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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께,
기본적인 존경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오랫동안 품었던 생각을 몇자 적습니다. 그냥 이상한 사람도 다있다 하셔도 좋고, 무시해도 좋습니다만,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봅니다.

imf가 한창이던 90년 후반의 어느날 이었습니다. 인생의 무게가 짓누르기 시작하던 그때 저는 으리번쩍한 중앙일보 사옥 벽면에 붙어있는 신영복 선생님의 사진을 보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아프리카 어느곳을 돌고 계시면서 일정하게 글과 사진을 게재하던 코너였고, 그 사진은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아프리카 아이들, 아줌마들과 고고하고 존귀해 보이는 신영복 선생님의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제가 가끔 과장이 심하기는 합니다만, 사진속의 신영복 님을 보고 떠올린 생각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imf임에도 불구하고 거대신문의 풍족한 돈을 받고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원고 쓰서 원고료 챙기고, 인생의 밑바닥을 전전하는 아프리카 사람들 앞에서 왕과 같은 우월감에 젖어... 그 상황에서 보여주는 동정심이란 얼마나 가증스러운 것인가?!"

다음 90년대 중반의 친구 결혼식에서였습니다. 명문대를 나왔고, 나름대로 탄탄한 진로를 개척한 선남선녀의 결혼식이었으니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신영복 선생님의 주례였으니... 그때 신영복 선생님 께서는 부부는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한곳을 함께 쳐다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감탄했지만 저는 달랐습니다.

"역시 중앙일보의 사진속에 모습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관념화된 무의미한 언어의 유희로 먹고 살고, 돈벌고, 존경받고. 오늘도 세상 곳곳에서 피땀흘려 사는 사람들이라는 도저히 누리지도 못할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은 도대체 어떻게 주어지는 것일까???"

20년의 옥살이로 대변되는 고생의 화신이시지만, 그분의 모습은 존귀하기만하고 깔끔하기만 합니다. 내가 아는 다른 선생님중의 한분은 예로부터 왕후장상은 씨가 있다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제일 먼저 족보를 따지고 집안 어른의 근황을 묻습니다.

저는 차마 신영복 선생님의 잠재의식 속에 그런 위선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의미도 없고, 정말 고생하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책들로 왕후장상 부럽지 않은 삶을 사시고 있는 것이라면, 그분에게 쏟아지는 존경과 찬사도 결국 허상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집안 좋아서, 잘 배우고, 공부 잘 해서, 훌륭한 학교, 대학교의 교수와 몇 만원 책값쯤은 아무것도 아니어서 신영복 선생님 책 사서 읽고 보고 토론하고...... 그런사람들과 어울려 시대를 논하고 지식인의 역할을 논하고......

그렇다면 적어도 신영복 선생님께 쏟아지는 영광은 적어도 일부의 사람들이어야지 전국민의 것이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덧붙여 말하고 싶습니다.

위선이 있다면 더 솔직해 지십시오.

평생동안 흙한번 손에 안 묻히고 살게 되서 기쁘노라고....... 노동일 안하고 살게되서 자랑스럽노라고...... 인세 수익 많아서 후세 걱정도 없노라고..... 나는 유식하고 잘 나서 이렇게 살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고...... 그렇지만 못사는 사람들을 동정하고 싶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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