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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10월의 끝 날이네요.  이 좋은 계절, 아름다운 가을이 또 한번 우리 곁에
왔다가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눈길 닿는 곳마다 넘실거리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 풍경에 절로 가슴 가득 기쁨이 넘치고 행복에 젖게 됩니다.

'춘하춘하' 그것도 아무 멋~~~ 없는 미적지근한 봄 여름의 반복 (가끔 한번씩
화끈하게 더운 "인디안 섬머"가 있긴 하지만)... 미국 L.A.에서는 꿈도 꾸어볼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참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바로 대한민국의 가을 입니다.
이렇게 여기 이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이 최고 멋진 풍경 속에 숨쉬고 서 있다는 것,
그 것 하나 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드리는 마음이 됩니다.  

이 좋은 계절, 10月이 다 가기전에...  선생님의 10月 편지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역시 가을이라 그런지 더 깊어진 선생님의 사색이요,  더욱 맑고 투명하게 비쳐지는
선생님의 생각이, 마음이, 모습이 멋진 가을풍경과 함께 쪽마다 빛나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아쉬워 스무여 통 중 몇몇만 함께 보겠습니다. Okay?!  ^^*

1970년 10월, 안양교도소에서 동생에게 쓰신 [객관적 달성보다 주관적 지향을]
   "오랜만에 띄운다. 그동안 편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입을
    열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으로서 내가 네게 해두고
    싶은 말은 나를 '불행한 형'으로 간주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독방은 강한 개인이 창조되는 영토이다.  방 하나 가득한 중압.  그 한복판에
    정좌하여 호흡을 조섭하면 둥실 몸이 뜨는 무중력의 순간이 있다.  무중력 상태..."

(2년 넘는 감옥 속의 28세의 젊은 선생님...그 모습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71.10.7.  아버님께,  [잎새보다 가지를]
   "벌써 中秋... 저는 낙엽이 지고 난 가지마다에 드높은 가지들이 뻗었음을 잊지
   않습니다. 아우성처럼 뻗어나간 그 수많은 가지들의 합창 속에서 저는 낙엽이
   결코 애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겠습니다...  잎새보다는 가지를, 조락보다는
   성장을 보는 눈, 그러한 눈의 명징(明澄)이 귀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

(인삿말까지 딱 7 문장인데 영어로 번역하려니 1 Page도 모자라고 Iimpossible...!!!)

77.10.4.  계수님께,  [옥창 속의 역마]
   "양말 세 켤레. 추석이었습니다. 먼저 손에다 신어보았습니다. 설빔 신발을
   신고 연신 골목으로 나가고 싶던 예의 그 역마벽(驛馬癖)...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 꿈 찾아나서는 방랑이란 풀이를 나는 좋아합니다...   "

("역마~"이 끼었다는 얘기 듣는 나 역시... 선생님의 풀이가 퍽 맘에 듭니다!  ^^*)

77.10.15, 아버님께,  [창랑의 물가에서]
   "벌써 10월 중순.  첫 매가 아프듯 첫 추위가 시리다고 합니다만... 저는 낮으로는
   줄곧 공장수들이 출역하고 난 빈 방에 건너와서 종일 붓글씨를 쓰며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방은 저희들이 있는 방과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몸때 얼룩진 벽
   에는 고달픈 보따리들을 올망졸망 매달아 두었고 방 한 구석에는 간 밤의 체온이
   밴 침구가 반듯이 개여 식고 있습니다. 저는 이 방의 주인들이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들어 올 때까지 이 작은 공간의 임자가 되든 것입니다.  공방의 정밀靜謐
   은 정토(淨土)의 청정(淸淨) 같은 것.  어느 때 창랑(滄浪)의 물처럼 마음이
   맑아지면 심혼은 다시 갓끈을 씻으려 할 것인가. 생각은 공방을 다 메울 듯 합니다.

   옥죄이는 징역살이 속에서 이나마 조용한 시공(時空)을 점유한다는 것은 흡사
   옥담 위의 풀처럼 '귀한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혼자라는 것이
   결코 사람의 처소가 아님을 모르지 않습니다. 숱한 사람들의 은원(恩怨) 속
   격려와 지탄과 애정과 증오의 와중에서 비로소 바르게 서는 것임을....

   천수고 불감불국, 하늘이 비록 높아도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으며,
   막견어은 막현어미, 아무리 육중한 벽으로 위요된 자리라 하더라도 더 높은
   시점에 오르고 더 긴 세월이 흐르면 그도 일식(日食)처럼 만인이 보고 있는
   자리인 것을.... 저에게 주어진 이 작은 일우(一隅)가 비록 사면의 벽에 의하여
   밀폐됨으로써 얻어진 공간이지만, 저는 부단한 성찰과 자기부정의 노력으로
   이 닫힌 공간을 무한히 열리는 공간으로 만들어감으로써 벽을 침묵의 교사로
   삼으려 합니다.  필신기독(必愼基獨), 혼자일수록 더 어려운 생각이 듭니다."

(정말 좋아하는 편지!  어떻게 이토록 깊고 처절한 아픔을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는 것인지... 대단하신 한문 실력에, 정묘한 글솜씨에 정확간교한 표현에
기막히고 놀랍니다. '천수고 불감불국...막견어은 막현어미' 한글로도 힘드네요!)

1978년 추석, 아버님께,  [한가위 달]    
   "오늘은 추석이고 달도 밝아 습작으로 시 한 수 만들어 보았습니다.
      '무애중천월   장운불감병   영휴수무상   지시월상영'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긴 구름도 붙잡지 못합니다.
     차고 이울기를 거듭한다지만 사실은 달 위의 그림자가 그러는 것일 뿐입니다."

(에공, 선생님은 한문으로 시 쓰시는데, 어찌 이 몸은 한글 따라쓰기도 힘드는고...?!!)

79.10.30.  아버님께,  [추성만정 충즉즉]
   "'초불지이색변 목조지이엽탈'--추풍에 풀잎은 색이 바래고 나무는 잎사귀를
   떨군다.  마침 읽어본 구양수의 추성부(秋聲腑) 일절이 몸에 스미는 한기와
   함께 절실한 감개를 안겨줍니다....  

   글씨는 갈수록 어려워 古人들이 도(道)자에 담은 뜻이 그런것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길'이란 그 향하는 바가 먼저 있고나서 다시 무수한
   발걸음이 다지고 다져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붓끝처럼 스스로를 간추리게 하는 송연하리만큼 엄정한 마음가짐이 아니고서
   감히 무엇을 이루려 하는 것은 한마디로 '탐욕'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타협과
   유행, 모방과 영합이 흔천해진 시류 속에서 어느덧 적당하게 되어버린 저희들의
   사고 속에서 조상들의 대쪽 같던 정신을 발견해내기란 영영 불가능하지나
   않을는지....     잠든 동자를 깨워 더불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또 한번 선생님의 한문과 글 실력에, 측정하기 힘든 사색의 깊이에 놀래키는 편지!
한글로 따라쓰기도 힘든 글귀들 속에 구구절절 배움과 깨달음이 쏟아져 내립니다.)

80.10.1.  어머님께,  [어머님 앞에서는]
   "어제는 무사히 귀경하셨을 줄 믿습니다.
    어머님께서 손수 장만하신 점심을 먹어서 그런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 일들이 되살아나는 긋합니다.  어머님 앞에서는 모든 아들들이 항상
    어린 마음이 되게 마련인가 봅니다.  
    
    어머님을 뵙고 난 어젯밤에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죽어서 망우리 어느 묘지에 묻혀 있다면,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쯤에는 어머니의 아픈 마음도 빛이 바래고 모가 닳아서 지금처럼 수시로
    마음 아프시지는 않고 긴 한숨 한 번쯤으로 달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만, 그러나 어제처럼 어머님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머님께서 손수 만드신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실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추석에 마음 아프시고 겨울에는 추울까 여름에는 더울까 한밤중에
    마음 아프시기는 하지만 역시 징역 속이지만 제가 살아 있음이 어머님과
    더불어 마음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나 하시는 말씀처럼 부디
    오래 사셔서 여러가지 일들의 끝을 보실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반 페이지의 편지 전체를, 읽으며 쓰다보니, 모두 다 올리게 되었네요.  읽으면서,
쓰면서, 곳곳에서 가슴 뭉클하여 여러차례 눈물 지었습니다.  편지 한 통에, 그것도
딱 반 페이지 정도의 글 속에 담긴 母子의 사랑이 이렇게 깊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또 그 사랑이 이 짧은 편지 속으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편지를 읽는 이에게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와 속 깊이 느껴질 수 있게 하는 것인지...?!!!  정말 놀랍네요!)

80.10.10.  계수님께,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추유황색(秋有黃色), 들국화가 겨울 옷매무새를 채비하느라 금빛 단추를
   여민다던 고인(古人)들의 추정(秋情)은 묵향 바랜 시편에나 남았을 뿐,
   농약과 화학비료에 얼룩진 벌판에 허수아비는 비닐옷을 입어 풍우를 근심
   않는다던가....
  
   사과장수는 사과나무가 아니면서 사과를 팔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정직한 말을 파는 세로(世路)에서, 발파멱월(撥波覓月), 강물을 헤쳐서 달을
   찾고, 우산을 먼저 보고 비를 나중 보는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지는 계절--
   남들의 세상에 세들어 살듯 낮게 살아온 사람들 틈바구니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가을이면 먼저 어리석은 지혜의 껍질들은 낙엽처럼 떨고
   샆습니다.  군자여향(君子如嚮), 종소리처럼 묻는 말에 대답하며 빈 몸으로
   서고 싶습니다."

(이렇게 사색 깊고 멋진 글 읽으면서 한글/한문 글공부에 인생, 문학 공부도 합니다!)

80.10.14.  아버님께,  [영원한 탯줄의 끈]
   "가서(家書)를 받을 때, 소포 꾸러미를 받고 무인(拇印)을 찍을 때, 접견
   호명을 받을 때 그리고 오늘처럼 봉함엽서를 앞에 놓고 생각에 잠길 때...,
   저는 다시 한번 영원한 탯줄의 끝에 달린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거미줄같이 수많은 관계 속에 서지 않을 수 없고 보면
   '관계는 존재'라는 명제의 적실(適實)함에 놀라지 얺을 수 없습니다.

   낙양성리견추풍 욕작거서의만중...  10月 중순 객지를 사는 사람들이
   중추의 깊은 하늘에 고향을 떠올리는 시절입니다.  

   복도에 꾸부리고 앉아서 편지 쓰는 사람들의 수의(囚衣)에 싸인 굽은 등이
   스산합니다....."

(따라쓰고 베끼기도 힘든 한문, 그러나 멋진 구절.  '관계'에 대해 다시 짚어보게
만드는 편지입니다.  끝절 읽으며 "수의에 싸인 굽은 등"의 모습에 가슴 한 구석
스산해지며 어디선가 찬바람이 한기를 몰고 오는듯 합니다.)    
  
80.10.20.  형수님께,  [낮은 곳]
   "사다리를 올라가 높은 곳에서 일할 때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글씨가
    바른지 삐뚤어졌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코끼리 앞에 선 장님의
    막연함 같은 것입니다.

    저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봄으로써 겨우 바른 글씨를
    쓸 수 있었습니다.
    
    푸른 과실이 햇빛을 마시고 제 속의 쓰고 신 물을 달고 향기로운 즙으로
    만들 듯이 저도 이 가을에는 하루하루의 아픈 경험들을 양지바른 생각의
    지붕에 널어, 소중한 겨울의 양식으로 갈무리하려고 합니다."

(딱 다섯 문장밖에 안되는 이 짧은 편지.  높은 곳에 올라가 간판 글씨를 쓰는 일에
대한 이야기 속에 뜻깊은 생각과 가르침을 주고 많은 깨달음을 허락합니다.  결코
진실은 긴 설명이나 멋진 표현력에 있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편지!)

이 외에도 선생님의 정말 멋진 가을 편지들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있습니다,  
11月 편지들 속에도 진짜 아름다운 가을 풍경들 (힘든 한문 구절들도 많~이 있음)
펼쳐져 있습니다.  '숲' 나무님들 바쁘시겠지만 이 좋은 가을이 다 가기전에 꼭 시간
내셔서 가을 편지들 속에 있는 멋진 가을 사색, 가을 풍경, 가을 산책  즐겨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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