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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에 쓴 제 교단일기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자전거 전용도로 만들기'는 뜻밖의 호재로 잘 나가고 있지만 도리어 드러나는 성과가 아닌 과정에 더 중심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벤트성 행사나 자치단체의 선심성 행정으로 빛좋은 게살구가 될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아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삶터를 되돌아보면서
더디더라도 튼실한 기초를 쌓아야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선생님께서는 아마 이런 상황을 두고 진선진미라고 말씀하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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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에서 '학교주변 자전거 도로설치 요구에 대한 중간 회신'이 왔다.


1. 서울당산초등학교 5학년 2반 장세현 외 31명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 우선, 자전거 이용과 관련하여 많은 관심을 갖고 의견을 보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3. 서울당산초등학교 주변 자전거 통학로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사항에 대해 관할 자치구와 주민 의견수렴을 하는 관계로 2006년 11월 초순에 최종의견을 회시할 예정에 있음을 알려드리오니 많은 이해바랍니다.

4. 아울러, 자전거가 생활교통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바라며 좋은 의견을 보내주신 학생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끝.

서울특별시장
담당자, 교통운영팀장, 교통운영담당관
시행 교통운영담당관 -8586 (2006.10.27.) 접수



아침에 받은 편지(?) 공문으로 아이들과 함께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나는 조금은 섭섭했다.

정겨운 답장을 원했기 때문이다. 무미건조한 공문투로 아이들이 보낸 편지에 답한 곳이 조금은 아쉬웠기에..

하지만 아이들과 반갑게 그 공문을 보았고
기념으로 복사를 해서 다 한 장씩 나눠가졌다 ^^*

무엇보다 오늘은 우리 반 '자전거 도로 만들기' 동아리 친구 9명과 학교 주변을 답사하기로 한 날이라 더 뜻깊었다.

그리고 답사를 위해 자전거 21 사무총장으로 계신 오수보 선생님께서 직접 와 주셨다.

덕분에 자전거 전용도로 보다 더 소중한 아이들의 안전과 현재 우리 도로 여건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구 지역을 꼼꼼하고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꾀나 위험한 환경에 내몰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거철이 되면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이라며 아이들을 안고 사진을 찍기 보다는 아이들이 평소 어떻게 지내고, 또 그들이 자전거를 타고 노는 집 주변 도로 사정이 어쩐지를 살펴보는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말이다.

아이들과 새 길을 만드는 것도 소중하지만, 그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진정 무엇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더불어 성장할 것인가를 헤아려보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아이들이 다니는 길을 보며 나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장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우선 자전거 횡단도 라든가 기본적으로 운전자들에게 자전거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을 할 수 있는 안내표지판과 도로 표시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과정에서 '로드 다이어트' 즉 도로 폭을 운전자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도 병행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답사를 하고 학구도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조금이라도 세심하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표시를 했다.

더불어 아이들이 평소에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등을 배우면서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사실 나는 자전거를 동경하지만 잘 타지는 못한다.
세 번이나 자전거를 잃어버린 쓰라린 상처가 있지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의 매력 때문에 자전거를 좋아한다.

찬찬히 일상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는 넉넉함으로
새 길을 만들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더디가더라도 기본을 채울 수 있는 과정으로 아이들과 일을 펼쳐야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을 맞을 뻔 했는데..

방금 전에 졸업한 중학생 제자가 찾아왔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성실하고 우직한 친구인데..
친구의 근황을 알려주기 위해 멀리 찾아온 것이다.

으레 밥을 사달라고 졸라댈 줄 알았던 친구가 하는 말이
나를 잘 따르던 친구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를 비관해서 칼로 자신의 손을 그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참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찡했다.

자신의 장래를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며 해맑게 방학 전에 찾아 온 친구인데..
2학기가 되어 집안이 급격히 기울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한 듯싶었다..


말을 전해주러 온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꼭 그 친구가 조금 회복되고 나면 함께 학교로 찾아오라고 했다.

사실 어떤 말을 해주기 보다는 그저 밥이나 한 끼 먹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의 넉넉함이 그 친구에게도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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