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터미날에서 할아버지가 시외버스에 오르며 하시는 말씀, "아이고, 말 마세.
숨도 몬 쉬는데 밥이 넘어가나? 말 시키지 마라!" 하며 먼저 와 앉은 친구 뒤로
앉습니다. 친구 대답이 걸작: "이레 더워도 좀 있어봐라 .시간 가믄 또 겨울 온다."
이제 가을이 다가오는 것 같네요. 정말 좀 있으면 춥다고 겨울옷 찾는것 아닌가
괜시리 옷장 속 겨울 옷가지를 들춰보며 긴소매 옷에 손이 갑니다.
한국에 와서 두번째 견디어 낸 여름! 참 너무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여기 바닷가
마을도 어쩔수없는 폭염 열대야의 계속에, 거기에다 며칠전 지나간 태풍까지...
장마비로 새로 도배한 아파트 천정 벽마다 빗물이 줄줄줄... 분명 전에 없던 세계
지도 그림이 여기저기 한 두군데가 아닙니다. 에고고...참말로!
얼마 전 다녀간 미국 친구에게 장담하듯이 내뱉은 나의 말이 생각납니다: "야, L.A.
의 여름이 그게 여름이니? 그건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니고 중간에서 엉거주춤...
그러니까 사람들도 그저 흐리멍덩, 어리벙벙... 여기 오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
진짜 4계절이 분명한 대한민국 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꺼야!" 하며 푸르고 아름답고, 싱그러운 한국의 4계절 풍경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습니다. 친구의 놀란
표정과 대답이 귓가에 들려 옵니다: "야, 너 정말 많이 변했구나... 너 좀 이상하다..."
제 자신도 좀, 아니 많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견뎌낸
나의 두번째 여름... 그래도 좋다는 생각과 함께 씨~익 웃음까지 입가에 떠올리게
되는것은 분명 "고향의 여름" 이었기에 그런것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고향의 가을"은 물론 말 할 나위 없겠고, 혹독한 강추위가 온다해도 "고향의 겨울"
추우면 어떻고, 혹한이면 어쩌랴... 아무 문제 없으리라 든든한 마음까지 듭니다.
'숲'의 나무님들... 여름과 겨울 사이, 이 변화의 계절에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