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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을 읽고 몇자 남긴다.
<칼의노래>에 나온 미문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아주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김훈의 문장은 "뻗쳐서 씩씩하"였다. 그 씩씩함은 문장 마디마디 마다 소중한 사색과 성찰, 노동이 들어가 있었다. 문장하나 하나가 정밀하여 작가의 땀과 손가락이 보이는 듯 하다. 그래서 읽기에 거북하다. 이렇게 귀중한 문장들을 마구 읽어도 되는가. 따르르 가랑이 사이에 껴놓고 이렇게 누워 읽어도 되느냐.

"너는 내가 군사를 돌이켜 빈손으로 돌아가길 원하느냐, 삶은 거저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 나는 이미 말하였다"(p285)

남한산성을 굽이보는 '칸'의 말이다. "삶은 거저 누릴 수 없는거"라며 훈계하는 청나라황제의 음성이 마치 지금 여기서 들리는 삶의 준엄한 음성처럼 들린다.

그래서 왠지 귀찮아진다. 자.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내 감상문이다.
나는 그랬다. 김훈의 이 베스트셀러를 읽으면서 내내 거북했으며 읽고 나서도 소화 안되는 음식을 잔뜩 먹은듯 했다.

우선 나는 내소화 능력을 의심했다. 클래식을 들으면 이게 쇼팽인지 바하인지 아니면 아마데우슨지 분간하기 힘들어 귀에 염증이 생기는 나. 문학작품 독해능력이 부족해서인가?

"해토머리에 흙이 풀어져 이시백의 얼음벽이 녹아내렸다..."
"임금의 말은 시간이 행궁 지붕을 스쳐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

아,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고 묘사와 그 묘사에 담긴 행간을 상상하는 수고 때문에 내가 이리 불편한가? 아니다. 나는 김훈의 싸*지가 싫다.

작품에 나오는 주요인물들은, 아다시피 모두 개인들이다. 그 개인들은 <칼의노래>에 나오는 실존적인 영웅들일뿐 어떤 역사적인 성격담지자가 아니다. 여기까지는 좋다. 이전 리얼리즘등의 운동권 문학등은 늘 전형적인 상황에서 전형적인 인물을 그려 '합법칙적운동법칙'에 맞춰 노동자의 '승리'따위를 그리거나 동정의 눈물을 흘리게 했지? 그에 비해 김훈은 그러한 대립따위는 없다. 따라서 케이비에스 대하 드라마에 나오는 영웅처럼 저렇게 세상단순할수 있을까, "공격하라"한방에 적을 무찌르는 그런 영웅과 나쁜놈구도를 타파한다. 그래서 흥미롭다.

그렇지만, 그 '개인'이 문제다. 김상현-김류-김상헌-조선왕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은 모두다 살아있다. 유치한 김상현-최명길의 말쌈으로 소설이 전개되지 않는다. 그 사회에 떠돌아다니는 소위 '언론'의 유치함에 대한 비판으로 책은 가득차있다. 문제적 개인은 그러한 '언론'의 유치함보다 앞서 가며 '적'을 존중한다. 그래서 김상현입장에서 척화론을, 최명길 입장에서 '화친론'을 모두 우리는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거기다가 '김류'의 나쁜의미에서 '살아남기위한 '정치인'의 모습'도 우리는 이해하게 되며 나즈막히 눈물을 뿌리며 비꼼의 소리를 신하들에게 던지는 조선왕 인조의 인물도 살아있다. 그렇지만, 이 근사한 문제적 개인을 빼고선?


김훈의 문제는 실은 '개인'을 다루어서가 아니라 그 문제적 몇명의 '영웅'적 개인을 제외하고 살아있는 '개인'이 존재하지 않기에 문제가 된다. 물론 그는 생생하게 '민중의삶'을 묘사하는 척하고 <서날쇠>라는 근사한 영웅적'민중'을 묘사한다. 나름대로 전형성을 확보한 대사들을 주고받는 민중을 창조한다.

전령을 확보하지 못한 김상현, 서날쇠에게 부탁하는 장면..

"조정의 막중대사를 대장장이에게 맡기시렵니까?"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성이 위태로우니 충절에 귀천이 있겠느냐?"
"먹고 살며 가두고 때리는 일에는 귀천이 있었소이다"....


"나라에서 하시라니, 천한백성이 어쩌겠습니까?"
"나라 얘긴 하지 마라, 그런말이 아니다. 나를 도와다오"



그렇지만, 이해안된다. 왜 서날쇠는 "먹고살며 가두고 때리는 일"에 귀천을 둔 그 정권과 체제를 도와 자기목숨을 걸고 성을 빠져나가는지. 그냥 멋진 인물이니까? 그렇다. 그게 실존이니까 그럴뿐이다. 청군을 도와주겠다는 뱃사공의 목을 벤 잔혹한 '양반놈'이라도 실존적으로 보이면 그냥 흘러간다. 유치한 '애국주의'가 교묘한 '영웅적실존'과 더불어 살아나는것 같다.


맞아. 김훈의 소설에는 '욕망'으로 가득찬 '개인'이 보이지 않아. 그래서 짱나는거야. 그리고 '칸'의 목소릴 빌어 풍전등화에 걸쳐있는 나라를 이시대와 비유하는거야. 사실 칸 목소리는 김훈자신이 이 나라를 보는 목소리다.

"너는 그 돌구멍 속에 한 세상을 차려서 누리기를 원하느냐. 너의 백성은 내가 기른다 해도, 거기서 너의 세상이 차려지겠느냐.

너는 살기를 원하느냐. 성문을 열고 조심스레 걸어서 내 앞으로 나오라. 너의 도모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말하라. 내가 다 듣고 너의 뜻을 펴게 해주겠다. 너는 두려워하지 말고 말하라"


자. 자연스럽게 FTA가 떠오르지 않는가? 김훈은 좌건 우건 먹고사는 일에, 특히 국가와 기업은 '이윤'외에 다른건 보지 않는다고 인터뷰등에서 늘 말해왔다. 솔직하다. 이 시대. 힘이 최고여. 니들처럼 여론에 들떠서 웅웅거리는 소리, 아직도 그 '치욕'을 잊지 않고 그렇듯 천하게 '반대'들을 하느냐.


김훈의 목소리는 칸의 오줌발처럼 서리서리 미문으로 가득차 던진다. 그런데 나는 이에 대한 판단(치욕스런 삶이냐, 영원한 죽음이냐)은 유보하고 또 정치적판단(개방으로 치욕하느냐, 우리끼리 문닫고 사느냐)은 놔두더라도 김훈의 싸*지가 영 맘에 안든다. 그에게는 '영웅적실존'외에 존재하는 것들이 없다. 그래서 모두 웅성이는 소리. "구부려 잔망스런 문장, 말을 늘려서 게으른문장"으로 가득찬 세상과 몇몇의 영웅적실존적 개인만 있을뿐.


그러나 "개인"이란 기실 환상의 어떤것. 영웅적실존이란 사실 김훈의 방구석틀속에서나 존재할뿐, 생생한 당대 '남한산성'현실과는 거리가 있을것이다. 탈 '정치적'인 포장으로 가장 '정치적'인 메세지를 담은 이 흉흉한 '남한산성'이란 소설은 그래서 씁쓸하다. 삶은 대개 친구들과 함께 이어가는 것으로 '공짜'가 무척 많다. 주고 받고, 주고 받아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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