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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로 반가워하던 마음도 잠시, 이번에는호우경보라는
소식을 접하며,살면서 세상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였으나 새삼
세상은 작은 것조차 뜻대로 되기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났지만 전혀 다른 행적을 산 노촌 선생님과 최규하씨,
더구나 최규하씨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루어 진다는 소식을 접하며 씁쓰레지는
마음을 내 자신이 놀라 얼른 후다닥 집어접는다.
아직도 세상에 대해 실망할 무엇이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말인가.

80년의 봄은 희망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 새내기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다.
그후, 살아남아 있다는 것조차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느끼며 우리는 방황했고
각자 유학으로, 결혼으로, 혹은 공장으로,농촌으로....그렇게 숨을 곳을 찾아갔다.
나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결혼을 택했다.
나는 내가 행복해서는 않 된다는 강박증같은 것을 가지고 내 결혼이 도피이고 현실과 타협한 내 자신을 불행하게 설정해 놓고 완벽한 남편을 존경은 하지만 결코 사랑은 할 수 없다는 것으로 나를 불행한여자로 만들어 놓았다.
그후 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불행한 여자의 표상처럼 완벽한 남편에게 대항하는
것으로 내 인생을 소모하고 있었다.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서 화를 낸 적이 없었던 사람, 한 번도 자신의 말을
어긴 적이 없었던 사람,그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라는 사실에 나는 경악하며
인간이 아닌 기계와 산다는 느낌에 나는 불행해야했다.
아이들이 크자 나는 아이들과 작당을하여 함께 가출을하기도 하고 아이들
담임 선생님을 속여 결석을 하기도 하며 그렇게 남편과 담임 선생님들의
속을 썩이는 아내이고 엄마로 살았다.
아이들이 술을 먹고 싶다면 몰래 불러내서 함께 술을 마셔, 딸의 친구
엄마들에게도 '악의 축'으로 불리며 가까이하지 않아야 할 '엄마1호'로 살아왔다.
게다가 술만 마시면 앞, 뒤, 꼬리, 다 잘라버리고 중간 말만 듣고, 칼을 빼고 풍차
앞으로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그렇게 나는 좌충우돌 사오정으로 살고있다.

몇 일 전에도 부산에서 열리는 심포지움에 왔다며 짐을 풀자마자 메일을 보낸
일흔이 넘은 노교수님에게 마침 술을 마시고 메일을 연 나는 교수님이 부산에
왔다는 글자만 보고 화를 내어 소식도 없이 부산에 있느냐며 잘 먹고 잘 살라는
투의 메일을 보내놓고 그 다음 멀쩡한 정신에 메일을 읽어보고 난 후,일을 어떻게
수습할 지 몰라  미친년! 미친년! 그렇게 내 머리를 한참 때리고 난 후에 정중하게 (?) 사과의 글을 보내 겨우 용서 받은 적이 있다.

감사하게도 교수님은 그 모든 것을 나의 열정과 감수성으로 좋게 이해하는
메일을 보내주셨다.
또 하나  고마운 것은 그런 자충우돌 사오정 엄마를 아이들은 가장 존경하고
이해하며 오늘도 엄마에게 정직하고, 적어도 효도하기 위해 은행을 터는
아이들로는 자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아주 조금 철이(?)들어 나의 모든 어깃장에도 묵묵히 큰 아량으로
감싸주던 남편의 마음에 고마워 할 수 있게 되었고 기계같은 정확함과 완벽함마저
이해하게 되었다.

가을내 달려 있던 잎새들이 지난 밤 비에 떨어져 길은 수북한 낙엽들로 가득하다.
내가 살고 있는 산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오늘,
그리고 아직은 떨어 질 잎들이 남아 있는 지금,
높은 산과 깊은 물은 세상에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연이 나에게
가르켜 준 지혜를 배우며 비극은 희극과 상통한다는 말에 동의하며 이제야 좌충우돌 사오정 이 여자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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