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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학 이론서이다. 심리치료사인 뉴욕 여자 로빈 스턴이 쓰고, 광주에서 교육심리학 교수로 활동하는 여성이 번역한 책답게 철저하게 여성을 옹호하는 책이다.
억울한 일도 있지만 나름대로 착하게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여인에게 '니 잘못이 아니야'를 깨우쳐 주는 바로 그런 책이다. 내 아내와 같이 착하고 부드러운 여성에게 호전적인 기질을 심어줄 수 있으며, 마냥 유약한 여성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다. 아울러 나처럼 성격이 강한 남성에게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 여성을 배려하도록 유도하는 좋은 충고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책이 부드러운 문체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각을 세우는데 촛점을 맞춘듯 하여 아쉽다.

책의 제목인 가스등 이펙트(The Gaslight Effect)는 1944년 개봉영화 가스등(Gaslight)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화 '가스등'에서 여주인공 폴라는 그레고리를 깊이 사랑한다.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아온 그녀는 남편 그레고리가 자신에게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 줄 구세주라고 믿는다. 부모없이 자라던 그녀가 갑작스런 이모의 죽음으로 극심한 충격을 받았을 때 만난 남자가 바로 그레고리였으니 충분히 그럴만 했다. 그녀는 부모나 이모를 대신하여 자신을 돌봐주고 사랑해 줄 누군가를 원했던 것이고, 그 대상을 물색하다가 남편 그레고리를 만난 것이다. 그것은 사랑이기에 앞서 강한 집착이었다.

돈 많은 아내의 재산을 노리는 잘생긴 남편, 그런 남편을 무작정 사랑하여 정체성을 잃어가는 착하고 돈 많은 아내... 남편 그레고리는 아내를 점점 압박하고 심지어 외출까지 막는 등 점점 그녀를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여자로 몰아부친다. 폴라는 폴라대로 남편을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정체성 혹은 주체성마저 잃어간다. 급기야 그녀는 남편의 각본에 따라 심리적으로 점점 위축되고 불안해 하며 자신이 정신이상자라고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더구나 깊은 밤, 다락방에서 소음이 들려오고, 방 안의 가스등이 희미해지는 현상을 목격한 폴라가 이 사실을 그레고리에게 알려준 것은 결정적으로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는 구실이 된다.

이 때 그레고리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런던 경시청의 브라이언 경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낸다. 그레고리가 바로 엘리스 엘퀴스트의 살인범이었던 것이다. 그는 엘리스가 지니고 있는 유명한 보석을 찾기 위해 폴라에게 접근했었던 것이고, 폴라가 발견한 다락방의 소음과 희미해지는 가스등의 비밀은 바로 엘리스의 보석을 찾는 그레고리의 행동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상처받기 쉬운 성격의 젊은 가수 폴라... 그 속을 헤아릴 수 없는 권위적인 남편... 두 사람의 관계와 비슷한 사례들을 하나의 학문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고 만들어 진 심리학 이론서가 바로 이 책이다.

나는 그에게 조정 당하고 있다. 내가 믿고 사랑하는 그 사람이 뭔가 확신에 차서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참으로 삭막한 현실이지만 일리는 있다. 특히 그의 이야기 속에 어느 정도 진실이 들어 있을 때 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신뢰할 수 밖에 없는데, 저자는 그것을 믿지 말고 의심하라고 조언해 주는 참으로 고마운(?) 도우미이다.

두 사람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서로 불편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럴 경우 마냥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상대의 말에 뭔가 나쁜 의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친절하게 조언해주는 것이다.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이해해서는 안된다며 그의 의견에 공감의 표시를 하기에 앞서 의문을 갖고 자신의 권리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믿지 말라! 누가 문제인가? 내가 미쳤는가? 상대방이 미쳤는가? 당연한 사실에 대해 상대방이 의문을 제기한다면 그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상대방의 영향력에 자신을 내맡기는 아주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해 자신의 주장을 버리고 상대에게 양보하면 상대방의 생각이 나의 머릿속에 침투하면서 나는 이미 상대방에게 굴복하게 된다는 것도 이 책의 주장이다.

내 잘못이 아닐 수 있으니 절대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한때 강하고 독립적이던 내가 양보의 미덕으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굴복하다보면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상대방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다섯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왜곡과 진실을 구분하라. 둘째, 상대방과의 대화가 서로의 힘겨루기가 아닌지 판단하고, 만약 그렇다면 대화를 피하라. 셋째, 영향력 행사를 유발하는 계기가 무엇인지, 자신과 상대방 양쪽에서 찾아내라. 넷째, 옳고 그름 대신 느낌에 초점을 맞추어라. 다섯째, 자신이 옳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나는 과연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양보한다고 해서 우리 사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의심해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 중에 하나이다. 나 자신을 조종하려는 사람과의 관계를 재정힙하여 그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의 인생과 꿈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잘 판단하라고 이 책은 조언한다.

내가 이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는 심약한 이들에게 참 좋은 책이다라는 생각이 깊었으나 끝까지 읽다보니 어떤 차원에서는 '왜 그렇게 사는가? 그냥 이혼하는게 어때?'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듯 다소 비약적인 해석이 가능해질 정도로 이 책은 양보의 미덕을 악으로 규정하는 심리서적인 듯 싶다.

소모적인 말싸움을 하지 말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더 이상 상대방에서 무시 당하며 살지 말라는 조언으로서는 최고의 책이다.
즉, 나는 이 책을 읽는 대상이 평범한 사람일 경우 보다는 늘 억압받는 약자일 때 매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힘 겨루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표현

당신 말이 옳아요. 하지만 나는 이 일에 대해 계속 말다툼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 말이 옳아요. 하지만 나는 그런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아요.
욕을 하지 않고도 대화를 계속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대화가 편치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네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
대화 내용이 다소 지나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쟁을 계속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 있어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대화를 계속하고 싶어요. 하지만 좀더 유쾌한 분위기가 아니라면 내키지 않아요.
내가 현실을 모른다고 당신이 말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당신과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대화가 좋아요. 하지만 나를 헐뜯는 대화는 싫어요.
당신에게 나를 헐뜯을 의사가 없었는지 모르지만, 당신이 나를 깎아내린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이 대화를 계속하지 않겠어요.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아요. 적당한 시간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해요.


위의 표현들은 이 책 287쪽에서 건진 제법 괜찮은 대화법이라 독수리 타법으로 열심히 베껴둔다. 자칫 소모전으로 흘러갈 수 있는 대화중에 상대적인 피해자인 내가 힘 겨루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표현으로 참 좋은 예시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의 삶에 문제가 없는 착하고 약한 당신이라면 시간과 감정의 낭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책이지만... 늘 당하고 사는 약한 당신, 마냥 착한 당신이라면 이 책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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