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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이란 진실의 조각 그림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편만 더 읽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 역시 국풍입니다. 『시경』을 사실성의 관점에서 읽다보니까 국풍만을 읽게 됩니다.

    陟彼岵兮 瞻望父兮 父曰 嗟予子 行役夙夜無已 上愼旃哉 猶來無止
    陟彼ゥ兮 瞻望母兮 母曰 嗟予季 行役夙夜無寐 上愼旃哉 猶來無棄
    陟彼岡兮 瞻望兄兮 兄曰 嗟予弟 行役夙夜必偕 上愼旃哉 猶來無死
                                                                       ―魏風, 「陟岵」

   이 시가 수집된 위魏나라는 순舜, 우禹가 도읍했던 땅으로 유명하지만 강국인 진秦, 진晉과 접하여 잦은 전쟁과 토목공사로 이산離散의 아픔을 많이 겪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는 징병되었거나 만리장성 축조에 강제 징용된 어느 젊은이가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마 당대에 가장 보편적인 이산의 아픔이었다고 짐작됩니다. 감옥 속에서 내가 이 시를 읽었을 때의 감회가 생각납니다만,생각하면 이산의 아픔은 산업사회와 도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보편적 정서이기도 합니다. 고향을 떠난 삶이란 뿌리가 뽑힌 삶이지요. 나는 사람도 한 그루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시의 정서는 3천 년을 사이에 둔 아득한 옛날의 정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산에 올라 아버님 계신 곳을 바라보니 아버님 말씀이 들리는 듯.
    오! 내 아들아. 밤낮으로 쉴 새도 없겠지.
    부디 몸조심하여 머물지 말고 돌아오너라.
    산에 올라 어머님 계신 곳을 바라보니 어머님 말씀이 들리는 듯.
    오! 우리 막내야. 밤낮으로 잠도 못 자겠지.
    부디 몸조심하여 버림받지 말고 돌아오너라.
    산에 올라 형님 계신 곳을 바라보니 형님 말씀이 들리는 듯.
    오! 내 동생아. 밤이나 낮이나 집단행동 하겠지.
    부디 몸조심하여 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너라.        ―「산에 올라」

   전체의 내용으로 미루어 이 시의 당사자는 미혼의 청년입니다. 낭군을 걱정하는 아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요. 부, 모, 형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중국역대시가선집』에서는 ‘유래무기’猶來無棄를 “이 어미 저버리지 말고 돌아오너라”로 해석했습니다. 공역자인 기세춘 선생이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절절한 마음을 담으려면 버림받지 말고 돌아오라는 의미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필해’必偕를 “집단행동”이라 번역했습니다만, 뜻은 작업조에 편입되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처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마 형님이 먼저 겪었던가 보지요.

   만리장성에 올랐을 때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책에도 이 시를 소개했습니다. 나는 관광지로 유명한 팔달령八達嶺으로 가지 않고 찾는 사람도 별로 없는 사마대司馬臺로 갔습니다. 팔달령은 관광 목적으로 개축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감회가 덜할 것 같았지요. 반면에 사마대는 마침 단 한 명의 관광객도 없는 쓸쓸하기 그지없는 정경이었습니다. 눈까지 내려 더욱 쓸쓸했습니다. 멀리 뻗어 있는 장성을 따라 시선을 던지며 그 엄청난 역사役事에 감탄하기도 하고 벽돌 한 장 한 장에 담겨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에 몸서리치기도 했습니다.

   만리장성은 동쪽 산해관에서 서쪽 가욕관에 이르는 장성입니다만, 만리장성이 시작되는 지점은 산해관의 망루에서 1km 정도 떨어진 발해만의 노룡두인데 이곳에 맹강사당孟姜祠堂이 있습니다. 맹강녀孟姜女의 한 많은 죽음을 기리는 사당입니다. 맹강녀의 전설은 이렇습니다. 진시황 때 맹강녀의 남편 범희양이 축성築城 노역에 징용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편지 한 장 없는(杳無音信) 남편을 찾아 겨울옷을 입히려고 이곳에 도착했으나 남편은 이미 죽어 시골屍骨마저 찾을 길 없었지요. 당시 축성 노역에 동원되었던 사람들이 죽으면 시골은 성채 속에 묻어버리는 것이 관례였다고 합니다. 맹강녀가 성벽 앞에 옷을 바치고 며칠을 엎드려 대성통곡하자 드디어 성채가 무너지고 시골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맹강녀는 시골을 거두어 묻고 나서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것이지요. 맹강녀 전설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성채가 무너지고 시골이 나오다니 전설은 전설입니다.

   그러나 사실과 전설 가운데에서 어느 것이 더 진실한가를 우리는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실보다 전설 쪽이 더 진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학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어떤 혼魂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시경』의 시가 바로 이러한 진실을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란 결국 진실을 구성하는 조각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의 조합에 의하여 비로소 진실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문학의 세계이고 시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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