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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계수님께


미루나무의 까치도 집 지어 조용히 알을 품었습니다.
더는 추위가 없겠지요.
봄인사를 뒤로 뒤로 미루어오던 우리도 이제는 무사히 겨울을 지낸 안도를 나눕니다.
우리는 악수하는 대신에, 상대방의 오른손과 나의 왼손을, 또는 반대로 상대방의 왼손과 나의 바른손을 잡는, 좀 독특한 악수를 곧잘 나눕니다. 악수의 흔한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우리들의 마음을 악수와는 다른 그릇에 담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우리의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오래전부터 해왔듯이 아예 상대방의 손이나 팔을 만져보기도 합니다. 몸 성함의, 무사함의 원시적 확인입니다. 내게도 물론 보통의 악수를 나누는 사람과 그런 악수로는 어딘가 미흡한 사람의 다소 어렴풋한 구별이 없지 않습니다.
금년 겨울의 혹한을 실감케 해준 닛다 지로(新田次郞)의 {알래스카 이야기}(アラスカ物語)에도 극지의 에스키모인들이 그 모진 자연과 싸우는 동안에 만들어낸 독특한 문명들 ― 야만이라 비칭(卑稱)되기도 하는 ― 이 소상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몸에 맞는 옷이 편한 법. 나도 오랜 징역살이에 뜸이 들어 이젠 이곳의 문명들이 마음 편한가 봅니다.
동생 다녀간 편에 소식 잘 들었습니다. 징역 사는 형에게 무언가 더 해주어야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1981.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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