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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09.23 21:50

부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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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런 환경에서 잘 버티고 계신 것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역시 선생님께서는 저력이 있으세요.
버티어 내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변비가 생겼다니 걱정입니다.
저도 종종 생겨요.
극히 신경을 쓰면 변비가 되더라구요.
선생님! 그런 말이 뭐가 챙피하세요?
전 치질까지 있답니다.ㅋㅋ
수술을 받는다, 받는다, 하고 시간이 없어 아직 못 받고 있어요.
어쩌면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수도 있어요.
심하지 않다는 얘기지요. 심하면 별써 받았겠지요.
아이를 낳은 여자는 대부분 치질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를 가지면 산달에는 아이의 무게로 배가 눌리니까요.
이번 겨울엔 꼭 받으리라 마음 먹고 있는데 모르겠어요..ㅎㅎ

선생님 마실 것을 많이 마셔보세요.
커피 말고 생수로 드세요.
전 도움이 되더라구요.



우리 학과가 문학기행을 내일(화요일- 금요일)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와 쌍계사,
섬진강에 간데요.
섬강은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시로 유명한데....
김승옥-'무진기행'의 배경인 무진도 간다는군요.


전 가려고 했지만 수요일 근대사 과목이 있어서 갈등하다 근대사를 택했어요.
쌍계사나 섬진강은 언제든 갈 수 있지만 근대사 강의는 항상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요.
수요일에 나오시는 최규진 교수님은 역사학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는 분이예요.
역사학연구소는 진보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재조명하는 진보적인 사학가들이
모인 연구소예요.
그런 교수님께 배운다는 것은 행운이지요.
선생님께서도 수요일에 나오셨고 생각도 비슷하셔셔 잘 아시지 않나,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과 흡사한 열강을 하시는 분이예요.

오늘 오전 수업을 마치고 나오다 교수님들과 마주쳤어요.
점심 식사을 같이하며
교수님들께 못 가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어요.
라캉에 문제로 한참 얘기한 교수님과 비교문학을 가르치시는 교수님께서
왜 안가냐고 섭섭하다고 하셔서
할 수 없이 일본에 간다고 거짓말했어요....흑흑
그런 이유가 아니면 안 가는 다른 이유를 댈 수가 없더라구요.
다른 이유를 대면 분명 가자고 하실 것이 확실하니까요
그러면 거절 못하는 저는 분명 덜렁덜렁 따라가고 말테니까요.



선생님,
저는 일본학과에 편입하려고 하는데(2년간 무료로 공부할 것이 남았거든요)
아이들이 일본에 가면 나도 함께 가야하니 일본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우고
선생님 말씀처럼 비교문학을 하고 싶어셔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학점이 4.0 이상이면 대학원도 무료인데 왜 대학원에 오지 않느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 글을 써야할 것 아니냐며 대학원 올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다시학부생이 되는 일본학과를 가는 것은  석사도 못 되고 또 다른 공부에 매달려 공부를 하다보면 글도 안 쓰게 되지 않느냐며...
강요는 않 하지만 잘 생각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교수님이 들어있는 한국작가 교수회에서 나오는 '소설시대' 라는 잡지에
추전해주시겠다고.
일단 그렇게 등단하고 계속 글을 쓰라고 하셨어요.
하지면 저의 생각은 달라요.
석사가 뭐가 중요하고 등단이 뭐가 중요해요.

작가 되려는 생각 이미 버렸고요.
이제 제가 좋아하는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그런 이름표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 아닌가요?
그것은 석사와 등단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대가 미개한 태국의 대학보다 급수가 낮다....
요새 근대사 강의를 들으며 느낀건데 우리나라가 근대에서 나아진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단지 모양과 빛깔만 달라졌지 양상은 똑같구나, 는 생각을 했어요.
양반과 상놈이 없다는, 신분제가 없다는 것은 허상이었구나,
현대는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으로 나누어 지는 더 무서운 계급사회가 되지 않았는가,
돈이 없으면 사람구실을 못하고 사는 현대는 근대보다 더 무서운 계급사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산계급에서 유산계급으로 들어가는 사다리 ( 예를 들면 옛날에 차장이 열심히
공부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사례,노무현이 고등학교만 나와 고시에 합격한 사례)를 통해 계급을 뛰어넘을 수 있었지만 이제 계급을 이어주는 사다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
옛날엔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했지만 요즘은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잖아요.
부모가 가난해서 과외나 학원을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은 이제 공부 못해요.
한 과목에 백만원 하는 과외공부, 특수학원을  줄기차게 보낼 수 있는,
돈 있는 부모들을 둔 아이들이 공부 잘합니다.
이제 가난이 대물림 되는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양반의 지제는 양반이 되고 상놈의 자식은 대를 이어 다시상놈이 되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 있나요.

제가 근대사를 배운 이유는 저의 서 있는 정확한 위치와
저의 정체성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이고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나,를
분명하게 알려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래에 와서 전 정신과를 다시 찾았습니다.
"선생님, 전 먹고 살 것 걱정 안하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아이들도  
잘 자라주고 저를 챙겨주는 완벽한 남친도 있고 대학원을 갈까, 대학을 갈까를
고민하는, 남들이 보면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행복해야 하잖아요?
그런데도 전 행복하지 않아요.
눈 뜨기 조차 귀찮고 만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요. 안재환이 부러워요.
죽음은 영원한 휴식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 때문입니다. 약을 왜 끊었어요. 약을 끊으면 안 돼요. 환자분은 환경. 즉
외부적에서 오는 오는 우울증이 아닌 자신의 몸에서 생성되는 우울증이예요.
체질이 그런 체질입니다.그러니 예방차원에서도 약을 꾸준히 먹어야합니다."

그래서 전 우울증 약을 받아왔지요. 그런데 제가 안재환이 부럽다 하니
이 사람 모방자살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제가 약을 먹기 전에는
안재환의 장례가 내일이라고 했는데 약을 먹고 깨어보니 안재환 장례는
이미 다 끝나 납골당으로 가있더라구요.
그 다음날 수업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어쩌면 내가 우울한 것은, 삶에 의욕이 없는 것은 정확히 내 자신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 자신을, 나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알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알아야한다,
그렇게 생각해서 역사공부를 택했어요.
저의 정확한 위치와 저의 정체성을 알고 싶어서요.
그래서 근대사 공부에 절실하게 매달렸지요.


그리고 너무 빨리 저의 정체성을 알았어요.
수업을 2번 듣고요.
아~ 전 너무 똑똑한가 봐요. ㅎㅎ
실은 저를 가르치시는 교수님이 똑똑한 분이지요.
너무 똑똑한 사람이 가속패달과 정지패달이 헷갈려 한참 허둥대다
결국 운전을 포기하나요.
그때의 황당함과 비참함이란...
너무 신경을 쓰는 것들이 많아 그렇다고 스스로 위로를 했지만...
서서히 치매가 오는 것 같아요.
공부하면 치매가 오지 않는다는 말을 거짓이었어요...흑흑

선생님,
제가 알아낸 저의 정체성...
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전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힘이 들었고 삶의 의욕이 없었고, 우울했었나봐요
정직한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고 있었어요.
결국은 인정을 해야만 했어요.
정직한 내 모습을 알아야 뛰어넘던지 머무르던지 결정을 할 수 있겠지요.

정직한
내 모습
그것은
일제 강점기의 정신대였어요.
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억누르고 있었나봐요.
하지만 아무리 아파도 정확한 저의 정체성과 지금 있는 위치를 회피하면
저는 영영 우울하고 불행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정신대는 총칼에 의해 혹은 일제의 거짓말에 속아 정신대가 되었지만
저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정신대가 되었다는 것만 다를 뿐이라고.
거짓말과 총칼이 아닌 자본주의에 의한 정신대지요.
지금 내 모습은 브르조아 계급으로 들어가려고 사다리에 매달려 바둥대고
있는 현대판 정신대.
그것이 바로 나의 정확한 모습이었어요.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너무 날카로운 메스를 사용했나요.....
매트릭스에 나오는 네오의 스승이 말한 것처럼 고통 안에서만 진실이 보인다는 말은 맞는 말 같습니다.
고통을 회피하는 것은 진실을 알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요.
그럼 전 영원히 불행할 거예요.
고통스럽지만 인정 해야겠지요.
저의 정확한 위치와 정체성을 인정했을 때 머리가 맑아졌어요.
심하던 두통도 사라졌구요.

저의 정체성과 제가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았으니 이제는 어디로 가나 방향만
설정하면 되겠지요.
내려갈지,올라갈지, 머물러 있을 것인지, 아니면 애둘러 가던지, 천천히 고민하면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대가 미개한 태국의 대학보다 급수가 낫다는 것을 말하다 보니 얘기가  
너무 길어졌어요.
서울대가 태국 대학보다 급수가 낫은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론
서울대학의 급수 따위에  대해선 정치인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거지요.
급수 같은 것이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지요.
독도처럼 땅을 빼앗기는 문제도 아니니...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중요함을 알고 움직이는 정치인들...
자신들은 지금 서울대를 다니지 않으니, 서울대를 나와 외국으로 나갔을 때
어떤 대우를 받는지 그 입장에 처해있지 않으니 자신들과 상관없는 겁니다.
미래를 내다 볼 넓은 안목도 없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정치인들 때문이 아닐까요.
거기에까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달려드는 정치인이 없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맨날 저희들끼리 각각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하고 당파 싸움이나 하고 있지
그런 것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지요.
당파 싸움 하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조선시대와 같은지....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외치는 일본은 진작에 로비를 해 놓았어요.
일본의 의도는 독도가지고 다투게 만들어 그것을 문제화 시켜 결국 국제 재판소로
끌고가 거기서 판정을 받자는 속셈이지요.
그러면 일본이 이길 것이 확실하니까요.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죄 없는 국민들에게 대모만 하게 만들었지
일을 그렇게까지 만들어 놓은 정치인들은 뒷전에서 국민들을 부추기는 일만 했지
국제적으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알릴 노력조차 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신문에 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에 책임은 그 문제에 대처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책임지지 않아도 될 국민들 몫입니다.
항상 그래왔지요.
일본의 부채갚기 운동이나 독립운동도 나라를 그 지경으로 만든, 정치인들과
전혀 상관이 없는 그 문제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될 선량한 백성들 몫이었어요.
일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과 전혀 상관이 없는 백성들 몫이었어요.
언제나 그랬습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그런 불행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예요.


구들문화는 우리나라 조상들의 찬란하고 지혜로운 난방방식이잖아요.
전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의 난방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겨울에 일본에 갔을 때나 유럽에 갔을 때 제일 절실한 것이
따끈따끈한 우리의 방바닥이었어요.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떨면서
뭔가 부족한 스팀난방에 의지해 어디에 몸을 붙이지 못해 안절부절 하며
절실하게 온돌이 그리웠어요.
따끈따끈한 방바닥에 몸을 누이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구들의 방식이나 양식을 살펴보려고 책들을 뒤적이면  구들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일본인이 했다는 거예요.
차라리 일본에서 구들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이 빠를 정도로요.
근대사 공부를 하다보니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연구하고 그 시대 인물들을 조명해서 논문을 쓴 일본인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우리나라의 향가를 조사하고 찾아낸 사람도 일본인이라더군요.
왜 그럴까요?
왜 우리의 구들문화를 구들과 전혀 관계 없는 일본인이 하고 있고
우리의 향가를 일본인이 조사해 발견하고
우리의 역사를 왜 일본인들이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하고 있을까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 서울에 오셔서 늦게 전화하셔도 괜찮습니다.
우선 급한 일 다 보시고 전화해 주세요.
선생님께서 저의 대학으로 오시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선생님 계신 곳으로 갈게요.



선생님!
그럼 뵙게될 때까지 건강하셔야 합니다.



싸와디카 찬락쿤

선생님 덕분에 저도 태국말 배웠어요.ㅎㅎ

감악산에서 박명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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