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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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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앞에서는
어머님께


어제는 무사히 귀경하셨을 줄 믿습니다.
어머님께서 손수 장만하신 점심을 먹어서 그런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 일들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어머님 앞에서는 모든 아들들이 항상 어린 마음이 되게 마련인가 봅니다.
어머님을 뵙고 난 어젯밤에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죽어서 망우리 어느 묘지에 묻혀 있다면,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쯤에는 어머니의 아픈 마음도 빛이 바래고 모가 닳아서 지금처럼 수시로 마음 아프시지는 않고 긴 한숨 한 번쯤으로 달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만, 그러나 어제처럼 어머님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머님께서 손수 만드신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실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추석에 마음 아프시고 겨울에는 추울까 여름에는 더울까 한밤중에 마음 아프시기는 하지만 역시 징역 속이지만 제가 살아 있음이 어머님과 더불어 마음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나 하시는 말씀처럼 부디 오래 사셔서 여러 가지 일들의 끝을 보실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1980.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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