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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사랑에 빠져볼까?
[서평] 플라톤의 대화편 <뤼시스>
    이명옥(mmsarah) 기자    


부끄럽게도 나는 플라톤의 <대화편>이 플라톤 철학이 지닌 다양한 주제를 대화체로 다룬 플라톤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저 막연하게 플라톤의 <대화편>은 한 권의 저서려니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지니고 있는 <향연>이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플라톤의 43편(위서 포함)의 <대화편> 일부였던 것이다.

얼마 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플라톤의 <대화편> 중 <뤼시스>, <크리티아스>, <알키비아데스Ⅰ.Ⅱ> 등 세 권이 희랍어 원전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뤼시스>는 우리가 흔히 우정으로 알고 있는 필리아(philia)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평이한 대화체임에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 읽고 난 후 그 어떤 주제도 선명하게 머리에 남지 않는다. <뤼시스>가 난해하다는 것은 철학적 사고에 길들지 않은 나만의 변명일 수도 있다.

말했다시피 <뤼시스>에서 다루어진 주제는 필리아(philia)다. 난해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필리아는 곧 우정이라는 공식에 의문 부호를 붙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필리아는 광범위한 의미의 해석이 가능한 함의를 품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아카데미아에서 뤼케이온으로 가는 도중 '팔라이스트라(레슬링 도장)' 앞에서 뤼시스라는 미소년을 연애하는 히포탈레스를 만나 팔라이스트라에 들어가자는 권유를 받고 승낙하는 장면부터 대화가 시작된다.

먼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동성애'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사실 최초의 인간은 '샴쌍둥이' 같은 형상이었다고 한다. 모든 완전한 인간은 세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남성 쌍, 여성 쌍, 양성 쌍이 그것이다.

어느 날 인간이 신의 권위에 도전을 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신은 사람을 둘로 쪼개어 버려 불완전한 반쪽 인간이 되었다. 그래서 늘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며 자신의 반쪽이라 여겨지는 여성끼리, 남성끼리 끼리끼리 만나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양성애자의 사랑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여겨졌던 것이다.

어쨌거나 당시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은 소년 애인을 두고 있었고 소년끼리의 연애도 흔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들의 연애는 지적인 교감에서부터 육체적인 탐닉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것이었다. 스스로 연애박사라고 자처하는 소크라테스만 해도 수십 년 이상 차이가 나는 플라톤을 비롯해 알키비아데스 등 수많은 동성 연인을 두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어쨌거나 소크라테스는 '필리아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뤼시스>에서 지적으로 뛰어난 메넥세노스와 필리아에 관해 차근차근 답변을 유도하며 친구의 의미를 밝혀가고 있다.

에로스(연애)와 필리아(친애)는 어떻게 다른지, 필리아와 앎의 유용성의 관계는 무엇인지, 사랑받는 자와 사랑하는 자, 누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필리아의 저변에 깔린 욕망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가 다소 복잡하게 진행된다. 결론적으로 소크라테스는 친구란 무엇인지를 <뤼시스>에서 명쾌한 해답을 가져다줄 수 있었을까?

"뤼시스와 메넥세노스, 지금은 늙은 사람인 나도, 그리고 자네들도 우스운 자들이 되어 버렸네. 여기 이 사람들이 떠나면서 이렇게 말할 테니까 말일세. 우리가 스스로 서로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나 자신도 자네들 무리 가운데 속한다고 치고 있으니 하는 말이네만) 아직 친구가 무엇인지 발견해 내지 못했다고 말일세."

아쉽게도 '아포리아(파장)'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말한 위의 결론처럼 필리아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이후 플라톤은 <향연>이라는 대화편을 통해서,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윤리학>을 통해서 에로스와 필리아에 관한 철학적 논의들을 끊임없이 분리, 발전시켜 나갔던 것이다.

그렇다고 <뤼시스>를 읽는 것은 머리만 아플 뿐 별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다른 '필리아론'은 <뤼시스>에서 이루어진 논의를 토대로 심화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당신이 <뤼시스>를 집어든 순간 이미 플라톤과 사랑할 마음의 준비를 시작한 셈이다. 논의 전개 방식이 철학적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책과 씨름하여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당신의 철학적 사유 능력은 한없이 깊어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긴 밤 지새워 플라톤과 지적 사랑에 빠져봄직도 하지 않는가.  


  2007-04-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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