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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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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형수님께


눈이 오는 날은 눈사람처럼 속까지 깨끗하게 되고 싶다던 '무구(無垢)한 가슴'이 생각납니다. 모든 추(醜)함까지도 은신시키는 기만의 백색에 둘리지 말자던 '냉철한 머리'가 아울러 생각납니다.
그러나 눈이 오는 날은 역시 후에 치러야 할 긴 한고(寒苦)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상당한 감정의 상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납전삼백(臘前三白)이면 풍년이 든다는데 초설(初雪)이 유난히 풍성한 금년은 벌써 이백(二白)입니다.
새해에는 이웃과 함께 웃을 수 있는 큼직한 기쁨이 있으시길 빌며 연하(年賀)에 대신합니다.

 

 

1979.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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