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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타이거라는 분이 올린 글과 그에 대한 여러 더불어숲 선배님들의 수준높은 답글들을 읽으면서 며칠동안 참으로 즐거운 지식 여행을 했습니다.^^

원래는 블랙 타이거님의 글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서 그의 글과 기타 관련된 지식에 대해 설명된 다른 글들을 프린트 해서 출퇴근 시간에 줄쳐가며 제 생각을 꼼꼼히 정리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원배 선배님 및 삼보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의 논리적이고 성실한 반박 글들을 보면서 제가 따로 글을 정리하는 것이 좀 필요없는 수준 이하의 사족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열정이 다한것인지? 아니면 굳히 그래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시작한 것인지? 그의 글에 대한 비판은 이정도에서 접는것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좋은 생각의 꺼리가 제공된 것으로 충분히 고민할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라고 느껴 졌습니다.

블랙 타이거님이 주장한 몇가지 개념들, 그중에서 선생님이 단순한 상품으로 정의되는 것에 대한 터무니 없는 논리적 허약함과, 오래된(?) 사유인 '변증법적 유물론' 및 그와 비슷한 시기에 개화한 근대 과학의 오류에 대해서 몇분들이 성실히 반론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가 주장하는 '역사 발전론'에 대한 당금의 일부 회의적인 시각들에 대해 때마침 제가 얼마전 읽은 책의 본문에 있는 내용을 통해 이부분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동경대전>에 나와있는 본문을 인용 합니다. 동학사상 및 혁명의 발생 당위를 끌어내기 위해 조선 사상사의 전체적인 개괄을 한권으로 정리 했는데 꽤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는 인용입니다.

"근대라는 개념이 학문의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인류의 역사가 진보한다는 생각에 있다. 이 진보의 관념은 형이상학적으로 헤겔이 구현하였고, 생물학적으로는 다윈이 입증하였으며, 역사주의적으로는 맑스가 논증하였다. 우리가 현금 역사학에서 차용하고 있는 근대는 결국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으로부터 발생하는 생산양식의 변증법적 발전원리로서 칼 맑스가 투영한 인류역사의 한 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진보"(Progress)라는 역사의 관념이 인류사를 통하여 지속된 어떤 그랜드한 관념이 아니라 19세기 서구라파 사회의 막연한 낙관주의에서 발생한 일시적 픽션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해서 엄밀하게 문제를 검토한다면, 진보 그 자체가 해체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보가 해체되면 근대는 덧없이 사라져 버린다. 근대라는 단계가 인류역사에서 설 자리를 근원적으로 상실케 되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진보를 해체시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인류학자 모리스 고들리에(Maurice Godelier)의 말대로 서구인들의 편견적인 느낌 때문이다. 첫째, 서구인들은 봉건사회라는 자기과거로부터 벗어남, 신분제로부터의 해방을 진보로 인식하며, 둘째, 자본주의사회가 개인의 권리와 기회를 증대시킨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으며, 셋째, 오직 서양의 몇 국가만이 진정으로 인권을 실현 했다는 우월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보의 해체를 꺼리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역사의 의미(The meaning of history)를 상실한다는 근원적인 공포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의 의미가 목적론적 구조(telogical structure) 속에서만 발생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소아병적인 발상에 불과한 것이다. 헤겔, 맑스가 모두 이러한 소아병적 발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일 뿐이다. 역사의 의미를 인류사 전체의 목적론적 픽션에 결부시키는 것은 종교적 독단에 불과한 것이며, 그것은 모두 유대교-기독교적 섭리사관(Providence), 그리고 묵시론적 환상의 변태일 뿐이다."

-김용옥, <조선사상사대관(朝鮮思想史大觀)>中-

김용옥 교수의 발전사관, 특히 근대에 대한 개념적인 비판은 그의 1990년 저작 <讀氣學設>에서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어 온 내용이니 글의 인용은 이정도로만 하도록 하겠습니다.(타이핑이 힘들어요~ ^^)

위의 글이 선생님께서 '발전사관에 대해 유보적이다.'라고 말씀하시는 생각의 근거와 어느정도 합치 되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특히 사회주의자들에게 있어 이 '진보'라는 명제는 거부하거나 회의를 느끼기가 참으로 힘든 개념인 만큼 어쩌면 '발전사관에 대한 회의'와 '진보'를 따로 떼어서 고민해야 하는 '엄청난' 생각의 숙제가 생길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찌 되었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발전'의 개념이 분명 서구적인 관점, 서구적인 역사 속에서 서구적인 사고체계를 통해 정리된것 만큼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 입니다.

선생님께서 동양적인 가치관 속에서 미래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보통 이상의 개념들을 찾아 내셨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 한다면, 상기의 서양적인 발전사관의 논리에 대한 선생님의 유보적인 입장에 대해 충분한 합치점도 찾을수 있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

추가로 선생님의 '관계론'에 대한 개념이 기존 변증법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김용옥 교수의 <동양학 어떻게 할것인가?>라는 책의 머릿글인 <나의 양심선언에 대한 기철학적 시론>을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당히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받으실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블랙 타이거님의 문제제기에 대한 고민 속에서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너무많은 철학적, 사회과학적 명제들이 착종하고 있기에 저의 부족한 지력으로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리 하기가 불가능 하더군요.(시간도 없고...-_-)

하지만 간만에 오래전 읽었던 책들도 다시한번 들춰보고 또한 도서관과 기숙사에 틀어박혀서 이런저런 생각의 나래를 펴던 외롭던 유학 시절의 추억도 떠올려 보았던 개인적으로는 매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우리들의 이러한 고민이나 반론들이 또 블랙 타이거님이 원하는 '변증법'적인 발전 혹은 진보의 과정일수 있기에, 선생님의 말씀대로 '관계를 통한 입장의 동일화'도 어느정도 이룬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레닌의 얘기처럼 '의식'이 불완전한 존재(유물)의 반영이라고 한다면, 그 유물의 변증을 주창하는 블랙타이거 님의 논리를 '토대'로 보았을때, 우리 더불어숲의 블랙타이거님의 논리에 대한 포용은 결국 선생님께서 말씀 하시는 '상부구조'의 '토대'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봐야할것 같습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블랙 타이거님이 말씀 하시는 '상부구조와 토대간의 변증법적인 상호작용' 정도의 수준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관계'는 '변증'의 상위 개념이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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