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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그 비밀스런 햇살 속에 뭐가 있었을까?

이명옥(mmsarah) 기자



성서학자들은 성경을 '신과 인간의 쌍방향 소통을 위한 투 레벨 드라마(Two Lebel Drama)'라고 표현한다.

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사랑을 갈구하는 신이 인간의 방탕과 배반을 끊임없이 용서하고 기다리며 자신에게 올인 할 그날을 기다리는 순수 연애편지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이 땅에서 인간의 몫으로 주어진 시간에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온갖 슬픔, 괴로움, 욕망, 좌절, 즉 죽음에의 공포, 질병 등과 맞대면하며 일구어 가는 인간 역사의 대장정인 휴먼드라마(Human Drama)라는 것이다.

거대한 우주를 혼자 휘감아 돌며 전 우주를 지배하던 신은 너무 고독하고 외로웠다. 그것은 같은 비중으로 신의 성품에 자리한 인성(人性 ) 때문이었다. 신은 곁에 천사와 천군도 두고, 다른 존재들도 두지만 반쪽의 허전함을 메워 줄 수 있는 존재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신의 성품을 이어받은 인간뿐이었다. 그래서 진정 사랑 하고 싶은 대상인 인간을 향해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늘 인간을 질투하며 인간의 곁을 맴돌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이 땅의 인간들은 그러한 신의 열렬한 구애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선과 악 혹은 이성과 감성이라고 해도 좋을 감정이 혼재한 상태로 정신의 감응에, 때론 감정의 감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의 몫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이라면 정서적 반응이든, 이성적 반응이든 신이 행복하고자 인간에게 내민 손길처럼, 인간 역시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생의 순간들을 악착같이 살아간다는 점이랄까.

한 여자(전도연)가 어린 아들과 죽은 남편의 고향 밀양 입구에서, 차 고장으로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을 부른다. 피아니스트의 꿈도, 남편의 사랑도, 남편의 존재도 모두 잃은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곤 단돈 470만원과 7살 난 아들 준뿐이다.

그녀는 남편의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살러 왔다며 "밀양은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 어떤 비밀스러움도 비밀로 남겨질 수 없는 작은 마을 밀양. 산 목숨도 죽은 목숨도 아닌 상태로 과거를 전부 드러내지 않아도 좋은 낯선 타인들 사이에서 피아노 학원을 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던 그 여자의 몸짓은 불나방의 그것처럼 위태위태하다.

그녀의 황폐한 내면을 드러내듯 이따금씩 화면에 비치는, 개발 명목으로 파헤쳐진 을씨년스러운 땅들은 인간의 사악한 욕망의 찌꺼기에 다름 아닌 듯하다. 땅을 사겠다던 여자의 거짓말은 인간의 사악한 욕망을 부추겨 여자의 아들을 납치해 처참하게 죽게 만드는 비극을 불러일으켰으니까.

죽은 아빠가 생각날 때면 코고는 흉내를 내곤 하던 아들 준마저 그녀와 이어진 마지막 삶의 끈을 놓자, 그녀는 마지막으로 신의 몸 자락에 자신의 황폐한 몸과 마음을 기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잠시 평정을 찾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의 햇살에 기대어 상처를 치유 받으려던 그 여자는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용서하고 진정으로 상처를 치유 받겠다며 면회를 신청한다. 그 살인자에게 자신이 만난 하나님,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하나님, 위로의 하나님을 전하자 그 살인자 역시 하나님을 만났다고 고백하며 자신도 회개하여 자신의 짐을 내려놓고 죄를 용서 받았다고 한다.

그 여자는 살인자와 자신을 똑같이 사랑하고 용서한다는 신의 공평성을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다. 악인과 선인에게 똑같이 비와 햇살과 때론 마음의 평안까지도 나누어 주는 신의 섭리를 이해하기에 그녀의 생의 질곡은 너무 깊었던 것일까?

그 여자는 보이지 않는 신의 침묵, 신의 손길에 처절하게 반항하며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간다. 도벽, 장로 유혹하기, 부흥회나 기도회에서 온몸으로 거부의 몸짓을 드러내기 등.

그 여자를 처음 만난 이후, 늘 그 여자의 곁에 그림자처럼 맴돌며, 그녀의 아픔의 자락들을 같이 씹어 삼키는 카센터 사장 종찬. 어쩌면 밀양의 비밀스러운 햇살, 밀양에 숨겨진 비밀은 그렇게 조금씩 싹터가는 종찬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 사랑 안에서 그 여자가 진정한 치유를 맛보게 될 런지 알 수 없지만, 끝까지 썩은 물이 고이고 빈 세제 병이 나뒹굴던 라스트 신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부짖던 영화 속 그 여자의 울음만큼이나 깊은 여운으로 남아 있다.

신의 손길은 더불어 사는 인간들의 손길을 통해 전해진다고 한다. 혹자는 이 영화를 반기독교적인 주제로 읽으며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던데, 내겐 그저 햇볕 쨍하게 내리쬐는 땅에서 자기 몫의 삶을 거부하지 못하고 끈질긴 인간의 목숨을 이어가는 인간의 처절한 삶의 몸부림으로 읽혀졌을 뿐이다.

'밀양'을 영어로 'Secret Sunshine'라고 표현한 것, 그 지명이 갖는 다양하고 비밀스러운 상징성, 화면의 행간, 여자의 몸짓에 담긴 절망과 고독을 날카롭게 읽어 내는 것은 관객 각자의 몫일뿐이다.


2007-05-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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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6 13:54:29 / 211.208.1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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