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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부산에 있는 금정산을 다녀오며
후배와 긴 시간 운전을 하며 혹은 산을 오르며 강의 시간에
할 수 없는 문학에 대한 속 깊은 얘기들을 할 수 있었다.
올 해 24살인 창각강의를 같이 듣는 후배는 문학에 대한
열병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 중에 한 명이다.
한국은 왜 이렇게 문학소녀 문학청년들이 많은지....
그 것이 후배말대로 펜 하나로 승부를 거는 가장 돈이
적게 들어가는 예술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예술가나 예술가이고자 싶은 사람들이
많다고 해야하나....
문학....
그 이중의 얼굴에 대해서 나는 언제나 회의적이였다.
문학의 상대는 지식인이거나 자칭 지식인이고자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비위를 맞추어 먹고살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부자에게 가난을 팔아 먹고 사는 직업이라면 너무 심할까....
문학이 인간을 조명하고 인간사를 해석하는 직업이라면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지향하며 꿈을 파는 직업이다.
정작 문학에 등장하고 문학에 중요한 구성이 되는 인물들은
대부분 ‘문학’이란 단어조차 생소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 문학이란 단어조차 부로 치부하고
자신들과 상관없는 배부른 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사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무슨 돈으로 책을 사보고
언제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단 말인가....
그들은 사는 것에 바빠 자신들이 왜 사는지조차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여유도 없이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어쩌면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배부른 자들의 전유물인지도 모른다.
문학은 바로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하여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며 고민하다 막을 내린다.
사실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고 싶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은 배부른 지식인이거나 자칭 지식인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도 대다수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런 의문조차 품지 못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문학은 그런 의문조차 품을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등장시켜 의문을 품는 배부른
사람들 상대로 장사를 하는 직업이라면 표현이 너무 심할까....
펜 한 자루로 시작했지만 대박을 터트리면 당장에 명성과 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불행 끝 행복시작의 직업이 문학인지도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신춘문예의 열병을 앓는 사람들이
모든 것들을 집어 던지고 산으로 절로 들어가 한 번 대박을 터트릴 환상에
사로잡혀 펜과 전쟁을 하며 지금도 수많은 인력들이 대한민국을 달군다.
나와 같이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멀쩡한 직장을 포기하고 뛰어나와 글을 쓰고 있는 사람, 대학까지 졸업하고
글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백수가 되어 글쓰기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 멀쩡한 대학을 다니다 때려치우고 바야흐로 그 위대한 글쓰기에 몰입한 사람....이 정도면 문학은 사람을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문학이란 병을 앓고 있는 정신병자들의 집단으로 보아도 과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병을 앓고 있는 순진한 사람들을 유혹하는 장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름도 거창한 무슨...문학.....사상...사조...계관...을 붙여가며 잡지가 생겨나고 그 잡지 500권을 사면 그 잡지 속에서 등단을 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문학소녀, 문학청년으로 불리고 싶어 하는 순진한 사람들이 이름도 거창한 ..문학..계관...신조등의 잡지 500권을 사고 평생을 소원한 작가로 줄줄이 등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문학계에 문학상을 받고 등단한 작가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번에 50-60명씩 그 잡지 속에 등단을 하여 고향에서는 ‘경축 00등단’이라는 현수막까지 써서 붙이고 자신은 문인들이 즐겨 쓰는 빵떡 모자를 비스듬하게 눌러쓰고 고향사람들의 축하를 받는다.
잡지 속에 등단 소감은 거창하게 ...의 정성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라는 인사말을 잊지 않고 등단 평은 더욱 거창하여 우리나라의 문학계를 밝혀 줄 등불....이라고 써있는 잡지를 꼭 안고 사진을 찍으며 같이 등단한 50-60명의 동기들이 모여 0작가님, 0작가님 하며 그 지방에서 혹은 그 동네에서 작가로 불리우며 작가의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활동의 첫 시작은 등단함으로 졸지에 500권을 껴안게 된, 자신의 등단 소감과 등단평, 사진이 나와 있는 잡지를 동네의 동사무소, 양로원, 노인정 등에 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서글플 수도 있고 순진한 사람들의 작가의 꿈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여 장사를 하고 있는 잡지사들에게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문학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욕구들 그런 식으로 충족시켜 그들을 문학병에서 치유해주는 치료사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인정은 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나와 같이 강의를 듣는 후배 역시 멀쩡한 대학을 때려치우고 문학의 병을 앓고 있는 청년이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얘기하며 왜 문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물어 볼 필요도 없고 들을 필요도 없어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언제까지 글을 쓸거니?”
“글쎄요........”
“군대는 갔다 왔니?”
“네.”
“그래도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 난 법적인 의무는 했구나.”
“........”
"여자 친구는 있니?"
"네."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구나."
"선배님, 그러면 제가 여친도 없는 줄 아셨어요?"
"너보다 멀쩡한 사람들도 여친 없는 사람들 많거든?"
"........"
“결혼은 할 생각이니?”
“해야지요.”
“등단하고?”
“언제 등단할지 어떻게 알아요? 먼저 해야지요.”
“뭘로 결혼을 해? 어떻게 먹고 살려고?”
“저의 여자친구가 학교 선생님이에요.”
“너 참 실속 있구나.”
“네. 전 실속은 있어요.”
“잘났다. 그런데 그 여친이 너 먹여 살려준데?”
“네. 여친이 제가 글쓰는 것에 대해서 경외심같은 것을 가지고 있거든요.”
후배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 처음에는 자신은 할 수 없는 바바리 입고 우산 들고 있으면 멋져보이지...
온통 철학과 문학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살다보면 비도 오지 않는데 바바리입고
우산 쓰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철학과 문학으로 보이지 않고 미친놈으로 보이기
시작할거야.”
“네??”
“너 지금 내 눈에 무엇으로 보이는 줄 아니?”
“뭘로 보이는데요?”
“문학을 팔아 여자 등치는 제비족.”
“네??”
“왜?내 말이 심했니? 춤으로 여자 꼬시는 제비족과 너와 무엇이 다를 것이 있어?
왜? 그래도 너는 ‘학’이 들어가는 학문을 한다는 거? 웃기지 마. 오히려 춤으로 꼬시는
제비보다 내 눈에는 네가 더 지능적이고 나쁜 놈으로 보인다. 아무리 문학이 좋고
글이 좋아도 너 하나의 몸은 네가 건사 할 힘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니? 어디 문학을 이용해서 순진한 여자에게 빌붙으려고 하니? 네가 사랑하는 문학? 그 문학도 죽으면 못해. 살려면 밥은 먹어야겠지? 문학도 좋고 이데올로기도 좋지만 적어도 네가 먹고 살 밥값은 네 힘으로 벌면서 문학을 찾고 이데올로기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니?
네가 그렇게 추구하는 허울 좋은 문학을 이용해서 순진한 여자 등치고 먹고 사는 것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사람보다 정직하지 못하고 문학적이지 못해.
너 결혼은 한다면서? 그러면 애도 낳겠구나. 그렇다면 너의 부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너의 입과 네 자식의 반만이라도 네가 책임져야 되는 것은 아니니?  너 문학을
알려면 두루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사회과학 쪽으로 편입까지 하려 한다며?
죽을래? 적어도 살아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은 해 놓고 인문학을 하던 사회과학을 해야 할 것 아니야?
너의 부모님과 남의 집 귀한 딸에게 못 할 일 시키지말고  문학인지 뭔지 하려면
너 입부터 챙겨.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공무원 시험 준비해.
그리고 문학계에서 너 필요로 하지 않거든. 그러나 네가 사명감에 불타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문학계를 널리 두루 이롭게 하여 이름을 날릴 생각이라면 차라리 문학계의 문제점을 알리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분신을 해. 그게 이름을 내는데 빠를거야.
그러면 너의 이름 석자는 신문에 날거다. 그리고 혹 아니? 네가 파헤치고 제시한
것들이 문학계의 각성의 불을 지펴 너의 이름이 문학역사에 길이 남을지?”
“선배님, 너무 심한 것 아니에요? 그러는 선배님은 왜 창작강의를 듣고 글을 쓰려고
하는데요?”
“나? 나는 글 안 써. 그리고 창작강의는 글 쓰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뒤풀이 때문에
가는 거야.그냥 심심해서 사람 만나고 놀려고...더구나 문학은 나에게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야. 나에게는 그냥 100미터 떨어져서 바라보면 좋은 미인이지."
“네? 선배님도 농담은....”
“농담 아니야. 그리고 난 글로 먹고 살 생각 추호도 하지 않아. 더군다나 문학을 할 생각도 없고, 문학이 나보고 하라고 하지도 않아. 나는 내 주제를 잘 알아. 그러니 한건 터트려서 이름을 날린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은 더더욱 없어. 더 중요한 것은 적어도 난 너처럼 문학을 하기 위해서 남자를 이용하진 않는다는 사실이지. 설혹
기본적으로 살기 위해 먹고사는데 남자를 이용할지언정, 너처럼 허울 좋은
사치스러운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이용하진 않아. 네가 차라리 먹고 살 능력이 없어  여자를 이용한다면 너를 이렇게 신랄하게 공격하진 않을 거야.
그런 면으로 보면 제비가 차라리 더 보다는 훨 인간적이고 정직한 거지.
그들은 적어도 너처럼 어줍잖은 문학한다고 여자를 현혹하진 않으니, 그런데 넌
문학이니 뭐니 턱도 없는 것으로 여자를 이용한다니 내가 지금 이렇게 열 받는 거지. 제발  정신 차려. 그리고 그렇게 문학을 하려면, 이 사회를 떠나지 못하고 살 생각이라면 너 먹을 것은 책임지고 문학을 하던지 철학을 하던지 사회과학을 하던지 해.”
“선배님도 잘 알지만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잖아요.”
“그러면 글을 접어. 글도 먹고 살아야 쓰는 것 아니니? 죽고 나서 글 쓸 거야? 정 그렇게 글을 쓰고 싶으면 적어도 다른 사람 이용하지 말고 너의 힘으로 너를 책임지며 글을 써. 이 비겁한 인간아.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남을 이용해? 넌 치사한
놈이야. 문학을 떠나서 일단 인간이 되어야지.
내 말 잘 생각해 봐. 나도 딸을 기르고 아들을 기르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니, 나는 차라리 지금 문학이라는 이름도 모른 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위해 정직하게 묵묵히 일하는 막 노동자들의 삶이 훨씬 아름답고
문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발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남을 사기 치려
들지 마.”
“........저도 그 문제로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니에요. 지금도 고민하고 있고요.”
“그래, 이제야 바른 말 하는구나. 그래야지, 그렇다니 좀 사람 같다. 제발 고민하고
생각 좀 해. 문학 말고 사는 것에 대해서.”
“....선배님.....저도 실은 내내 고민 해 온 일이에요. 만일 제가 강의에 안 나오면
문학 접은 줄 아세요.”
“응. 그래, 잘 생각했어. 물론 문학에 대한 열정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그 열정들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면 안 되지. 그 열정들이 순수하면 순수할 수록 더욱 그래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돈 낸 것까지는 나와라. 너무 아깝잖아.”
우리는 마주보고 소리 내어 웃었다.
너무 열을 냈던지 아니면 토요일에 광안리에서 먹은 술에 휴유증인지 나는 운전을
하면서도 감기는 눈을 가눌 수가 없어 순간순간 자꾸만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무래도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 좀 자야겠다. 집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고나면 집에도 못가니 지금 이 시간은 집보다 잠이 먼저지.”
“선배님, 나는 선배님의 생명을 위해서 운전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 누가 뭐래니? 남자를 떠나서 너도 사람이지? 내가 사람에게 더 무엇을
기대하겠니?”
우리는 그렇게 서로 웃으며 갓길에 차를 세우고 금정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먼 길
중간에 섰다.
다른 차에 질주의 속도가 빠르다.
그 속도에 나의 차가 심히 흔들리며 잠시 달리기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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