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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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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마저 징역살이
계수님께


꿈에 서방 만난 홀어미가 이튿날 내내 머리 빗을 기력도 없이 뒤숭숭한 마음이 되듯이, 교도소의 꿈은 자고 난 아침까지도 피로를 남겨놓는 꿈이 많습니다.
급히 가야겠는데 고무신 한 짝이 없어 애타게 찾다가 깬다든가,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울마다 거기 모르는 얼굴이 버티고 섰다든가, 다른 사람들은 닭이나 오리, 염소, 사슴같이 얌전한 짐승들을 앞세우고 가는데 나만 유독 고삐도 없는 사자 한 마리를 끌고 가야 하는 난감한 입장에 놓이기도 하고…….
교도소의 꿈은 대개 피곤한 아침을 남겨놓습니다. 뿐만 아니라 양지바른 시냇가를 두고 입방(入房) 시간에 늦을까봐 부랴부랴 교도소로 돌아오는 꿈이라든가……. 징역살이 10년을 넘으면 꿈에도 교도소의 그 거대한 인력(引力)을 벗지 못하고 꿈마저 징역 사는가 봅니다. 우리는 먼저 꿈에서부터 출소해야 하는 이중의 벽 속에 있는 셈이 됩니다.
겨울 밤 단 한 명의 거지가 떨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겐 행복한 밤잠의 권리는 없다던 친구의 글귀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불행이란 그 양의 대부분이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 계신 분들의 건강을 빕니다.

 

 

198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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