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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한 마디만 더 해봐! 달리는 이 자동차에서 뛰어내릴 거니까!!”
이성을 잃은 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그는 순간 움칠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나의 성격, 뛰어내린다면 정말 뛰어내릴, 머리 뚜껑이 열린, 나의 성질을 잘 그는 즉시 입을 다물고 조용히 운전만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우리 가족은 스키장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아들 녀석은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밤을 세고 싶다고 은근히 부탁을 해왔다. 녀석의 입장에선 식구들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편이 훨씬 신나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아는 나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리고 막상 가기로 한 날이 되자, 딸년도 크리스마스 날, 새벽부터 남자친구 면회를 가야한다며, 그러면 일찍 자야겠으니 가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갈 사람은, 그와 나뿐이었다. 우리는 스키장 근처에서 간단하게 설렁탕으로 저녁을 먹고 회사에서 그대로 양복차림으로 온 그는 차 안에서 스키복을 갈아입고 리프트를 타고 스키장으로 올라갔다.
어머니의 병환과 돌아가심, 그리고 아이들 아빠의 병시중과 상을 치르며 근 십년 동안 스키를 탈 정신이 없었던 우리들은 아들의 스키 장비를 빌릴 때 여실히 그 사실이 들어났다. 내 스키의 날을 갈려고 십 년 동안 곱게 가방에 들어 있던, 내 키보다 10cm 더 큰 스키를 꺼내놓자 딸년의 친구인 스키 강사는,
“어머니, 이 스키 이제 타는 사람 없어요. 이제는 노말이 아닌 카빙을 탑니다. 노말은 타시기가 너무 힘들어요,”
“노말은 뭐고 카빙은 뭐래?”
“노말은 어머니 스키처럼 이렇게 길고 일직선인 거고요. 카빙은 자신의 키보다 작고 이렇게 가운데가 잘록한 거예요. 그래서 턴이 훨씬 쉽고 타기가 쉽지요. 한 마디로 스키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거지요.”
“그래? 그러면 스키를 바꿔야하나?”
나의 물음에 스키강사는 나의 모습을 위 아래로 흩어보더니 답답하고 한심한 듯 말했다.
“그런데 어머님은 스키보다 스키복을 바꾸세요.”
“잉? 내 스키복이 어때서?”
“요즘 그런 스키복 입는 사람 없어요.”
“그럼 요즘은 스키복을 안 입고 다 벗고 타나?”
“아니, 요즘은 어머니처럼 그렇게 딱 달라붙는 스키바지 입고 타는 사람 없다고요. 다들 저렇게 따님처럼 통이 넓은 바지 입고 타요. 따님 스키복 참 예쁘네요.”
“저렇게 똥 싼 바지같이 생긴 건 젊은 애들이 타는 스노우 보드용 의상 아닌가? 그리고 예쁜 것은 스키복이 아니라 내 딸의 젊음이지.”
“요즘 스키복도 다 저래요.”
“그럼 이런 스키복 입으면 못 타게 해?”
“아니, 못 타게 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스키 노말에, 스키의상 십년 전의 것을 입고 타면, 십년 만에 나타난 어머니를 다 쳐다보겠지요.”
“아 괜찮아. 난 또 스키를 못 타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상관없어.”
그렇게 나는 십년 전에 스키와 의상으로 다시 스키세계에 컴백했다.

그날도 나는 초보코스에서 스키를 타며 다시 잃어버린 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답답한지 중급자 코스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신중할 때는 엄청 신중한 나는 절대 그렇게 무모한 일을 하지 않는다. 초급에서 중급으로 갈 때는 시야가 좋은 낮에, 그것도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의 안내를 받아 간다. 머리 뚜껑이 열리지 않는 한, 결코 무모한 모험은 하지 않는 나는,
“다음에 가자, 시야가 좋은 낮에, 스키강사인 소윤이 친구와 함께 가자.”
“에이, 중급이 뭐가 힘들다고, 중급에서 한 번만 타고 가자.”
“자기 중급에서 탄 적 있어?”
“응.”
“그 실력으로?”
“응.”
“하긴, 모르면 용감하지, 난 십년 전엔 상급에서 탔는데 지금 중급 올라가기도 겁이 나는데.”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 타고 집에 가자.”
시간을 보니 밤 11시가 다 되어 있었다. 집에 가야하긴 갈 시간이었다.
“알았어.”
그렇게 중급자 코스로 올라가 뜨거운 코코아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거의 다 내려와 급 경사코스에서 갑자기 쌩~하는 스노우 보드 소리가 귀를 스쳐감과 동시에 피할 사이도 없이 아주 큰 충격이 머리와 등을 강타했다. 순간 죽었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머리에 큰 충격을 느껴 쓰러지며 이 나쁜 머리로 이제 공부는 다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노우 보드로 나를 치고 날아가 내 앞에서 떨어진 인간이 벌벌 기어오더니,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를 반복했다. 내 뒤에서 타고 오던 그는 조금 후에 나타나
“왜 그래? 괜찮아? 어디를 다쳤어?” 다급하게 물었다.
나는 쓰러져 꼼짝을 못하고 머리가 울려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요?”
그가 묻자 그 남자는 “제가 타고 가는데 뒤에서 이 아줌마가 갑자기 나타나 부딪쳤어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뭐라고 대답을 하려고 해도 머리가 심하게 울려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자기 눈에 내가 괜찮아 보이니? 그리고 일어설 수 있다면 내가 이 깊은 밤에 눈구덩이 속에서 미쳤다고 이렇게 누워 있겠니? 제발 머리가 울리니 말 좀 시키지 말고 도움이나 요청해.’
난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답답한 남자 둘이 한참을 그렇게 나에게 말을 시키고 있었다. 스키를 타던 사람들이 괜찮으냐고 물으며 자신이 가서 구조를 요청해 주겠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기 전에 지나가던 사람들을 세워 구조를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고, 답답해 내가 이 인간들을 정말 꽉 죽여~’
그렇게 눈 속에서 한참을 쓰러져 있었던 것 같다.
“왜 이렇게 구조요원이 안 오지? 그런데 배는 왜 그러세요?”
나를 친 인간이 연신 배를 만지자 그가 물었다.
“ 이 아줌마가 나를 칠 때 아줌마 스키에 부딪쳐서 그렇지요.”
아~내가 지금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이보세요. 댁이 앞에 가는데 제가 가서 부딪쳤다면서요? 그렇다면 어떻게 제가 머리와 등을 다치고 댁은 배를 다치지요? 서로 스키를 뒤로 타고 있었나요?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속이 시원하게 쏘아 주었을텐데,
그런데 도대체 평소에 그렇게 논리정연하게 말을 잘 하는 이 인간은 왜 아무 소리도 못하고 침묵하고 나만 들여다 보고 있는 건지, 화가 나자 머리가 더 흔들렸다.
한참이 지난 후, 구조요원이 와서 나를 눈 침대에 싣고 내려갔다. 응급실로 실려 간 나를 간호사가 스키복과 부츠를 벗겼다. 하지만 등을 심하게 다쳐 스키복을 제대로 벗을 수가 없었다. 간호사는 비명을 지르는 나를 달래며 겨우겨우 팔을 빼 스키복을 벗기고 부츠를 벗기더니 혈압을 쟀다. 평소에 저혈압인 나는 오히려 혈압이 올라가 정상이었다. 보드 날로 맞았는데 머리와 등이 부은 것 외에는 다행히 외상은 없었다. 나보다 오히려 스키 폴대의 부상이 심각했다. 정신을 조금 차리고 보니 폴대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폴대가 찌그러질 정도의 충격인데도 상처가 없다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머리는 계속 어지럽고 윙윙 거렸다. 각자의 인적사항을 적은 다음, 어떻게 사고가 난 거냐고 간호사가 그에게 묻자 자신은 그 장면을 직접 목격을 못 해서 잘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나를 친 남자는 자신이 앞에서 가고 있는데 내가 와서 부딪쳤다고 하는 것 아닌가. 그 사람 말을 듣고 간호사가 나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난 뒤에서 뭔가 날아와 나를 친 것만 기억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자 나를 친 남자가,
“제가 치다니요? 아주머니가 와서 부딪쳤지요?” 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그는 말을 잃고 그 상황에 넋이 나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언제나 그렇듯 내 스스로 나를 보호해야했다. 정신을 차려야했다. 나는 정신을 모으고 일어나 앉았다. 부딪칠 때는 배를 다쳤다고 하던 인간이 간호사에게 파스를 뿌려 달라고 허리를 걷어 올리고 앉아 있었다. 밝은 불빛에서 보니 40이 넘은 쪼글쪼글하게 늙은 인간이었다.
‘나이 값을 하지. 그 나에게 무슨 보드니?’
“아저씨, 배가 아프시다니 지금은 허리에요? 내가 영원히 말을 못 할 줄 알았어요? 어디서 거짓말을 하세요? 보드를 날으며 타세요? 어떻게 제가 앞에 가는 아저씨에게 부딪쳤으면 머리와 등을 다치고 아저씨는 배를 다치지요? 제가 뒤로 스키를 탔나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를 왜 하세요?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뒷일을 걱정하기 전에 서로의 몸이 무탈하기를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그렇게 사시면 안 되지요. 정직하게 사세요.”
“제가 뒤에서 받았다고요? 전 이제 보드강사까지 하려고 시험을 치려고 준비 중인데요.”
“여기서 강사시험이 갑자기 왜 나와요? 강사시험 치는 사람은 사고 나란 법 없나요? 강사시험 치는 사람은 보드를 날아다니며 타나요? 전 국제자격증이 있는 강사에게 1달간 강습을 받으며 스키를 배운 사람이에요. 슬로프를 운영하는 슬로프 요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슬로프 타고 내리는 방법부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스키를 타는 방법을 1달간 배운 사람입니다. 무조건 스키를 탄다고 다 스키를 타는 사람이 아닙니다. 강사가 되실 분이시면 더 잘 아시겠군요. 어떻게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밤에 그것도 금지된 활강을 하며 보드를 탈 수 있지요? 그런 기본적인 정신 상태도 제대로 되지 않은 분이 무슨 강사가 되신다고 하세요? 무엇을 가르치시려고요?”
그러자, 허참! 하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인간과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나오려고 일어섰다. 그는 걷지 말라며 차를 가지러 급히 나갔다.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 정작 말을 해야 할 때는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인간이!'
난 부글부글 끓어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자기, 얼굴의 그 입은 인테리어로 붙여 놓은 거니? 어떻게 한 마디도 못해?”
자신이 굿이 우겨 중급자에 가서 사고가 난 상황이라 난처한 그를 십 분 이해해서 말을 안하고 넘어가려고 하였지만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결국 말문을 열었다.
“난 그 상황을 보지 못했으니 할 말이 없었고, 자기가 아픈 상황에서 그 사람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싶지 않았어.”
“내가 지금 그 사람과 싸우라는 거야? 시야도 어두운 밤인데 조심해서 타시지 그러셨어요, 남자라면 그 한 마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자기 남자 맞아?”
“그 사람도 악의로 그런 건 아니잖아.”
“악의로 그런 거 아닌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책임 추궁을 당하지 않으려고 내가 부딪쳤다고 했을 때 한 마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소윤이가 옆에 있었어도 그런 식으로 하진 않았을 거야.적어도 자기보단 낳았을 거야.”
“난 그 상황을 보지 못해서 뭐라고 할 수가 없었어. 문제가 되면 나중에 다 들어날 일인데 굿이 언성을 높일 필요도 없고. 그리고 당연히 자기 딸인 소윤이가 나보다 더 낫겠지.”
“자기 바보야? 그 상황을 보지 못해도 결과를 보면 몰라? 내가 앞에서 부딪쳤으면 당연히 앞을 다치지, 뒤인 머리와 등을 다쳤겠어? 그 사람이 앞인 배를 다치고? 그런 쓸데없는 일로 논쟁을 부릴 필요가 없다? 문제가 되면 나중에 상황을 봐서 판단해서 재판하시려고? 그러니 지금은 쓸데없이 언쟁을 부릴 이유가 없다? 자긴 모든 상황을 그런 식으로 대처하고 사니? 그리고 소윤이 보다 못한 남자라면 나 그런 남자 필요없어. 나에게 소윤이보다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남자라면 내가 왜 그런 남자를 사겨야 하는데?”
“자기가 아픈 상황에서 그 사람과 언성을 높이며 추태를 부리고 싶지 않았어!”
“아주 고상하셔! 누가 추태를 부리래? 아저씨, 다친 곳이 결과를 말해주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그리고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몸이 무사하기를 걱정해야지요, 이렇게 점잖게 말할 수도 있잖아?”
그는 자존심 때문인지 끝까지 자신이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내가 듣기엔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펴고 자신을 두둔하고 있었다.
“닥쳐!! 지금은 이렇게 말을 잘 하는데 그 때는 말을 못 했지! 정작 말을 해야 할 때는 못하고! 바로 말을 해서 그 인간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찍소리 못하게 한 마디 했어야 되잖아!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냐고! 나중에 판단하면 된다! 지금 하는 말은 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의 헛말이다! 저렇게 EQ가 떨어지니 사법고시에 2번이나 떨어졌지! 지금부터 한 마디만 해봐! 달리는 이 차에서 뛰어내릴 거니까! 그때도 그렇게 말을 잘 하나 어디 보자! 난 내가 필요한 바로 그 순간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필요해! 나중에 판단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아픈 머리를 싸쥐고 일어나 말은 내가 해야하고 나중에 판단해주는 그런 바보 같은 인간은 필요없다고! 자긴 오늘 운전사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어! 난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필요하지 운전사는 필요 없다고!!!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다음부터는 자기가 말한대로 할게, 그러니 제발 진정해."
머리 뚜껑이 열러 길길이 뛰어 말을 막 쏟아 놓고 있는, 나의 성질을 잘 아는 그는 나를 달래며 운전을 하다 충격이 컸는지 중앙선을 넘나든다.
“죽으려면 정확이 죽게 만들어! 괜히 병신 만들지 말고! 안 그러면 내가 병신을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지 않으려면 똑바로 운전해!”
"알았어. 알았으니 제발 진정해."
꽥 소리를 지르자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곱게 운전을 한다. 전에 나와 맞서다 목숨을 내놓고 달려드는 나에게 호되게 당해 넋이 나간 그는 그 뒤로 다시는 나와 맞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니들이 와서 어떻게 사람을 잡아 저렇게 넋이 나가게 만들어 놓았냐며 나에게 책망을 할 정도였다. 하긴 사람이 갑자기 악마로 변하는 것을 처음 경험했으니 충격이 크고 넋이 나갔겠지, 평소에 나의 성격만 보고 막 나가다 된 통 당한 거지, 그러니 왜 구렁이를 독사로 만들어! 그나저나 평생 얌전하게만 자란 사람이, 감성은 죽이고 오직 글자와 기록에 의지해 산 모범생 인생이, 나 같은 마적단 딸을 만나서 고생이 크다!

“난 우리 엄마에게도 잘못했다는 소리를 한 번도 안 해 봤어. 그리고 그런 소리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에게 들었어.”
집으로 돌아와 오랜 시간에 걸쳐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소리를 듣고 직성이 풀린 나에게 그가 한 말이다.
“흥! 그게 뭐 자랑이야! 잘못을 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하고,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하고, 이런저런 소리도 들어야 사람이지! 그렇겠지! 감히 누가 자기에게 그런 소리를 막 대놓고 하겠어. 뒤에서만 흉보겠지! 나니까 해 주는 거지! 자기가 처음부터 나에게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으면 나도 그렇게 지나치게 나가지는 않았을 거야. 나도 곧 내가 너무 지나쳤다고 사과했겠지. 그런데 자기는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지나치게 나갔던 거고.”
“난 자기가 한 템포만 늦춰 주었으면 좋겠어. 자기는 다 좋은데 너무 극과 극이야. 잘 해 줄때는 천사 같고 무서울 때는 악마 같아. 너무 얼굴이 달라. 내가 감당하기가 힘들어.”
“그럼 감당하지 마. 그리고 그게 솔직한 나야, 난 가식으로 위장하고 싶지 않아. 난 일단 잘해주며 그 사람을 봐. 그러다 잘해주는 것을 믿고 너무 하다 싶으면 그 때는 끝이야. 아이들 아빠가 생전에 나에게 그랬어. 나의 성격이 야쿠자의 보스 같다고, 일단 나의 삶의 반경에 들어 온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해서 챙겨주고 잘 해 줘. 하지만 나의 눈 밖에 나면 끝이야. 하지만 그 사람이 인간적으로 신심으로 정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땐 난 용서해. 요리조리 잔꾀를 피우고 요령을 피우며 빠져 나가려고 할 때는 절대 용서하지 않지. 그리고 내 삶의 반경 안에 들어온 사람이 내 뒤에서 칼을 꽂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절대로 내가 먼저 잘못하거나 배신하지 않아.”
“야쿠자 보스 맞네.”
“야쿠자 보스건 뭐건 난 그런 성격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깔끔한 성격 아니야? 물론 자기처럼 유한 구석은 없지만.”
“그래도 난 자기가 조금은 유하고 순했으면 좋겠어. 자기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해, 한 치의 오차나 실수도 용납을 안 해. 전에 첼로 선생님이 나에게 명아 언니는 완벽하게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그걸 다 수용할 수 있냐고, 나에게 물었을 때, 난 그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바로 그 말이었어. 그리고 아무리 화가 나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것 아니야? 자기가 조금만 참아 주었으면 좋겠어.”
“화가 났을 땐 나에겐 할말 못할 말이 없어.난 그래. 그게 나야. 화가 났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어디있어? 그런 이성이 있으면 화를 내겠어? 그렇다고 내가 아무 때나 화를 내는 건 아니잖아? 꾹꾹 참고 참다가 정말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화를 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자기지. 어떻게 보면 모든 것에 치열하게 사니까 화를 내는 것도 치열하겠지, 그러니까 자기는 그렇게 살다 죽어. 대충 유하고 대충 논리적이고 대충 적당히, 언제나 자신을 제어할 수 있고, 도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그렇게 살아, 난 이렇게 살다 죽을게. 세상에 다 좋은 건 없어.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나쁜 거야. 자기는 유하고 착한 대신 어떤 때는 정말 자기가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인가, 의심 될 때가 많아. 나에겐 너무 답답하지. ‘아버지 돌 굴러 가유~하면 벌써 돌은 굴러 아버지는 죽어버리고, 그러니 서로 보완해야지 어쩌겠어.”
“내가 그렇게 답답해?”
“엄청 답답하지. 난 돈키호테면 자긴 햄릿이니까. 내가 달리는 풍차를 보고 나에게 달려드는 적이라 생각하고 무조건 칼을 빼고 달려든다면 자기는 돋보기를 들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달리는 풍차를 관찰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자신의 눈에 돌아가게 보이는 현상이 정말 사실인지, 남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지를 확인하고 지금 돌아가는 것이 자기에게 악의를 가져서 돌아가는 것인지 아닌지를 분석하는 사람이잖아. 나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돌아버릴 일이지."

고통의 실체는 하루가 지나니 나타났다. 온통 삭신이 쑤시고 아파 옴짝 달싹 할 수 없는 나는 몸까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함에 갇혀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행은 그래도 나쁜 머리는 더 나빠지지 않은 듯, 공부에 지장은 없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머리는 띵하고 이제 충격이 목까지 내려 온 듯 목이 뻑뻑하다. 내가 생각해도 난 참 다양하게 여러 가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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