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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추워졌습니다.  가을의 뒷모습이 보이는듯 한데 아직도 숲길에는 코스모스랑
들국화가 환하게 웃으며 살랑거리고 "가을은 나의 계절!"이라고 자랑하듯 여기저기
빈터마다 가득 채운 억새풀이 당당하게 서서 바람에 흐느적거리며 춤을 춥니다.
가을숲은 계절이 오고감에 아랑곳 않는지, 아쉬움을 모르는지, 추위를 못느끼는지
깊어가는 가을빛을 한껏 찬란하게 내뿜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11月을 1 年 중 "가장 가혹한 달이다"며 가을과 겨울 사이
특별한 일없이 (추수감사=추석이 있지만 너무 늦어서) 견디기 힘든 달이라고들
얘기합니다. 그 다음으로 2월을 거론하지만 Valentine's Day가 있어 다소 참을만
하여 괜찮다고 하지요.  그래서 가장 인기(?)없는 11月 입니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어깨가 움츠려드는 11月...그러나 선생님의 멋~진 편지들이
있어 참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어머님의 붓글씨], [새벽 참새], [동방의 마음],
[교(巧)와 고(固)], [뜨락에 달을 밟고 서서], [녹두씨알], [보호색과 문신], [벼베기]
[낙엽을 떨구어 거름으로 묻고], [발밑에 느껴지는 두꺼운 땅], [가을의 사색],
[졸가리없는 잡담다발], [우리들의 갈 길], [관계의 최고 형태], [떠남과 보냄] 등등,
정말 깊어가는 가을 풍경속의 가을여행처럼 멋~진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딱
몇 개만 골라 (가능한 한 짧게!) 여기 적어봅니다. 가을의 끝자락까지 함께 가요, 네?!

80.11. 13.  어머님께,  [어머님의 붓글씨]:
    "어머님의 서투른 글씨와 옛받침이 좋습니다....
    春夏冬冬.... 夏夏冬冬... 원래 봄가을이 없다시피한 교도소의 계절..."
(선생님의 글씨 속에서 그 어머님의 글쓰시는 모습, 한문 외우시는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좀 길어 진 가을...마음껏 즐기고 계시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80.11.10.  계수님께,  [떠남과 보냄]:
   "빈약한 동거의 어느 어중간한 중도막에서....  나는 그에게 무엇이었던가?
    우리는 서로 어떠한 '관계'를 뜨개질 해왔던가? 하는 담담한 자성의 물음을
    간추리게 됩니다.  슬픔에 커진 눈으로, 궁핍에 솟은 어깨로, 때로는 욕탕의
    적나라함으로, 때로는 멀쩡하게 발톱 숨긴 저의로, 한 몸 인생이 무거워 짐
    추스리며, 몸 부대끼며 살아 온 이 팔레트 위의 우연같은 혼거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과연 무엇이 되어서 헤어지는지....

    다시 만나지 말자며 묵은 사람이 떠나고 나면 자기의 인생에서 파낸 한 덩이
    체험을 등에 지고 새 사람이 문 열고 들어 옵니다....
    '나의 친구들이 죽어서 나는 다른 친구를 사귀었노라. 용서를 바란다.'
    몽블랑의 시는 차라리 질긴 슬픔입니다.

    벌써 11월 중순, 바람과 함께 창에 서면, 저만치 높은 전신주가 겨울을 부르고
    있습니다."

(이 짧은 편지를 읽으면 나와 내가 맺고있는 수많은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삶의 거울, 맑은 샘물처럼 그 속에 내 모습을 비쳐 보는것 같습니다. 참말로!)

81.11.9.  형수님께,  [낙엽을 떨구어 거름으로 묻고]:
    "....엽락이분본, 발 밑에 낙엽을 떨구어 거름으로 챙기며 내년의 성장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낡은 담, 조락한 나무들 뒤 편에 이 처럼 발랄한
    어린이들의 약동이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 하나의 놀라운 교훈입니다...."

81.11.19.  계수님께,  [발 밑에 느껴지는 두꺼운 땅]:
    "망치로 검지손가락을 때려 하는 수 없이 손톱 한 개를 뽑았습니다.  언젠가의
    계수님의 여름처럼 불편한 한 주일이 될것 같습니다.  손가락의 아픔보다는
    서툰 망치질의 부끄러움이 더 크고, 서툰 솜씨의 부끄러움보다는 제법 일꾼이
    된 듯한 흐뭇함이 더 큽니다.  더러 험한(?) 일을 하기도 하는 징역살이가
    조금씩 새로운 나를 개발해 줄 때 나는 발 밑에 두꺼운 땅을 느끼듯 든든한
    마음이 됩니다...."

82.11.18.  형수님께,  [가을의 사색]:
    "....공허한 마음은 뼈만 데리고 돌아 온 '바다의 노인' 같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한번 온 몸으로 떠맡은 일 없이 그저 앉아서 생각만 달리는
    일이 부질없기가 얼음쪼아 구슬 만드는 격입니다.  그나마 내 쪽에서 벼리를
    잡고 엮어간 일관된 사색이 아니라 그때 그때 부딪쳐오는 잡념잡사의 범위를
    넘지 못하는 연습같은 것들이고 보면 빈약한 추수가 당연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위에 정직한 최선을 다하지 못한 후회까지 더 한다면 이제 문 닫고 앉아
    봄을 기다려야 할 겨울이 더 길고 추운 계절로만 여겨집니다....

    풍요보다는 궁핍이, 기쁨보다는 아픔이 우리를 삶의 진상에 맞세워주는 법이며
    ....가을의 사색도 이와 같아서 그것은 새로운 것을 획득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이미 알고있는 것들을 다짐하고 챙기는 '약속의 이행' 입니다.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 며느리의 자리, 형수의 자리... 숱한 자리마다
    올 가을에 큼직큼직한 수확 있으시기 바랍니다."

(정말 멋진 가을풍경 담은 가을의 사색이며, 또한 멋진 형수와 시동생 사이입니다.)

83.11.22.  형수님께,  [보호색과 문신]:
    "월간지 '자연'에는 특집으로 '벌레들의 속임수'가 계속 연재되고 있는데 지난
    달에는 애벌레와 나방들의 문양과 색깔에 관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없음은 물론, 자기 자신을 지킬 힘도, 최소한의 무기도 없는 애벌레들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 궁리해낸 기만, 도용, 가탁의 속임수들이 비열해보이기
    보다는 과연 살아가는 일의 진지함을 깨닫게 합니다.

    교도소에는 몸에 문신을 한 사람이 많습니다.  전과가 한두 개 더 되는 사람이면
    십중팔구 바늘로 살갗을 찔러 먹물을 넣는 소위 '이레즈미'를 하고 있습니다.
    용, 호랑이, 독거미, 칼...... 무시무시한 그림이나 복수, 필살, 일심 등 원한이나
    독기 풍기는 글을 새겨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신을 보는 사람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애벌레들의 안상문이나 경악색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는 "돈이나 권력이
    있든지 그렇지 못하면 하다못해 주먹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하되
    정곡을 찌른 달관을 이 서투른 문신은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불행한 사람들의 가난한 그림입니다.

    하루의 징역을 끝내고 곤히 잠들어 고르게 숨쉬는 가슴 위에 사천왕보다 험상
    궂은 어러굴로 눈떠 있는 짐승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한 마리의 짐승을
    배워야 하는 그 혹독한 처지가 가슴을 저미는 아픔이 되어 가득히 차오릅니다."

(어떻게 이 같은 처절한 상황에서 이렇게 세밀한 관찰력으로 볼 수 있으며,  본 것을
이렇게 애정깊은 시선에 담아 정묘한 표현력으로 그림 그리듯 표현하여 보여주는지,
가끔 선생님의 마음에는 특별한 렌즈가 있는 것인가, 때론 선생님은 자신의 처한
입장에서 한두 걸음 벗어나 마치 차원 높은 곳에서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듯이
이렇게도 침착하고, 담담하고 진지하게 말 하실 수 있는지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 편지 속 (p.266)에 있는 애벌레그림이 꼭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움칠~ 합니다!)

84.11.29.  형수님께,  [관계의 최고 형태]:
    "시대와 사회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처한 위치가 아무리 다르다
    하더라도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은 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어떤
    대상에 대한 인식의 출발은 대상과 내가 이미 맺고있는 관계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 이러한 대상과의 일체화야말로 우리들의 삶의 진상을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보게 해 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 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 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왜 이렇게 명백한 진실을 자꾸 잊고, 접고, 모르는 것처럼 사는 것인지... 새롭게
다가와 가슴 한 구석을 찌르는 깨달음에 고개 숙이게 됩니다!  머리도, 마음도,
손도, 발도... 별로 좋지않고 내어보일 것 하나 없는 사람이 어찌하여 이다지도...!!!)

84.11.10.  계수님께,  [벼베기]:
    "이번 가을에는 벼베기를 도우러 몇차례의 바깥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똑같은
    콩밥에 그 찬이지만 풀밭에 둘러앉아 먹는 맛이 또한 별미라 밥그릇이 대번에
    비어버립니다.  점심 후에 짚단 베고 잠시 누웠다 눈뜨니 고추잠자리 가슴에
    쉬고 갑니다.  실로 오랜만에 누워서 창틀에 잘려 각지지 않은 넓은 하늘 마음껏
    바라보았습니다.... 가을들에서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훈련을 쌓은 것이 마음
    흐뭇한 소득입니다.

    비록 가을 들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는 싦의 어느 터전에 처한다 하더라도
    자기 몫의 일에 대하여, 이웃의 힘겨운 일들에 대하여 결코 무력하거나 무심하지
    않도록 자신의 역량과 심정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징역살이라
    하여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여름 내내 청산을 이루어 녹색을 함께 해오던 나무들도 가을이 되고 서리내리자
    각기 구별되기 시작합니다.  단풍드는 나무, 낙엽지는 나무, 끝까지 녹색을
    고집하는 나무.....  질풍지경초, 바람이 눕는 풀과 곧추 선 풀을 나누듯, 가을도
    그가 거느린 추상(秋霜)으로 해서 나무를 나누는 결산(決算)의 계절입니다."

(우와아아... 진짜 멋~있는 멋쟁이 선생님의 멋~진 가을 편지들 입니다, 그죠?!!!
나는 무엇을 고집하며, 무슨 모양으로, 무슨 빛깔로 이 가을 숲에 서 있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 해 봐야겠습니다. 아마도 키 작은 풀 한포기 하나 숲에 서 있는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추위는 좀 그렇지만  선생님의 하얀 겨울편지들은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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