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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10.04 21:32

산(山)과 나!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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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山)이 거기 있다.
나는 그 산을 좋아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고, 걸어 올라 가는 것도 좋아한다.  
꼭 높은 산이 아니라도 좋다.  숲이 있고, 언덕길을 지나,
작은 오솔길을 걸을 수 있으면 된다.
그저 땀을 닦으며 올라 갈 수 있는 그런 산(山)이면 족하다.

  산(山)은 항상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좋은 친구이다.
아무리 정답고 친한 친구라도 만나고 싶다 해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산은 늘 거기 있어 찾아가 만날 수 있다.
내가 찾아 주지 않았다고 투덜대거나, 오지 않았다고 섭섭해 하지 않는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오는 대로, 눈(雪)이 오는 날은 눈이 오는 대로,
비바람이 치는 날에도 산은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다.
나는 그러한 산이 친구처럼 고맙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받고,  때로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간다.
어느 때, 비 오는 날 산에 오르면 산속에 산과 나, 단 둘이 있는 경우도 있다.
 
 비를 맞고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도,
잎사귀에 빗방울이 톡톡 떨어져 내리는 것도,
이슬 방울 맺혀 있는 하얀 들꽃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맑게 개인 이른 아침, 나무 숲사이 부서지는 햇빛을 보는 것도,  
특히 겨울 산, 나목(裸木) 사이로 붉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 겨울 하얗게 눈발이 내리거나,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숲속을 걷는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봄이 왔는데도, 어쩌다 바위 아래 마지막 남은
하얀 눈을 보는 것도 기쁨이다.
  산에서 듣는 새소리는 때로 아름다운 음악이다.  
그래서 까치 소리도 산에서 들으면 더 정겹다.
어쩌다  듣게되는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
‘또르르락딱 - 또르르락딱-’ 소리도 경쾌하다.

산은 나에게 훌륭한 스승이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 평탄한 길이 있는가 하면,
가파르고 험한 길이 있다는 것.
높고 험준한 산은 말할 것도 없지만,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된다다는 것. 낮은 산이라고  단숨에 뛰어 올라가서는 중간에 주저앉고 만다.
산(山)은 한 걸음, 한 걸음 참을성 있게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산에 오를 때, 산의 정상(頂上)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상에 도전하고 그 곳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 그 환희를 맛보기 위해 산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산이 높고, 험할수록 그 성취감 또한 클 것이다.
각고(刻苦)의 노력 끝에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의 감회는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나로서는 산의 꼭대기에 올라, 자기 발 아래 그 산(山)이 있다고 해서,
그 산을 정복했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선뜻 동의(同意)할 수가 없다.
오히려 고봉준령(高峰峻嶺), 명산(名山)일수록 그곳까지
무사히 올라갈 수 있게 하고, 잠시나마 그 자리를 내어준 것에 대해  
머리숙여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산이 있다.
그것은 내 마음 속에 있는 산(山)이다.
그것은 '삶'이라 하는 산인지도 모른다. 그 산 역시 오르막길이 있고,
내리막길이 있다.  험한 길이 있는가 하면  평탄한 길이 있다.
삶속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갈망하는 것,
그것은 꿈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희망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또 어떤 것에 대한 야망, 욕구일 수 있다.
때로는 오히려 그 이루고자 하는 것을 떨쳐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도 분명 내가 넘어야 할 산이다.

마음 속에 있는 산은 우리가  정상에 올랐을 때,
그 정상 뒤에 다시 올라가야 할 또 다른 산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산(山)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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