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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01.01 09:31

아침 단상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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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 가는 이웃 따라 거름(퇴비)지고 길 나서 듯
모두 연말이라 어수선한 분위기에 나도 뭔가 빠진듯한 생각에, 애들 좋아 하는 피자나 통닭이라도 시키고 붙어오는 콜라잔에 건배라도 하며, 해넘이를 해볼 까 하다가
아이들에게는 녹차를, 아내와 나는 올 가을에 담가 두었던 머루 와인을 한잔 하면서 2007년 요점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용환이에게 말문을 틀 기회를 주니 다기세트로 장난하느라 나보고 먼저 하라고 한다.
용기가 조금 없고, 쑥스럽기도 한 모양이다.
"용환이는 체력을 좀더 키웠으면 좋을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밥을 더딘속도로 천천히, 꼭꼭씹어 골고루 먹어야해"
"너가 그 것만 지키면, 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을꺼야"

"일년내내 아빠가 한얘기 또 야"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야"

칭찬보다는 책망에 가까운 얘기를 해서 그런지 살짝 싫어하며 차를 마신다.
"여민이는 울지 않는 어린이가 되었 으면 좋겠 는데"
"춤도 더 잘 추고, 내년에는 한글을 스스로 읽고, 쓰기바래"
"아빠 엄마 오래오래 살아야해"
"내가 많이 돌봐 줄게"
그래 고마워,,,.
아내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술일 잘 못하는 나는 와인의 알콜기운에 벌써 얼굴이 잘 익은 수박 속살빛으로 달아 오르고 있었다.
"이거 몇도 나 될까?
"머루라서 색은 제대로 않나 와도 먹을 만은 하다"
"내년 되면 제 맛이 날꺼야"

2007년 우리 가족은 그렇게 해넘이를 했다.
시작과 끝, 그리고 생일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특히 신년 결심이니 계획은 세우거나 세워 볼라고 노력해 본 적도 없다.
지나온 길 처럼 앞으로 나가는 이길에 조금은 경직될 많큼 내 정체성을 지키며 하루 하루를 빡세게 살아 보자는 것이 30대 초입 내가 결혼 할 무렵의 마음이 였다.
"하루 하루 빡세게"가 많이 밀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다 낮은 곳으로, 연대의 끈을 잡고, 상념에서 실천으로, 타협보다는 고집, 지식보다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사람들 속에 있고 싶다.

조금 일찍일어나 어제 못 다본 "차마고도"-(넥서스 온출판)- 를 마저 읽었다.
책 한권 해치우기 참 어려운 삶을 사는 것 같다.
말궁둥이를 잡고 남쵸를 거쳐 라싸를 들러 시가체와 간체를 돌아 나오는 기나 긴 마음여행을 오늘 아침에야 내려 놓고,
올곧에 하루하루를 엮어 갈 이정표라도 볼 요량으로  96년 1월에 중판된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을 꺼내 들고 손 닿는 곳이 마음 닿는 곳 이라 생각하고 펼친 곳이 p74로 부터 시작하는 "과거에로의 도피"에서 현재주의에 관한 글을 찬찬히 읽었다.
오늘 하루는 이 향기속에서 시작한다.

오늘의  해가, 어제의 그 해 같은 만남이 있는 곳  정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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