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일 저의 의식속에 그런 부분이 있다면 일단 저부터 그러한 '시스템'이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말입니다...

참 쉽게 판단하거나 이해할수 없는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복잡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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