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어두운 밤이었다.
칡흙처럼 어두운 밤은 깊어도 잠은 좀체로 들지 않았다.꿈은 깊어가고 나의 혼결은 바람을 따라 춤추고 있었다. 어디가 꿈이고 어디가 현실인지를 모르는 혼연의 세계에서 나의 의식은 바같 세상의 몽촌 토성을 헤메고 돌아다니다 어느 초옥에 앉았다.
이름도 모르는 집 작은방에 이불이 있다. 추위에 이불을 쓰려고 뒤집어 보니 하얀 이불보에 시신이 누워있다. 이유도 알 수 없는 무섬에 방을 나서니 북망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를 휘날린다. 그 차거움에 눈을 뜨니 새벽 세시 삼십분 이구나......꿈이었다. 불길한 새벽의 꿈자리에 모든 것이 어둡기만 하였다.

칠층에서 바라보는 바같세상을 나서기도 싫었다. 한숨만 나왔다.애시당초 이렇게 추운날 달리기가 생각보다 너무 싫었다. 스트레칭은 생각도 못하고  깔깔한 입으로 김밥 서너 뭉치를 입에 넣고서 출발선에 섰다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을 하고서 윈드자켓을 꺼내어서 다시 입고 나왔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드디어 이백오십리 길 겁나게 먼길을 징하게 추운 날에 드디어 떠나는 것이다. 신선님과 동반주로 칠분대로 가볍게 출발을 하니 몸이 풀리고 달릴만하다고 생각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만나는 한강주로는 그래도 처음에는 견딜만 하였다.

바람이 갈대를 눕히고 갈대는 바람에 누웠다가 일어나기를 다시 하며 마치 손을 흔들 듯이 우리를 배웅 하였다.시골집 언덕에서 서서 입학시험 보러가는 막내아들을 바라보며 잘다녀오라고 손을 흔들 듯 유년의 기억처럼 갈대는 그렇게 우리에게 따스한 손길을 흔들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풀은 눕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듯이 나의 달리기도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첫번째 반환점을 돌아서 이제는 한강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달린다.

그랬구나.....
한강의 칼바람을 견딜만하다고 느낀 것은 바람을 등에 받으며 달리었기에 바람의 위력을 몰랐던 것이다. 어두운 한강에서 바람이 일으키는 강물결보다 어둠속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은 보이지 않는곳에서 불어오는 악마의 숨소리처럼 들리었다.

높새바람일까? 아니지 높새바람은 여름에 부는 바람이고 이렇게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하늬바람이라고 하지.....하늬바람은 한강의 물결을 뒤집어 놓고 우리의 몸을 자꾸 자꾸 뒤로 밀면서 무모한 짖을 그만하라고 하듯이 가는길을 허락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더불어 달리는 길에서 옆사람의 호흡을 온기로 가슴에 품고 뒤에서 달리는 달림이의 벅찬 호흡을 뜨거운 격려로 삼으며 이백오십리 겁나게 멀고 먼 징하고 징한길을 달려 나아가 본다.


뜨거운 격려속에 접으드는 양재천은 봄날의 어머니의 품처럼 세상을 처음나온 병아리의 솜털처럼 따스하고 따듯하여 마치 고향집 마당 같은 푸근함으로 오고가는 주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달리어본다. 이십키로 반환점을 돌아서 나오는 길에 오늘의 태양은 어김없이 살며시 떠오르고 있다. 아 이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었던 생명의 빛이냐? 생명의 숨을 쉬는 모든이들에게 빛을 주는 일출의 감동이 어찌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만 못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으리.....

양재천을 돌아서 다시 접으드는 한강.....
날이 밝으면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버린 비닐이 못내 아쉬워지고 있었다.칠분대로 아직까지는 흔들리지 않고 삼십오키로 지점을 접으들고 있다.동작 대교를 지나서 다시 온몸을 얼려버리는 하늬바람에 눈멀고 귀멀어가고 있다. 동작대교를 지나면 보이는 노량대교 밑으로 달리는 이키로의 주로가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원불교 방송국 아래에 있는 급수대에서 달리는 나도 안타까웠지만,얼어버린 몸으로 달리는 주자를 위해 얼어버리어서 가스불이 켜지지 않아서 미안해하는 봉사자의 따스한 맘이 나를 더욱 감동 시킨다. 한모금의 따스한 물을 마시고 그 온기를 온몸에 마치 기라도 되듯이 불어넣고서 주로에 나서지만,어느새 나의 몸은 더 이상 달리기를 거부 하고 있었다.

그랬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그만둘 이유를 찾기에 골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마라톤 풀코스 일곱 번 뛰고서 마치 어느새 내 자신이 울트라를 뛰어도 되는 몸이라도 갖추어졌다고 착각 하였는지도 모른다. 울트라에 나간다고 하였을때 니가 실패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던 부산에 있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사십키로 지점을 지나서 지금까지 같은 길에서 같은 바람을 맞으며 달린 친구를 먼저 보내어야 했다.더이상 그에게 짐이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였고,그가 가고 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완주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 하였다.
하지만 그를 보내고 나서 그가 얼마나 나에게 위로와 위안이되었는지 실감 할 수 있었다. 그가 가버린 길을 따라서 한 없이 멀고 먼길을 달리어보지만 이미 꺼져버린 엔진사이로 들어오는 원효대교 밑의 칼바람 하늬바람을 더 이상 견디어 낼수가 없었다.
원효대교를 지나서 들어간 화장실의 따듯한 온기속에 거울을 보니 거기에 내가 있었다.

“포기 할 줄 아는것도 용기이다”라고들  하지만,적어도 나에게는 충주의 그 험한 주로에서도 하남의 갈매삼거리의 그 길고 긴 오르막에서도 나의 마라톤에 회송차를 타는 포기는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포기를 하기로 하였다.
실상,오늘 내가 이 잡문을 쓰는 이유도 화려한 완주기도 아니고,쓰라린 실패의 눈물의 실패기를 쓰고자 함이다. 나는 왜 실패하였는지를 돌아보기 위함이다.

三無의 業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동기자체가 불투명 하였다.애초에 울트라 마라톤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동기 자체가 없었다. 굳이 도전하는 이유라는 것을 꼭 꼬집어서 내자면 이런것이었다.
검은색 옷이 있으니 파란색옷도 하나 더 가져볼까라는 정도의 단순하고 단순한 이유였고,벗이 달린다고 하니 나도 같이 달리면 이또한 즐겁지 아닐할까라는 치기어린 이유였고, 막걸리 한잔의 추억으로  올해의 마무리를 하자는 정도의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동기였다.
그 겁나게 먼 거리를 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다시 넘어서는 한계에 도전하는 나에게는 연탄재에게도 있는 열정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이러한 도전은 실패로 이어지는것이 어찌 필연이 아니겠는가?
"안도현님의 시처럼 "연탄재 함부로 발로차지마라...넌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적이 있더란 말이냐?라는 일갈이 나를 후려치는 순간이다.

둘째는 근력의 부족과 몸의 부실이다.
애시당초 작년 가을에 사십이 되기전에 어쩌고 하면서 풀코스 완주 하였다고 얼마나 감동하며 동네 방네 떠들고 일주일 내내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며 보낼만큼 미천한 천학비재의 몸으로 이동네 저동네 대회란 대회는 다 기웃거리어 보았지만 겨우 실력이란 서브4를 겨우 턱걸이로 하는 수준에 춘천 마라톤,중앙마라톤 풀코스를 이주 연속 달리고 매트로 마라톤 대회 하프까지 한주도 거르지 않고서 달리면서 피로도 회복하지 못하고 주로에 나선 나의 오만이 불러들인 화이다.

셋째는 의지의 부족이다.
춘천에 나가기전에 걸린 독감이 아직까지 잠을 깊이 못잘정도로 낫지 않은 몸으로 주로에 나서면서 어디에서 어느지점에서 수건을 던질까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혹, 행여 운좋게 완주라도 한다면, 그것은 양놈 지갑 줍는 수준의 행운이라고 생각 하면서 치열하게 끝까지 완주를 하겠다는 어떠한 필승의 의지는 애시당초 나에게는 눈꼽만큼도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정신으로 나선 얼치기 마라토너에게 울트라 마라톤의 완주가 어찌 가능 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사각의 링에 염치 없는 심정으로 백수건을 던지는 코치의 마음으로 포기 하기로 하였다.

올해의 이 쓰라린 마음을 가슴에 담고서 회한의 눈물자락은 당산철교 밑에다 묻어두고 꼭 내년에는 엽기천사님의 비법영약을 단숨에 들이키고서 눈물의 전복죽을 두그릇을 먹어보는 염치없는 일도 꼭 해보렵니다. 이 난문잡문을 끝까지 읽어주신 님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내년 이 무렵에 필자도 가슴 떨리는 심정으로 울트라 마라톤 완주 후기를 쓰고자 합니다.

끝으로 주로에서 온몸으로 꽁꽁얼어가면서 자원봉사를 해주신 모든 자원봉사자님들과 대회 관계자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끝까지 동행을 하지는 못했지만,그 험한 바람속에서 첫 울트라 완주를 저를 대신하여 완주를 하여준 동행 정준호님에게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85 축하합니다. 2 이승혁 2007.11.23
2084 삼성 관련 재미있는 가정과 예측 하나 1 조원배 2007.11.22
» 더불어 달리었지만.......... 김우종 2007.11.21
2082 친구 그리고 눈물 1 빈주먹 2007.11.21
2081 평화사진작가 이시우와 함께 떠나는 '한강하구 평화기행' 레인메이커 2007.11.20
2080 도정기(道程記) 3 유천 2007.11.17
2079 수능을 끝낸 친구들에게 : 김용택시인의 글을 읽고 혐오하다 라이히 2007.11.17
2078 도정기(道程記) 2 유천 2007.11.17
2077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5 박명아 2007.11.17
2076 도정기(道程記) 4 유천 2007.11.16
2075 이학수 보고서 2 조원배 2007.11.15
2074 나쁜 사마리아인들 2 안중찬 2007.11.15
2073 "밀양" 그 곳에서 만난사람들 8 박영섭 2007.11.13
2072 생각나... 1 김수현 2007.11.13
2071 제41회 서울 11월 우리가곡부르기에 초대합니다 鄭宇東 2007.11.13
2070 더불어숲밀양기행기 3 애재순 2007.11.12
2069 어제 시청앞 집회를 다녀온 후~~ 2 권종현 2007.11.12
2068 스물세살의 나이에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을 잡고.. 2007.11.08
2067 소아병동 풍경 6 김성숙 2007.11.06
2066 하승창의 신영복 인터뷰(서예관련부분) 김성장 2007.11.05
Board Pagination ‹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