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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 봄에 감포의 "초목같은 아이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영어공부방...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껑충 뛰어올라 중1학생 모습으로 새로운
선생인 나를 만나고 알고, 또 선생인 나도 아이들을 배우고 사귀며 정이
깊어지는 새콤달콤 가슴 뭉클한 Honeymoon Stage 아닌가 생각됩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새벽 4시에 핸드폰 벨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혹시
미국에서 식구들의 전화인가...갸우뚱거리며 받았는데 아무 소리가 없어
다시 잠을 청했지요.  좀 있으니 또 벨이 울리는 겁니다.  "뭐야?!" 하며
눈비비고 깨어보니 알람이였습니다.  "누가 또...?!!!"  눈 앞에 떠오르는
아이들의 생글거리며 웃는 얼굴들... "내 이 녀석들을... 그냥?!!!" 하며
여기저기 눌러서 겨우 알람을 껐습니다.  영어반이 시작한 첫날부터 저의
핸드폰에 자기들의 사진을 마구 찍어놓고, '동아리' 앨범까지 꾸미고는
제목까지 붙여놓더니, 지들 전화번호를 제 핸드폰 주소록에 죄다 기록해
놓은 아이들.  또 지난 주에는 이~상한 벨소리로 바꿔놓아 버스 안에서
짜증스러운 눈길을 끌기도 했었지요.  1시 넘어 겨우 잠들었는데... (한숨~)
이번 '알람 사건'은 그냥 안넘어가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누구 짓이야?  나 화나면 무지 무섭거든, 어서 말해요!" 화가 많이 난
    표정으로 어깨에 힘 잔뜩 주고 말했습니다.

    "야, 누가 그런 짓을 했어, 빨리 자수하지 못해?" 한 아이가 웃음을
    참으며 큰소리 칩니다.  모두들 킥킥거리며 서로 누구냐고 묻습니다.

    "나 지금 무지 화났거든?  사진찍고, 앨범만들고, 전화벨소리 바꿔치기
    한 것도 그냥 지나갔는데, 이런 장난은 나 용서 못하니까 빨리 말 해!"

    다른 아이하나가 "야, 선생님 화나면 무지 무섭단다, 빨랑 자수 해!"
    하니 여기저기 킥킥큭큭 웃음소리가 나면서 또 다른 녀석이 한마디
    던집니다:  "선생님 화나면 어떻게 되는데요?  한번 보여주세요.. ㅋㅋ"

    키 큰 아이가 J의 뒷통수를 가리키며 눈 껌뻑거리며 "야, J,  너 맞지?
    니가 한 짓 맞지?  빨랑 자백해라, 선생님 화나면 무섭단다.. ㅋ ㅋ"

    얼굴이 벌개지는 J가 친구들을 꼰아보면서 고개를 숙입니다.

    "J, 클래쓰 끝나면 남아요."  심각한 어조로 말하고 강의 시작하려는데,
    "야, 니들이 먼저 했잖아?!" 씩씩대는 J. 모두 딴청하며 책을 뒤적거립니다.

    고개흔들며 아이들을 쳐다보는 나에게 J가 하는 말이 어이없게 만듭니다:
    "야들이 3시로 알람하랬는데 내가 선생님 봐 드린거란말이어요... 씨이..."

    범인 찾기를 포기하고 이럭저럭 그 날의 렛쓴을 마치니 모두들 우르르 나가는데,
    키 큰 녀석이 다시 들어와서 한마디 건넵니다:  "선생님, 핸드폰 보면 '잠금'
    는거 있으니까 잠그세요. 그래야 얘들 장난 안쳐요...짜식들."

    "그래? '잠금'?  알았어... 고마워."  일 저질러놓고 미안한지 녀석의 고마운
    충고에 웃으며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가려다가 다시 돌아서서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근데, 선생님, 비밀번호부터 바꾸세요!"  멍하니 쳐다보는 나에게
    씨익 웃으며 "비밀번호는 비밀이어야하는데 온 동네방네 다 알면 어떡해요?!"
    하고 휭 돌아 나갑니다.

감포의 "초목같은 아이들"과 나의 Honeymoon 에피소드 이야기 이렇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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