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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 귀중하고 반짝거리는 순금? 아니라네, 신들이여!
  실없이 내가 그것을 기원하는 것은 아니라네.
  이만큼만 있으면,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만든다네,
  나쁜 것을 좋게, 늙은 것을 젊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만든다네.
  이것은 사제를 제단으로부터…… 꾀어낸다네.
  다 나아가는 병자의 머리 밑에서 베개를 빼내가 버린다네.
  그렇다네, 이 황색의 노예는
  성스러운 끈을 풀기도 매기도 하네.
  저주받은 자에게 축복을 내리네.
  그것은 문둥병을 사랑스러워 보이게 하고
  도둑을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힌다네.
  그리고 원로원 회의에서
  도둑에게 작위와 궤배와 권세를 부여한다네, 또 이 노예는
  늙어빠진 과부에게 청혼자를 데리고 온다네.
  양로원에서 상처로 인해 심하게 곪고 있던 그 과부가
  매스꺼운 모습을 떨쳐 버리고 5월의 청춘으로 되어서
  청혼한 남자에게 간다네. 에이, 빌어먹을 금붙이,
  ……”
                                     ― 셰익스피어, <아테네의 타이몬> 중에서


이러니 어찌 금전보다 더 쎈 힘이 있으리오? 그래서 사람들이, 온 사회가, 돈, 돈, 돈 하는 것일 게다. 화폐를 신처럼 떠받들고 스스로 그 노예가 되는 것도 마다 않는 것일 게다. 그럼, 나는?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도 돈에 흔들리고, 유혹당하기 일쑤고, 어쩔 수 없이 돈 앞에 무릎 꿇을 때 있으니까. 인정하기 싫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돈에 대해 세익스피어보다 더 한층 가혹한 증언을 한 자의 말을 들어보자.



‘……화폐의 힘이 크면 클수록 나의 힘도 크다. 화폐의 속성들은 화폐소유자인 나의 속성들이요 나의 본질적인 힘이다. 따라서 내가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결코 나의 개성이 아니게 된다.(가령) 나는 추하다. 그러나 나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성(異性)을 사들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추하지 않다. 왜냐하면 내 자신을 질색케 하는 추함이 화폐에 의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나는 절름발이다. 그러나 화폐는 나에게 24개의 다리를 만들어 준다 ; 따라서 나는 절름발이가 아니다 ; (나아가) 나는 사악하고 비열하고 비양심적이고 똑똑하지 못한 인간이지만 화폐는 존경받으며 따라서 화폐소유자인 나 또한 존경받는다. 화폐는 지고의 선(善)이며 따라서 그 소유자도 선하다. 그 밖에 화폐는 비열한 내 자신이 겪는 곤란에서 벗어나게 한다 ; 따라서 나는 존경할 만한 사람으로 된다 ;

  나는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러나 화폐는 만물의 현실적인 정신이다. 그런데도 어찌 그 화폐소유자인 내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일 수 있을까? 게다가 그 소유자는 똑똑한 사람들을 사들일 수 있다. 똑똑한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자가 어찌 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지 못한 사람일 수 있을까? 인간의 속마음이 동경하는 모든 것을 화폐를 통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란 사람은 인간의 모든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닐까? 따라서 나의 화폐는 나의 모든 무능력을 그 정반대의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아닐까?

화폐가 나를 인간적 삶에 결합시키고, 사회를 나에 결합시키고, 나를 자연 및 인간과 결합시키는 끈이라면, 화폐는 모든 끈들의 끈이 아닐까? 화폐는 모든 끈을 풀기도 하고 매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러므로 화폐는 보편적 절연수단이며 …… 진정한 결합수단이고 사회의 전기-화학적인 힘인 것이다.

(……)

인간으로서 내가 할 수 없는 것, 따라서 나의 모든 개인적 본질력으로도 할 수 없는 것, 그것을 나는 화폐를 통해서 할 수 있다. 따라서 화폐는 이 각각의 모든 본질력들 자체가 아닌 무엇으로, 즉 그 반대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화폐는 성실함을 성실하지 않음으로, 사랑을 미움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덕을 패덕으로, 패덕을 덕으로, 종을 주인으로, 주인을 종으로, 우둔을 총명으로, 총명을 우둔으로 뒤집는다. ……화폐는 모든 속성을 모든 속성과, 즉 그 속성과 모순되는 속성 및 대상과도 교환한다 ; 화폐는 불가능한 일들을 친숙한 것으로 만들며, 자신과 모순되는 것들로 하여금 자신과 입맞추도록 강요한다.”

                                       ― 칼 맑스, <1844년 경제학-철학 수고> 중에서



하지만 이 거대한 돈의 힘의 근원은 바로 ‘인간 자신의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본성’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니, 돈에 휘둘려 자신의 삶과 사랑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그의 또 다른 말에 더 주목하고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인간을 (오직) 인간으로 삼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화폐라는 매개물 없이) 인간적 관계로 삼는다면, 당신은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신뢰’와만 교환할 수 있다. 당신이 예술을 향유하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예술적 소양을 쌓은 인간이어야 한다 ;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현실적으로 고무하고 장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간이어야만 한다. 인간에 대한, 그리고 자연에 대한 당신의 모든 관계는, 당신 의지의 대상에 어울리는, 당신의 현실적-개인적 삶의 특정한 표출이어야 한다. 당신이 사랑을 알면서도 되돌아오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즉 사랑으로서 당신의 사랑이 되돌아오는 사랑을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인간으로서 당신의 생활표현을 통해서 당신을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력하며 불행하다.”

                                     ― 칼 맑스, <1844년 경제학-철학 수고> 중에서




        *          *           *


가슴 속에 하고픈 말이 쌓여 출렁거릴 때 밤새도록 이야기 나누고픈,
온갖 자질구레한 수다로 밤을 새워도 지겹지 않고 지치지 않는  그런 벗이
누구에게나 한 사람쯤은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벗이 있다. 청주에서 '교육문화공동체'를 꿈꾸며 7년째
청소년들과 만나는 벗이다.
이야기도 고프고,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가 그립기도 하고 해서
지난 주 아침 바람처럼 청주로 날아갔다.
오후부터 밤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고도 모자라 결국 하룻밤 묵고 왔다.
결혼한 이후 사적인 일로는 처음으로 했던 외박이었다.
서로 통한다는 것,
생각이 통하고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생기돌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통하는 벗과의 하룻밤 대화는 답답한 마음으로 꿀꿀해 있던 나를
발랄하고 생기찬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

우연치고는 경이롭고 놀랍지만,
내가 <경제학-철학 수고>를 읽고 한마디 하고 싶던 말을
그 친구 역시 흡사하리만치 비슷하게 표현한 걸 알았다.
통한다는 건 이렇듯 아름답고 멋진 일이다.



2007. 2. 26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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