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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기념관> 다시 찾기




공연과 강연 및 토론의 장이 실내에서 벌어질 경우 그 공간을 이루고 있는 건물을 우리는 보통 회관이라 부른다.
이런 회관을 각 군단위 시단위에서는 1개 이상씩을 갖고 있는데 대개 좌석이 오백석 이상이 되는 큰 건물이다.
근데 이런 건물의 이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회관의 이름에 별다른 특징을 잡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각 지역명에다 문화회관, 문예회관, 시민회관, 군민회관, 문화예술회관 등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광역시의 경우 부산문화회관, 대구시민회관, 광주문화예술회관, 대전시민회관 등으로 예외가 없다.
시단위의 경우도 서산문화회관, 공주문예회관, 안동문화회관, 강릉문화회관, 나주문예회관, 김제문예회관 등으로 비슷비슷하다.
군단위도 마찬가지여서 부여군민회관, 청양군민회관, 안성문예회관과 군민회관(2개) 등으로 불린다.
예산군도 예산문예회관이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이름붙이기는 과거 중앙정부 중심의 정치 제도에서 생겨난 관습이다.
이제 이런 생리에서 서서히 벗어날 때가 되었다. 기왕의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지역사회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이라면 그 지역의 자신있는 것을 발견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까 문화예술 부문에 있어서도 건물 명칭에 있어서까지 신경을 써야만 지역 특성화 작업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런 예의 귀감이 될 만한 곳을 알아보자.
서울은 단군이래 훌륭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인 세종을 등장시켰다. 그래서 서울문화회관이 아니라 세종문화회관이다.
경주는 옛 지명의 이름을 따서 서라벌문화회관이다. 이웃 홍성도 그런 맥락으로 홍주문화회관인데 한용운의 호를 딴 만해가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그것은 홍성군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간여할 바가 아니다.
헌데 참으로 멋있는 이름을 만나게 된다.
남원은 소설 춘향전과 판소리 춘향가의 본고장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남원사람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이 춘향문화예술회관이다.
달이 높이높이 돋아 남편이 집에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백제여인의 마음, 그 간절한 뜻을 시로 담은 정읍사, 정읍 사람들은 이 고려가요를 주목했다. 따라서 정읍사예술회관이라 했다.
한 곳이 또 있다. 바로 고창인데 신재효는 이 고장 출신으로 호가 동리이다. 그는 구전되어오던 창극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적벽가, 수궁가, 가루지기타령 등 판소리 여섯마당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로자이다. 고창 사람들은 그 업적을 후세에 널리 알리고자 아예 동리국악당이라 했다.
이상과 같은 열거를 통해 특색있는 회관 명칭이란 어떤 것인지 가늠해 보았다.
그러면 예산군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치는 정치논리로 풀어야하고 경제는 경제가치로 이해해야 하듯이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추사다.
우리 예산 사람들은 추사의 이름은 알아도 추사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추사가 뛰어난 예술가라는 사실은 아는데 왜 뛰어난지는 많이 알지 못한다.
이 사실에 착안하여 무의문학동인회에서는 재작년 추사의 삶과 예술이라는 제목으로 유홍준 교수 초청강연과 자료집을 발간한 적이 있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예산문화원에서 꾸준히 실시하고 있는 추사백일장이 안팎으로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매년 실시하고 있는 이 행사는 8회째를 치룬 금년부터 추사문화제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다른 가능성으로 비쳐진다고 볼 때 앞으로 추사 본래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작업, 그러니까 전문가의 강연이나 세미나, 추사작품 전시(진품전시) 등 다양하고 내용있는 프로그램도 조금씩 병행해야 하리라 본다.
천재는 1세기에 한 명이 나온다고 하는데 전에 역사문제연구소자을 지냈던 이이화 선생은 18세기의 그런 인물로 추사를 꼽았다. 설사 이런 부분을 배제하더라도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추사는 자신의 학문과 예술을 성취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는 것에 동감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믿고 차근차근 접근해가면 된다.
예산문예회관이 개관하던 93년도에 당시 예산문화원장을 맡고 있던 이항복 선생이 회관 명칭으로 <추사기념관>을 제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의 정황을 잘 알 수 없으나 지금 이 시점에서 제목이 갖는 신선성은 다시 되새기고 싶은 것이다.
추사기념관, 추사회관, 추사문화회관, 추사사랑방, 추사서예관...
괜찮은 것이다. 추사가 들어가는 기발한 이름이면 괜찮은 것이다. 친근감있고 참신하면 더욱 좋은 것이다.
그동안 추사를 알았다면 방치이고 몰랐다면 무지이다.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바꿔야 한다.
여기 추사의 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예산'이다. 그리고 이 시를 들고 추사고택과 화암사의 뒷산인 오석산에 꼭 올라가보기 바란다. 요즘과 같은 가을날 오후면 더욱 좋다. 곳곳에 추사의 흔적도 있으니 외롭지 않다.
앝은 산의 능선을 따라 바위 등이나 나무 등걸에도 앉아보고 소나무에도 기대어 저 모든 풍경들을 바라보기 바란다.
그리고 이 시를 읽으며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의 정경으로, 지금의 정경은 그때의 분위기로 환치하여 보라.
그러면 더없는 충만감으로 출렁대리라.
물론 추사도 다시 보이리라.


   예산은 점잖해라 팔짱을 낀 듯
   어진 산은 고요하여 조는 것 같네
   뭇 사람이 보는 바는 똑같지마는
   호올로 신이 가는 곳이 있다오
   가물가물 동떨어진 노을 밖이요
   아득아득 외로운 새 나는 앞일레
   너른 벌은 진실로 기쁘거니와
   좋은 바람 역시나 흐뭇도 하이
   벼가 자라 이 둑 저 둑 묻어버리니
   죄다 골라 한 사람의 논과도 같네
   해옥은 항만을 연대어 있고
   벌레비는 안연에 섞이었구나
   서너 줄로 늘어선 가을 버들은
   여워여워 길먼지를 다 덮어썼네
   이 모습을 앞에 두고 붓을 드니
   해묽은 저녁빛은 저 먼 하늘에





* 유홍준 선생의 3권으로 된 <김정희>(학고재 刊)에는 '예산'이라는 시의 전문이 소개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 권으로 축소합본한 <김정희>(학고재, 2006)에는 일부만 실려있지요.
제가 한시를 번역할 수 있는 실력이 안 되어 풀어놓은 내용을 가지고 감상해야할 처지입니다만 시의 15행이 시의 묘미를 갖게 하는 중요한 구절로 보입니다. 옛 기억을 더듬어 다시 고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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