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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방의 한 도시에서 얌전한 고교시절을 보내던 1988년,
새로 개봉한 '변강쇠3'와 동시상영으로 1년 된 영화 하나가 더불어 상영되었다.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20대 후반으로 보이던 삭았었기에, 오히려 유리했던 얼굴을 들이밀고 무사히 극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난 단지 변강쇠의 파워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뿐인데, 별 관심없는 춤 추는 영화가 하나 더 상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 섹시하고 얼굴 뻘개지던 역동적인 장면들~여러가지 억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당시에 내가 느낀 문화적인 충격은 컸다. 어리둥절하게 뭔지도 잘 모르고 봤던 바로 그 영화를 근 20년만에 다시 본다는 것... 내가 주민등록 번호를 다시 한 번 중얼거리게 할만큼 세월도 참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전혀 디지털적이지 않은 장인정신이 우러나는 멋진 극장영화 간판...
서울 지하철5호선 서대문역 8번 출구를 나오면 첨부한 사진과 같이 이렇게 바로 우아하고 클래식한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의 십대들이 거의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 바로 그런 간판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솔직히 아주 허접한 스토리임에도 현대 영화에 전혀 뒤지지 않는 멋진 영상~
너무도 역동적이고 정열적인 가슴 울리는 댄스 파티~ 무엇이 그리도 더티하단 말인가?
관습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20년 전, 이 영화가 단순 번역으로 '더러운 춤'인줄로만 알았었다.
그리고 그러한 고정관념을 버릴 수 없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오래도록 죄책감에 시달렸던 날들이 아프다.

그때도 그랬던가 싶지만 공부밖에 모르던 순진한 지방의 고교생에게 댄스 파티는 물론이고, 낙태며 섹스, 서양 부유층들의 장기간의 휴가 문화는 어리 둥절 그 자체였다. 다만 예쁜 서양 아가씨들이 아주 야하게 노출한다는 것 바로 그 맛에 빠졌을 뿐인데...  20년이 흘러 다시 보는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과연, 18세 청소년에겐 너무 심한 영화였을까?
낙태와 섹스, 현란한 댄스라는 소재가 청소년에게 무조건적인 해악만 줄 뿐일까 그런 소재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야만 하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시인 정덕수 형은 17살에 설악산 서북능선에서 젖은 담배 피우며 그리운 어머니를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탄생한 국민가요 양희은의 '한계령'을 상상해 보라. 청소년이라도 너무 상상력을 묶어둘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다행히 20년만에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15세이상 관람한 판정을 받았다. 짝짝짝~

올바른 성교육이 밝은 사회에 기여하듯이...
청소년들에게 지나친 억압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을 환영한다.
잃어버린 10년을 노래하는 수구꼴통들의 지금 주장이 과연 옳은가?
요새 아이들 너무 버릇없다며 문화를 억압해서라도 돈돈돈~ 돈만이 선진국 평가의 기준이라는 듯 왜곡시켜가는 이들의 사고는 과연 건전한가?
나는 권위가 타파되었던 지난 10년의 대한민국 사회문화가 너무나도 좋은데 말이다.
50대 60대가 10대와 20대를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억압받고 주장을 굽혀야 하는 것은 옳지않은 것 같다. 당장은 좀 힘들지라도 우리의 10대와 20대들이 뛰어난 창의력과 개성으로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갔으면 싶다. 영어 공부만 하지말고 춤 공부도 좀 하고, 음악 수업도 늘렸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 세심하게 기승전결을 바라보면 짜증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강렬한 거시안을 느끼는 순간 뭉클한 감동이 있다.
너무도 춤 잘추는 페트릭 스웨이지를 보면 배우가 단지 얼굴만 잘났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스크린으로 만나는 세계적인 스타 배우들은 참 모습의 1%만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인기에 영합해서 얼굴로만 승부를 거는 우리의 젊은 미남,미녀 배우들의 작품이 흥행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극장가를 강타하는 우리 영화가 과연 20년 후에 멋드러지게 다시 개봉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다시 만나게 해준 드림시네마의 용기와 오래된 영화의 스텝들에게 감사드린다.
20년만에 스크린으로 만난 이 영화 하나가 많은 고민거리와 즐거움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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