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겨울의 싸늘한 냉기 속에서 나는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봄을 기다린다.
천장과 벽에 얼음이 하얗게 성에져서, 내가 시선을 바꿀 때마다 반짝인다. 마치 천공(天空)의 성좌(星座) 같다. 다만 10와트 백열등 부근 반경 20센티미터의 달무리만 제외하고 온 방이 하얗게 얼어 있다.
1월 22일 3호실로 전방(轉房)되어 왔다.
방안 가득히 반짝이는 이 칼끝 같은 '빙광'(氷光)이 신비스럽다. 나는 이 하얀 성에가, 실은 내 입김 속의 수분이 결빙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내뿜는 입김 이외에는 얼어붙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천공의 성좌 같은 벽 위의 빙광은 현재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세계'이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이 빛은 더욱 날카롭게 서슬이 서는 듯하다. 나는 이 빙광이 날카로워지면서 파릇한 빛마저 내뿜는 때를 가장 좋아한다.
그저께는 바깥 날씨가 많이 풀린 모양인지 이 벽의 성에가 녹아내리는 것이었다. 지렁이처럼 벽을 타고 질질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흡사 '시체'처럼 처량하고 징그럽다. 지렁이의 머리짬에 맺힌 물방울에서 흐릿한 물빛이 반사되고 있기는 하다. 흐릿하고 지루한 빛을 둔하게 반사하면서 느릿느릿 벽을 타고 기어내린다. 그것도 한두 마리의 지렁이가 아니라, 수십 마리의 길다란 지렁이가 거의 같은 속도로 내려올 때 나는 공포를 느낀다. 끈적끈적한 공포가 서서히 나를 향해서 기어오는 듯한 느낌이 눈앞의 사실로 다가온다.
이런 축축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나는 어서 기온이 싸늘히 내려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방안 가득히 반짝이는 그 총명한 빙광을, 그 넓은 성좌를 보고 싶다.
그 번뜩이는 빛 속에서 냉철한 예지의 날을 세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