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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지금 운전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면허증은 오래전에 따두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대학 입학했던 무렵, 다들 따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력서에 자격증이라도 올리려면, 필수코스라구요. 시험만 보면 다 딸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학원 등록하고, 공식대로 휠(wheel)꺽을때서 꺽고, 풀어줄때서 풀어주니 장내, 시내 연수 모두 합격했었습니다. 시험은 시험이고...


차.
형은, 운전면허 5번이나 떨어졌지만, 훨씬 이전부터 아버지 차를 훔쳐 몰고 다니곤 했었더랬지요. 역시 <시험>이 평가할수 있는범위는 적어요. <이론>다는 <실천>.


차.
나는 차를 몰겠단 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결혼은 미친짓>이라지만, 더 미친건 차를 타고 다니는 짓이라 여겼어요. 특별한 사고의 기억이나 경험은 없습니다만,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을수 있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게 여겼습니다. 무엇보다, 머리 크면서는, 한국에 이렇게 차가 많을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90년대 들어 <마이카>시대가 되면서 정말 ‘게나 고동’이나 차를 끌고 다니는 상황(?)은 자본주의의 확장과 관련지어 생각했지요.


차.
미친짓?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집보다는 차가 우선시 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무슨 대단한 ‘환경’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 상식으로 봐서도 너무 많습니다. 차. 그래서 타고 다닐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일찍 나가면 되고, 걸어다니면 되잖아요? 그리고 내가 사는 이 동네, 광주는 지하철도 생겼습니다. 도로 정비만 잘하고 대중교통체계만 완성되면, 이동거리 때문에 고민안할것 같았습니다. 버스 타고, 기차타고 그렇게 살면 될듯 했습니다.


차.
여자친구가 자기 집차를 가끔 운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선스럽게도 나는 여자친구가 운전해주면, 그래서 포근하게 집에 바래다 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은것이에요. 그래서 나중에 여자친구에게 “결혼하믄, 차사자. 니가 운전하고..”라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남자가 차로 바래다 주면 좋겠다“고 말할때마다 나는 어떤 말을 했었는지...지금 10여년동안 함께 지낸 후 헤어진 지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아..레미럴.


차.
좋아하는 형이 있습니다. 그형은 물리치료사. 늘 자기일에 자부심이 있는 만큼 사회에 대해서는 적대적입니다. 자기일의 보람을 찾을수 없게 만드는 현상에 대해 늘 불만. 그래서 남들은 ‘도피’라고 하고, 나는 ‘내공’으로 보이는 산행을 형은 늘 감행합니다. 그래서 서른 일곱이 되도록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습니다. 선을 봐도 잘 안됩니다. 예를 들어 한창 삼순이란 드라마가 유행할 때 “삼순이, 보셨지요?”라고 말하면, 퉁명스럽게 “나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드라마를 경멸합니다. 텔레비전은 바보상자죠..”라고 말한답니다. 그런식이니 무슨 선이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은 필사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종족번식의 본능이라나요?


차.
그 형에게 내 나름대로 분석후 처방을 일러준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차 였습니다. 그형은 누구보다도 차를 미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개쇄이들이 말이여. 지리산 곳곳에 길을 뚫었어...미췬쇄이들 아니냐. 거기다가 차를 몰고 와. 도대체가..도대체가..”거의 거품을 품듯, 욕설을 해댔습니다.

나도 공감했었습니다. 존경하는 스님 한분이 본사에서 암자로 갈 때 꼭꼭 코란도를 몰고 가는걸 보고 공격적으로 질문한적도 있구요. 하여간, 차를 몰고 다닌다는것, 나는 그것만 놓고도 그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았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형.” 나는 분석을 한 후에 말을 했습니다. 그 형보다는 좀더 객관적이고, 좀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형. 근데, 차가 없어서 선본 여자가 잘 안되는거 아닌가?”라고. 계속해서 이야기 해줬습니다. “생각해봐. 형의 그 말투나 대중문화에 대한 혐오스런 반응을 고치더라도, 이야기가 잘된다해도, 그리고 형네 집에서 가진 땅이야기도 은근히 속물스럽게 한다손 치더라도 말이야...” 말투와 어조, 그리고 표정,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전에 많이 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것은 선을 오십번 넘게 본 형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속물적으로 <결혼>이란게 미친짓이라면 미친척 하고 “조건”만 따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형도 내 코치가 아니어도 은근슬쩍 자기집에 있는 땅이 느닷없이 값이 올랐음을 자랑한다는거...나도 알았습니다.

“형, 그러니까 형은 차를 사야해. 선본 후에 영화라도 한편 보는데, 택시타? 버스타? 이상하잖어. 형 나이에, 버스 타는 사람이 어딨어? 또 선본 남자가 그 나이에 택시타고 버스타면 이상하다고 여겨지지 않은가? 지금사회에?”


차.
형은 “니 *이다..”라고 욕을 하면서 한마디로 일축했지만, 얼마전에 봤더니 좋은 차 뽑았습니다. 안전하게 운전연수, 다 하고. 에어백 달린 근사한 차, 뽑았습니다. 형, 장가가겄소..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 자신은?


차.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그리고 늦은 나이에 어렵게 공부해서 마치 구더기처럼 이 자본주의 사회의 골목 어귀에 한자락 하려고 바둥대는 기생충처럼 잡은 교원공무원직. 그것마저 때려치웠던 나는,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정말 <정상적>으로 못살았구나.


차.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형에게 바라보았던 시선, 바로 내 자신에게. 누구보다 내 자신이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밉습니다. 경멸합니다. 혐오스럽습니다. 카운슬러는 내게 “교통사고 경험도 없는데 불안이 있다면, 그 불안은 이상한거에요. 직접 해보세요”라고 권유해서 운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늙은 아버지가 장거리 여행을 하는데도 바톤터취 못해주고, 어머니가 동네 먼곳에 생긴 찜질방에 가고자 해도 한번도 모시고 가지 못했는데 배워서 그런거라도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
그렇다면, 환경문제는? 사회문제는? 대중교통의 공공성문제는?


차.
다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앞만 바라봅니다. 운전연수 하는 분들, 참 민중적이시드만요. 내 사정, 꼬라지 듣더니 단번에 칼로 자릅니다. “10년이나 사귀었는디 채였던건, 자네 싹수가 노래서 그집안에서 반대한거여...그냥 앞이나 보고 천천히...브레끼 잡고....남 너무 신경쓰지 말고 앞이나 보랑께...”


차.
다 위선이었을까. <정상적>인 범주에 들지 못해, 그러니까 <자본>이 강요하는 인간성에 표준적기준에 못미치는 자의 비겁한 변명이었을까? 중고차라도 하나 뽑아서 임시교사라도 해볼까 하는 고민의 끄트머리에서, 언뜻 해보는 생각들입니다...차...모든 생각...그래요. 경상도 사투리로 그냥 차삐라....모든 생각들, 다 허무한 공상들, 이데올로기들, 전도된 몽상들...차가 있으면, <정상적>으로 나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하듯, 그런 위선은 부리지 않겠지....아...리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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