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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6.09.01 17:25

다른 생각 -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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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는, 신영복 선생님에 대한 많은 이들의 존경이 선생님의 살아오신 삶을 놓고 생각해볼 때 과분하지만,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복 선생님의 사회적 관계나 말과 행동은 한계와 부적절함이 있으며, 그 근거들이 이것이다....하고 대략 27가지를 예로 드셨습니다.

그런데....저는 님께서 선생님의 언행이나 사회적 관계의 한계, 또는 부적절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쓴 위의 글이, 그리고 예로 든 근거들이 오히려 별로 적절한 근거도 되질 못하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큰 한계와 부적절함을 지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신영복 선생님을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체 게바라 같은 이도 상품이 되는 자본의 시대에 선생님처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분을 자본이 그냥 가만히 내버려둘리 만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 물신 숭배의 사회에서 ‘돈’이 되고
‘이익’이 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그것이 공산주의고 마르크스라도 상품화해서 팔아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자본이고, 자본의 논리고, 자본의 실천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해서 ‘신영복 = 매력적 상품’으로만 단순하게 등치시켜버리 것은, 올바른 비판도 아니며 글 서두에서 님이 신영복 선생님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이 ‘과분하기는 하지만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하신 님의 말에 비춰볼 때도 너무 경솔한 단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일 경솔하지 않았다면 앞의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 부연은 진정성을 갖지 않는 말이 되겠지요.

그럼 지금부터 님과 다른 제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최대한 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그럴 수 있겠다하는 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동의하며 하나 하나에
대해 님과 다른 제 생각을 써 보겠습니다. (다만 제가 계속 글만 쓸 상황이 안되어서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계속 조금씩 이어서 쓰겠습니다.)


1. 신영복은 민주노동당 지지자로서, 마땅히 권영길에게 투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에게 투표'하였습니다.

==> 선생님은 민노당을 많이 지지해 왔지만, 대선에서 ‘차선책’으로 노무현을 찍었다고
    했습니다. 고심을 하신 끝에 선택하셨겠다는 짐작은 하지만, 비록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는 어느정도 진전을 이룬
    남한 사회에서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미흡하겠지만),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진보적인 사회 단체 등은 마땅히 진보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선생님의 그런 선택에 충분히 아쉬움을 가질
    수 있고 더러는 실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정당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계신 선생님 같은 분이라면 (비록 그
    진보정당이 여러 측면에서 미덥지 못하고, 당선 가능성도 거의 없고 등등의 미흡한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보정당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데 그렇지 않으셨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쉬움과 실망을 가지는 게
    잘못되었다거나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진 않습니다. 저 역시 선생님이라면 그래도
    권영길씨에게 표를 주셨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가지고...선      생님의 선택과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면...선생님 본인이 아닌한 누구도  잘못된      지적이라고 선뜻 반박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비판하는 님      의 입장에서 최대한 생각해볼 때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이 사실 하나로 선생님의 언행      과 사회적 관계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건,  너무 비약이 심하고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      나...그렇게 생각합니다.

    
2. 신영복은 감옥에서 '전향'하였습니다.
  ==> 자신의 신념을 끝내 버리지 않고 죽음도 불사하며 끝까지 전향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선생님은 ‘전향’을 했으니....신념이 굳고 지조가 없는 게 아니냐? 애초부터
       신영복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한계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든 근거
       인 듯 싶은데....선생님이 쓰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물고기의 눈으로 대상을 바         라보면 대상이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모습으로 보이질 않고 왜곡되어 보이듯이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의 과정과 내력, 숱한 곡절과 상황들을 온전히 알지 못한 채, 한          두 가지 단편적인 사실을 가지고 그 사람 삶 전체를, 그의 인격을 송두리째 재단하         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고, 가혹한 일인지 옥중에서 수인들을 만나면서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 번째 근거로 든 님의 이 인용이 바로 어안으로 세상을 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3. 신영복은 '세습재벌신문권력'인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등에 기고를 합니다.
   ==> 솔직히 저도, 선생님이 조중동 같은 신문에 기고를 안 하셨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같은 악질적인 언론에 기고를 하지 않거나, 상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그 신문들이 어떤 신문인지를 깨닫게 하는데 선생님이
       큰 역할을 하실 수 있고, 그것 또한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를 개혁하려는 길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 입니다. 어떤 상황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지조를 지키고 결코 내 삶에 더러운 때를 묻히지 않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
       도 있고, 반대로 진흙탕같은 더러운 곳에 발을 담그고 더럽히길 마다하지
       않고 그 진흙탕에 뒹굴면서 찾을 수 있는 의미와 역할들을 해내는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어쨌거나 님은 김남주 시인이나 또는 조중동만큼은 절대
       상대하지 않는 몇몇 문인이나 지식인처럼 신영복 선생님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라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한계가 있고, 부적절하다고 생각을
       하는 듯 싶습니다. 따라서 선생님의 사회적 관계와 언행이 부적절하다는
       근거의 하나로 이런 예를 드는 것은, 님의 입장을 기준으로 할 때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더군더나 선생님으로부터 왜 이런 신문에 기고를 하시는지 그 이유에 대해 직접 들어보지 못했으니 더욱더 쉽게 판단하셨을
       거라 생각하고요.
        
       그런데 얼마 전 선생님 인터뷰를 보면서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사회를 개혁하고 바꾸려는 운동과
       실천에서 내포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외연을 넓히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운동에 발을 잠시라도 들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동의하는 말일 겁니다. 그리고 외연을 넓히는 일은 내포를 확보하는 일보다
       몇배나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란 사실도 경험적으로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일은 중요하다고, 누구나 덤벼든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저는 학교에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기존부터 내려오던 작은 관행이나 제도 하나 고치는 일도
       결코 수월치 않습니다.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고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세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전교조 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단체 안에는 비타협적인 원칙주의자들이 있습니다. 비타협적인 원칙 자체
       가 잘못된 것은 물론 아닙니다. 경우와 때에 따라서는 비록 패배를 할지라도 타협
       해서 안될 때가 있고, 끝까지 원칙을 고수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사를
       자신의 비타협적 원칙에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어떤 일을 성공시키는 경우보다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귀결시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외연을 넓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스스로 하지도 못할 뿐더러,
       더 나아가 그로 인해 다른 동료들까지 그와 똑같이 너무 경직된 사람으로 평가받으
       며 고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따뜻하고 부드럽게 언행을 하고 대하더
       라도 기본적인 세계관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은 어차피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걸 저
       역시 잘 압니다. 이 역시 경험칙상으로 깨달은 일이지요.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
       실은 그래도 이런 외연의 확대를 고민하는 노력들이 꼭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문제로 의견이 다를 때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방해
       하거나 공격하지는 않더라는 것이지요. 아마 감정적, 인간적 영역에서의 거부감을
       줄이는데 어느정도 기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신영복 선생님 같은 분만큼 우리의 외연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고, 또 잘해낼 수 있는 가슴과 머리를 가진 분이 드믈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 어쩌면 선생님 같은 이력을 가졌으면서도 누구에게나 깊은 성찰과
       따뜻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분이야말로,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우리의 외연을 넓히는 일에 누구보다
       적임자가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 말마따나 역할 분담
       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각자 자신이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 말입니다. 김남주 시인과 같은 삶과 실천이 우리 진보진영에
       필요하고 의미 있듯, 신영복 선생님과 같은 삶과 실천도 우리 진보 진영에 필요
       하고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치열한 인식과 실천을 하는 사람들 그 너머의
       더 많은 대중들 ( 먹고 살기 바빠 개혁은 커녕 세상 돌아가는 것도 신경쓸 틈
       없는 사람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본주의 체제에 완벽히 편입되어 그 시스템
       이 요구하는 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비록 부유한 브르조아 계급에 속하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양심을 소중하게 여기
       며, 시대와 사회의 고통,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과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도움을 찾으려는 사람들, 기타 등등 ) 그런 사람들을 우리
       외곽에 튼튼한 지원군으로 묶어 세우는 일에서 말입니다.        
      



    2006. 9. 1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추신 :   일단 오늘 시간이 허락되는 동안 쓴 게 이것 밖에 못됩니다.
            다음의 4번부터도 계속 조금씩 시간되는 대로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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