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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4.06.01 11:13

유월의 초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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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유월입니다.
어제처럼 녹록찮은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주면 초여름의한낯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을텐데 싶군요.

요샌 오존층이 파괴되서 자외선량이 많아졌다던데 아무래도 땡볕이 신경 쓰입니다.
중년을 넘어서면서부터 서서히 노화가 진행 되는것이 몸으로 느껴지니
바깥에서 보내는시간이 많은사람은, 혹시나 백내장 같은 안과질환이 생기지않을까 걱정도 합니다.
이제 나도 망가져가는 몸을 가진 중년사내에 불과하다는것을 실감하면서
부친의경우가  무관하지 않을것이란 짐작이 따릅니다.

어제는 혼자서 낯시간에 수영을 해보았습니다.
실내수영장 천장을 통해서 일부분 빛이 들어오도록 되어있는 물속은 편안했습니다.
마치 무중력상태의 우주에 잠긴듯이...
사람이없어 혼자서 한 레인을 독차지하고 천천히 물을 가르고 나가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오랜만에 해보는 수영이긴해도 이렇게까지 힘들줄은 몰랐습니다.

내게 오십견 현상은 사십대에 찾아와서 치료를 한두번 받고 나아졌나 했더니
이젠 물렁뼈가 아예 삭아버렸는지, 관절뼈 끼리 부디치는듯한 소리와 통증이 따르고 팔어깨 움직임이 힘듭디다.
폐활량도 많이 줄었고 허리의 통증을 걱정하며 접영을 조금해보니..역시 팔이 들려지질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도 이제 중늙은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주변에 하나둘씩 떠나는 소식이 들리듯.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어느샌가 나도 저녁무렵을 바라보는 언덕에 섰구나... 싶을뿐이지요.

내가 이언덕까지 오면서  이뤄낸 성취란게 과연 있었던가....
혹은 이세상에 대해서 어떤자세를 취했던가....하는 따위의  거창한 말일랑
감히 떠올릴 엄두도 못냅니다만
과연 제몸 하나는 온전하게 다스렸던가, 아니면 마음이라도 한번 제대로 챙겨본적이 있었던가....
스스로 물어봅니다.

흡족한 대답이 나올리 없습니다.

나처럼 제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무언가 하느라고 했을텐데....사느라고 살았을텐데...
이제와 뒤돌아 보면, 뭐라도 더듬어볼것 하나 없으니
굳이 안타까울것 까지야 없더라도, 적잖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잠실에서 수영을 하고 억새풀이 많이도 자란 양재천 개울을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힘없는 다리가 너무 무겁습디다.
비가온 며칠뒤라서 맑게만 뵈는 얕은 개울물이 징검다리 사이로 쏜살같이 흘러 내려갑디다.
저녁그늘을 따라 산책나온 사람들도 냇가를 태연한 얼굴로 스쳐갑니다.

그렇습니다.
저 하찮은 개울물처럼
나도  애꿎게 이시절에 잠시 산책을 나왔다가
결코 간단치 않은 처지를 만나 부대끼며, 몸과 마음만 저며 대다가
이제 해질무렵 저녁때를 만나고야만 거지요.......

세상 모든사람이 다 그렇지야 않겠지만
그저 한번 왔다가 가는것으로서 이 하찮은 무지랭이의 삶은 사라지는것 일지라도
그래도 나름대로는 뭔가 거름이 될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을때
이 초저녁을 맞은 사내는,  그저 망연히 고개가 떨궈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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