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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5 01:31

나쁜 사마리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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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경영학과 경제학의 대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이 대립에 있어서 흥미로운 인물로는 사촌 형제간인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대학원장)와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부)를 들 수 있는데, 두 형제가 주장하는 경영학적 관점 혹은 경제학적 관점의 시장을 보는 시각 차이는 극명하게 대립되는 경우가 많다. 주주가치, 외국자본, 시민단체, 자본주의 모델 등 두 사람 모두 건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중인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참으로 난감해 보일만큼 대립관계가 노골적이다.

부키출판사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장하준 교수가 영어로 쓴 글을 이순희 선생이 한글로 번역한 글로벌한 바탕의 일반인을 위한 편안한 경제학 서적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다.

'모잠비크의 경제 기적'이라는 미래 상상으로 시작된 프롤로그는 작가의 조국인 대한민국의 다이나믹한 경제발전사를 흥미롭게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오해한다면 마치 개발독재시대와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외국인 포함)이 우리 나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만한 한국 근대사의 파노라마와 같은 글을 흥미롭게 서술한 것이다.

프롤로그를 넘어서자마자 제1장에서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까기 시작한다. 장하준 박사에게 신자유주의는 음모에 음모일 뿐인 것이고, 그 음모를 기획하는 이들이 바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인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반혁명의 선두에 섰던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은 대안이 없다는 말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물리친적이 있는데, 세계화에 대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설명방식이 바로 이 '대안없음'이었다. 이에대해 장하준 박사의 명확하게 말한다. 세계화와 관련해서 불가항력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화의 주된 추진력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장하듯 기술이 아니라 정치, 즉 인간의 의지와 결정이라고...

경제학자이자 소설가인 다니엘 디포는 자신이 쓴 소설 속 주인공인 로빈슨 크루소의 자유시장 논리와 상반되는 경제학을 주장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부자 나라들은 자신이 먼저 높은 곳에 오른 다음 똑같은 방식으로 따라오는 못사는 나라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는 부도덕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데는 한국 또한 반성해야 하는데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한 때 해적판의 천국이었고 그런 기반 속에서 성장했던 이 나라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현시점에서 중국과 베트남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이 땅에서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이들이 과거 어느 시기에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겼던 장본인들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부자 나라들은 1947 제정된 GATT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이 부자나라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자국의 생산자들을 보호하고 보조하도록 허용했는데, 이는 부자 나라들과 개발도상국가 쌍방이 눈부신 결과를 낳았었다.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교훈을 역설하고 있는 저자는 현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펼치는 국제무역, 외국인 투자 규제, 민영화,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 보호, 그리고 거시경제 정책 등에서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설명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려는 것이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가정이 있다는 것이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유치산업 보호정책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전략 그 자체를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의 대부분은 어린시절에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우리나라가 유치산업을 장려하지 않고 자유무역주의를 추구했다면 오늘날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최선의 길은 자유무역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저자는 여섯 살 먹은 자신의 아들 진규를 통해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문제는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것이라는데 큰 이견은 없다. 싱가포르와 아일랜드 등이 그렇게 성공한 나라들이다. 하지만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가 전자 산업에 진출한 이후 흑자를 내는데 17년이 걸렸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만약 정상적인 주주들이라면 17년이란 세월을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은 너무도 뻔하다. 저자는 너무 일찍부터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하고 외국 금융 투자자의 손에 의해 말려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방법을 썼던 나라들이 더 많이 성공했다고...

지금은 모두 민영화 되었지만 싱가포르 항공, 르노, 포스코, 엠브라에르 등은 국가 소유의 시절에 초일류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 20~30년 동안 신자유주의 득세로 인해 국가소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나간 탓에 성공한 국영기업들 스스로가 국가와 연관되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마녀사냥식으로 민영화만이 대안이라고 울부짖는 나쁜 사마리안인들과 죄책감에 물들어가는 국영기업들에게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으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한 공감이 간다.

특허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특허 규제로 성장하지 못하는 후발주자의 문제 등도 고민해볼만한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을 거론하는 순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정의롭고 올바르게 보이지만 자세히 알고보면 역사적으로 오랜 축적된 기술 기반 위에다 약간의 아이디어로 아예 독점권을 행사하는 문제도 깊이 고민할만한 일들이다. 저작권에 대해 저리도 열심인 미국도 자신들이 저작권 순수입국이던 1790년 저작권법에서 외국인에 대한 저작권 보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1988년 이전까지도 국외에서 출간된 저작물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 정책입안자들은 정말 나쁜 사마리아인들인 것이다. 아이작 뉴턴은 말했다.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라고... 어떤 발명품에 마지막 손질을 했단 이유만으로 모든 영예와 이익을 독차지 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은 격려해야 하지만 사회에는 최대한 낮은 비용을 부과하자는 것이 처음의 목적이었는데 말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물가상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고정된 수입의 노동자와 연금수급자를 위해서 그렇다는 주장인데, 그것은 반쪽자리 진실일 뿐이다. 낮은 물가 상승률은 노동자들이 이미 벌어놓은 수입은 더 잘 보호하지만 미래 수입을 감소시킨다. 여기서 독자들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미 많이 가진자들에게는 얼마나 크고 많은 이직이 보장되는 보호장치인가를...
파이낸셜 타임즈 한국 특파원은 'IMF 시즌에 한국의 가정주부들이 가정에서 반찬 가짓수 줄이기 운동을 했는데, 이는 성장을 떠받치는 데 필요한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경제 후퇴를 악화시킨다'며 조롱을 했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 세계은행과 IMF가 재정지출을 삭감하라고 우리나라에 강요했던 것이 이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정책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만약 당시의 우리 정부에게 예산 적자를 늘릴 수 있도록 허용했더라면 그렇게까지 우리 경제가 폭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덕분에 국내총생산대비 정부 채무가 제일 낮은 나라 중에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8년 당시 처음 몇달 동안 하루에 100개 이상의 회사가 도산하고, 실업률은 거의 세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국내총생산대비 1% 수준으로 예산 흑자를 유지하라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요구에 서명했던 정책들 탓에 말이다.

뇌물수수는 부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이전되는 것으로 반드시 경제 효율성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즉, 소득분배의 문제일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부정부패와 관련된 돈이 대부분 국내에 남아서 고용과 소득을 창출했다고 한다. 반명 자이레(=콩고)의 경우는 부패한 돈이 대부분 국외로 빠져나가서 이 나라의 빈곤의 핵심적인 사유가 되었다. 경제학계에서는 가장 많은 뇌물을 내 놓을 의사가 있는 기업이 가장 효율성이 높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이렇게 말했다.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부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보다 더 나쁜 사회가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게 이렇게 좋은 미끼는 없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패한 경우 어김 없이 그 변명 거리로 부정부패와 취약한 민주주의 꼽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그 대안으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 시장 기능을 확대 도입할 것을 방안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부정부패는 대개 시장의 힘이 작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조치들을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1세기 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양인들의 눈을 상기시켜보자. 일본은 근면하지 않고 게을렀으며 미래에 대한 생각없이 오늘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저분한 진흙집에 사는 그보다 못한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까지 기록에 남아있다. 그보다 반세 전의 독일인들은 영국인들의 관점에서 나태하고, 협동심도 없으며, 이성적이지 못하고 도둑질마저 일삼는 자제심 없는 태평한 종족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지금의 아프리카인들을 바라보는 잘 사는 나라들의 시선과 똑같을까? 그러한 역사적인 이유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간혹 사용하는 못사는 나라들에 대한 잣대는 문화적인 관점에서 재해석 되어야 한다. 특정한 문화는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발전은 문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문화는 결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에 깔고 생각해야만 세상을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따온 것이 이 책의 제목이다. 당시에 사마리아인들은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정한 사람들이었으나, 성경에서는 노상강도와 약탈을 당한 한 남자가 '착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을 받는 사건이 인용되었다.
이 책을 읽노라면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속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을 찾고자하는 간절한 노력이 보인다. 정말로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같은 정책으로 개인적인 이득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정책이 '옳다'고 확신하는 이데올로그들이다. 앞서 언급했듯 독선주의가 이기주의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주장(333쪽)도 그렇게 나온 것이다.

이 책은 그냥 오늘날의 현상을 노골적으로 비판만 하기 위해서 써진 글이라고 볼 수 없다. 저자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때려잡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에게 신속한 성장을 유도하는 '이단적인' 정책들을 용인하는 것이 지극히 이기적인 , 나쁜 사마리아인 국가들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상생의 길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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