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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 없는 생각이 시의 정신입니다

   『시경』에는 모두 305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절반이 넘는 양이 국풍입니다. 국풍은 각국의 채시관採詩官이 거리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백성들의 노래를 수집한 것입니다. 이처럼 백성의 노래를 수집하는 주周나라의 전통은 한漢나라 이후에도 이어져 악부樂府라는 관청에서 백성들의 시가를 수집하게 됩니다.
   『시경』의 시는 약 3천여 년 전의 세계 최고最古의 시입니다. 은말殷末 주초周初인 기원전 12세기 말부터 춘추春秋 중엽인 기원전 6세기까지 약 600년간의 시詩와 가歌를 모아 기원전 6세기경에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경』은 중국 사상과 문화의 모태가 되고 있습니다. 『시경』은 제후국 간의 외교 언어로 소통되었으며 이를 통하여 공통 언어가 성립되고 나아가 중국의 문화적 통일성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기강이 어지러워지고 민중적인 정신이 피폐해지면 고문 운동古文運動, 신악부 운동新樂府運動 등 문예 혁신 운동을 벌여 민중 정서에 다가서기를 호소합니다. 근세 이후에는 고문 운동이 오히려 보수화의 논리와 결합되었다는 비판도 없지 않습니다만, 『시경』의 이러한 사회시社會詩로서의 성격은 문학의 사실주의적 전통으로 이어졌으며 동시에 고대사회를 이해하는 귀중한 사료로 『시경』의 가치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문학의 길에 뜻을 두는 사람을 두고 그의 문학적 재능에 주목하는 것은 지엽적인 것에 갇히는 것입니다. 반짝 빛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문학 본령에 들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역사적 관점에 대한 투철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 시대와 그 사회의 애환이 자기의 정서 속에 깊숙이 침투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시 한 편을 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投我以木瓜 報之以瓊쩆 匪報也 永以爲好也
   投我以木桃 報之以瓊瑤 匪報也 永以爲好也
   投我以木李 報之以瓊玖 匪報也 永以爲好也        ―衛風, 「木瓜」
   나에게 모과를 던져주기에 나는 아름다운 패옥으로 갚았지.
   보답이 아니라 뜻 깊은 만남을 위해서라오.
   나에게 복숭아를 던져주기에 나는 아름다운 패옥으로 갚았지.
   보답이 아니라 변함없는 우정을 위해서라오.
   나에게 오얏을 던져주기에 나는 아름다운 패옥으로 갚았지.
   보답이 아니라 영원한 사랑을 위해서라오.        ―「모과」

   해석은 내가 공역한 『중국역대시가선집』의 번역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만 경거瓊쩆, 경요瓊瑤, 경구瓊玖는 2절 3절에서 단조로운 반복을 피하려고 변화를 준 것입니다. 어느 것이나 아름다운 패옥으로 풀이해도 됩니다. 그리고 ‘영이위호야’永以爲好也는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정도가 적당합니다. 역시 단조로운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 만남이나 우정으로 번역하여 변화를 주려고 한 것이지요.

   이 시는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기린 시라 하였으나 완벽한 연애시라 해야 합니다. 당시에는 남녀간의 애정 표시로 과일을 던지는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합니다. 이 시는 남녀가 편을 나누어서 화답하는 노래, 또는 메기고 받는 노래로 추측됩니다. 이 시는 남녀간 애정 표현의 자유로움뿐만이 아니라 놀이와 풍습을 연상케 합니다. 이 시 역시 위衛나라에서 수집한 국풍입니다.

   『시경』에는 국풍 이외에 궁중에서 연주된 105편의 의식곡儀式曲도 있으며 종묘宗廟의 제사 때 연주된 40편의 무용곡舞踊曲도 실려 있습니다만, 국풍만 읽기로 하겠습니다.
공자는 『시경』의 시를 한마디로 평하여 ‘사무사’思無邪라 하였습니다(詩三百篇 一言以蔽之思無邪). ‘사무사’는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사특함이 없다는 뜻은 물론 거짓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인의 생각에 거짓이 없는 것으로 읽기도 하고 시를 읽는 독자의 생각에 거짓이 없어진다는 뜻으로도 읽습니다. 우리가 거짓 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 시를 읽는다는 것이지요.
다음 시는 정鄭나라에서 수집한 시입니다. 정풍鄭風입니다. 음탕하다고 할 정도로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子惠思我 褰裳涉溱 子不我思 豈無他人 狂童之狂也且
   子惠思我 褰裳涉洧 子不我思 豈無他士 狂童之狂也且        
                                                      ―鄭風, 「褰裳」

   당신이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치마 걷고 진수라도 건너가리라.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남자가 그대뿐이랴.
   바보 같은 사나이 멍청이 같은 사나이.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치마 걷고 유수라도 건너가리라.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내가 그대뿐이랴.
   바보 같은 사나이 멍청이 같은 사나이.           ―「치마를 걷고」

   이 정도의 번역은 상당히 점잖게 새긴 셈입니다. 『시경』의 세계가 충성의 세계가 아니라는 반증이 되기도 합니다. 거짓 없는 정한情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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