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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숲마라톤클럽 서울지역 번개모임 후기입니다.
* 글 아래에 정기모임 안내글이 있습니다.

# 1. 구기자 술, 장돌뱅이처럼
비닐봉지에 주섬주섬 구기자 술을 담습니다. 겨우 세 병들어가는 비닐봉지에 네 병을 담으니 배가 불룩한 것이, 나도 저절로 배가 불러오는 기분이 듭니다. 청양 사는 제자로부터 구기자 술을 선물 받은 것이 지난 주, 나는 이 술이 상하지 않도록 비좁은 냉장고를 이리 저리 넓히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술을 열심히 챙긴 까닭은 모임에 오신 분들에게 드릴 선물이 변변치 않을뿐더러,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한 병을 비우며 시식해 본 바로는 여럿이 함께 마시며 즐거움을 돋울 만한 좋은 술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청양에서 빚어진 이 술은 택배차를 타고 서대문까지 왔다가 불암산 자락으로 이사를 간 후, 불암산 자락에서 다시 서대문으로 이사를 가고 있습니다. 서대문에서 다시 인사동까지 장돌뱅이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어느 저녁 좋은 사람들의 취기를 돋아주고서야 머나 먼 여행을 마칠 것입니다.



# 2. 인사동, 세 번째 나들이
퇴근 시간. 나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섭니다. 봄 소풍 떠나는 어린 아이들처럼 괜스레 마음이 설렙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사람, 고마운 사람이 되어 가겠노라 다짐하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지하철 종로3가에서 내려 인사동으로 갑니다. 인사동은 서대문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별로 오지 않는 곳입니다. 올해는 쇠귀 선생님께서 써주신 우리 클럽 제호를 표구하기 위해 들린 적이 있고, ‘여럿이 함께' 서화전을 구경하러 온 기억이 있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구기자 술의 무게가 어깨를 뻐근하게 합니다. 그래도 반가움이 기대되는 기분 좋은 뻐근함입니다. 물어물어 YMCA건물을 찾았습니다. 골목길을 조금 걷다보니 저기 반가운 사람들 만나기로 한 식당이 보입니다.



# 3. 만남, 반가운 사람들
식당에 들어서면서 예약한 방을 묻고 있는데, 마침 오늘의 모임을 준비한 분이 들어섭니다. 어깨에는 산타할아버지처럼 무엇인가 한 짐 가득 메고 있습니다.

예약한 방에 모임을 알리는 종이를 붙이고 나니,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오늘 모임은 서울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었지만, 멀리 안동에서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하신 분도 있습니다.



# 4. 술잔, 반가움을 담아
내가 준비해 간 구기자 술, 막걸리, 소주까지 이런 저런 술들이 권해 집니다. 서로 강권하지는 않았지만 반가움만큼의 잔을 기울인 까닭인지 대부분 취기가 올랐습니다. 잘 익은 수박처럼 붉게 물들어가는 얼굴만큼이나, 길벗들의 우정도 깊어가는 밤입니다.

식당에서 준비해 준 풍성한 상차림에 더해 각자 준비해온 풍성한 선물과 각종 채식 전문 안주는 참석하신 분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사진의 배경노릇을 해준 식당 앞에 있는 민속주점에서 맥주 한 잔을 더 마시기로 했습니다. 취기가 오른 까닭에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 즐거운 이야기들 오갔으리라 생각됩니다.



# 5. 기약, 반가운 재회를 꿈꾸며
아내가 준비해 놓은 컨디션 한 병을 마신다음 잠을 청합니다. 피로와 취기가 섞인 까닭인지 잠이 쏟아집니다. 오늘 하루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과 웃음과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글벗으로 만나던 사람들을 길벗으로 만나게 된 일도 그러하고, 이 낯선 도시에도 정을 나눌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발견도 그러하고, 늘 웅크린 채 조용히 살아가는 내가 여럿이 함께 더불어 한길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든 것도 그러하고, 그 자리에 마을의 좋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이 찾아와 준 것도 그러합니다.

2007.3.31.

글벗과 길벗 그리고 -
신선한새벽입니다.



* 더불어숲마라톤클럽 정기모임 안내 *

  - 일시 : 4월 7일~8일

  - 장소 : 경북 영주 고치령

  - 행사 : 소백산 산행, 계곡에서 물고기 잡기,
             더불어술 모임, 마라톤대회 참가 등

  - 문의 : 정준호 016-379-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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