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나는 성공회대학이 어디 붙었는지도 몰랐다.
다만 이 대학은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그 나름대로의 틈새 역활을 스스로 잘알아서
자리매김한 대학이다, 란 인상만을 가지고 있을뿐이다.
난 책을 거의 읽지 않는사람인데
신용복씨가 중앙일보에 연재한 글을 대충 읽고서도 이분이 남 다른데가 있는 사람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가끔씩 이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신용복님의 글들을 한개 한개 읽어보기도한다.
내 짐작 일뿐이지만, 참 글이 좋으시고 그분이 걸어온 삶과 성품,또한 훌륭하다는 세평이
틀린말이 아니리란 느낌 을 가지고있다.
그런분이 이번에 퇴임자리를 간소한 콘서트 형식으로 연다는걸 알고서
좋은기회가 되겠다 싶어
비록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지만 구경꾼으로서 금요일날 성공회대를 찾아갔다.

성공회대는 예상대로  아담하고 깔끔했다.
신학을 기본으로 하는 대학이라기 보다는,평소 한국사회의 젊은진보학자들이 모인 대학의
옹골찬 이미지 에서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캠퍼스 였다.

그곳에서 펼쳐진 퇴임자리는 격식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게끔, 자유로운듯이 정연했다.
그날 잔치는 겉으론  유교적으로 뿌리깊게 심층구조가 형성된 한국의 고질적 허위의식을
최소화 할수있을 정도로 간소했다.
그러나 그속에 모여든 알맹이는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고
무언중에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의 크기로 보자면 꽤 대단한것이다.

갖가지 사연으로 신용복님과 연결이 되었던분들이
노래 중간 중간에 한사람씩 나와서 말씀을 하는것만 봐도 그렇다.
당연히 진보쪽 사람도 있고,한국교육의 핵심인사도 있고,어마한 재벌쪽 사람도 있었다.
또한 순수문화쪽 사람도 있었고,
개성적인 무대로 재롱을 부리는 소비문화쪽 사람도, 함께 했다.
모두가 나같이 소소한 일반인 수준에선 너무 눈부시다 싶을 정도의 인물구성으로
그분의 보폭을 다시한번 말해주는것이다.

모두가 조심스럽게 자신과 신용복님과의 인연을 거론하면서,
이번에 맞은 퇴임과 함께 새로운걸음을 축하하고 덕담들을 해주는가운데
이북사람들이 부르조아의 전형이라며 꺼릴만큼, 외모와 생활까지 요란할듯 뵈는 한여성이
그옛날 신용복님이 자기집에 입주가정교사를 하러 리어카로 오는장면을 말할때는,
사십여년전에 지방에서 올라온 맑은생각을 가진 젊은수재가 짐꾸러미를 끌고 부잣집에
들어서는 그림이 그대로 그려졌다.
그 젊은날에 가졌을 신용복님의 사고방식을 짐작해보면 참 아련한 향수같기도 하고  
오래된 영화의 아름다운 한장면 같기도 하다.

그날 모인 사람숫자에 비해 장소는 협소했다.
잔치는 간소한 자리의 모양새지만,
워낙 신용복님 에 관심을 가진사람들이 많은탓에 꽤 붐볐으나 분위기는 의젓했다.
게다가 크게 댓가를 바라지 않은 신용복님의 호의로
이래 저래 덕을 본사람들이 마련한 자리에 먹거리를 제공한 소주업체도 있었던 모양이라
그날 모인사람들이 넉넉함까지 나눌수있는 분위기도 됐다.
멀리 부산에서 단체로 올라온 티없는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왔다갔다하면서
퇴임축하자리에 함께 하는것부터
한국사회 각계에서 힘 좀 쓰거나,소위 난다 긴다 하는 넉넉한분들이 모였으니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일반참석자들도 아름답고 화려한 잔치에 보조출연자(?)로서 역활을
잘들 해냈다.

일단 잔치는 갖가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각사람들의 마음 또한 다를것이다.
신영복님의 말씀처럼 본인에게는 작은 퇴임예배가 더 의미있고 아름다울수도 있었겠지만
당신의 명성탓이든, 아니면 덕망탓이든,
함께 기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것처럼, 복 된것이 또 있을까.
기구한 역정때문에 뒤늦게 가정을 꾸린 우아한 반려자와
학교공부 하느라 나중에 나타난 외고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아들까지 모습을 보이니
그날 잔치엔 생활의 따스함도 느낄수 있었다.

솔직히 나같이 별 인연이 없고, 무슨 화려한 공연을 보자는것도 아닌 입장에서는
왜 이런자리를 일부러 찾아왔나 싶은 어이없기도 하고, 남모를 창피함 같은것도 없는게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좀 떨어진 자리에서 잔치를 지켜보았지만
신용복씨가 사회적으로 그렇게 대단하든, 혹은 그렇지않든 상관없이
내 삶의 시간들 근처에서
흔치않은 방법으로 자기 인생을 올곧게 살아온 한사람의 모습에 관심이 간것이리라.....
돌아오는길 중간에 나를 떨궈놓는 막차 와
이미 떠나버린 환승버스를 원망할것도 없이, 한밤중에 잠든 도시를 터덜 터덜 걸어서
귀가하는 내 걸음이 결코 실없는것 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봐온 여러 잔치들 가운데서
신영복님의 퇴임자리 처럼
그렇게 속이 꽉 차있으면서. 잔잔하게 빛이나는 잔치는 못 본것같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