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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주는 넉넉함이 있지만,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방학식날까지 교무회의에서 여유있게 '뼈있는 말'들을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학동안 철부지 어른들과 만나지 못해 시원섭섭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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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 떠나는 웰빙 여행


때 이른 무더위로 벌써부터 여름방학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방학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이들이나 교사들 모두 같을 것이다. 방학은 단순히 더위를 쉬어가는 기간이 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의미를 채워가는 기간이 될 수 있다. 사람들 저마다의 얼굴이 다르듯 방학을 맞고 보내는 방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방학이 되면 우선 일그러진 학교 행정과 운영에 저항(?)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쉴 궁리를 할 듯싶다. 더불어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 학기 준비로 아이들이 방학계획표를 마련하듯 나름의 계획을 모색해본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특별한 계획 두 가지를 생각중이다. 그 계획은 웰빙의 생활화 그리고 일상을 유쾌하게 넘나드는 여행 계획이다.

첫째, 웰빙을 생활화 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이렇게 이야기하면 ‘갑자기 무슨 웰빙이냐?’고 어리둥절할 것 같다. 웰빙에 대한 현재 우리 사회의 논의는 대체로 지극히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웰빙은 비싼 돈을 치루지 않고서는 쉽게 향유하기 어렵다. 건강한 음식에 건강한 생활 패턴 모두를 누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꾸리고 싶은 웰빙은 꼭 돈이 필요 없어도 되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본래 웰빙의 의미, 그 자체를 생활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무더운 날씨에 호젓한 공공도서관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같은 경우에는 도서관 주변 경관이 빼어나기에 산책하며 사색하는 장소로써도 손색이 없다. 또, 평소에 찾기 힘들었던 미술관에 들리는 것도 좋겠다. 다채로운 작품들과 마주서면서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자극들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집 근처 공원과 대학 캠퍼스를 찾는 것 역시 좋은 방안이다. 끝으로 친구들 또는 가까운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꺼리를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가는 실천 과정에서 느끼는 감동은 역설적으로 돈으로는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여름방학에 야심 차게 계획하고 있는 여행에 대해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나는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에게 여행은 지친 일상을 재충전하는 기회이자 싱싱한 삶의 활력소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전체 일정이 다 여정이라 할 만큼 나는 이번 방학을 여행으로 채워갈 예정이다.

이번 방학에는 여태까지 해 보지 못했던 특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는 삶의 자리가 다양한 벗들과 함께 여행 계획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눔의 집에서 군위안부 할머니를 돌보며 평화를 너르게 펴는 일에 관심이 많은 벗,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새로운 삶터를 찾으려는 벗, 그리고 버마에서 민주화 운동을 위해 노력하다 우리나라로 건너 온 벗. 이 멋진 벗들과 함께 나는 여름방학에 전국 일주를 한다.

여행을 하기 전 우리는 큰 원칙을 세웠다. 빠듯한 여행이 되기보다는 넉넉한 여행을 가꾸자는 것이다. 이는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 벗들 모두가 바쁘게 지내 온 일상을 되돌아보며 새로 열어갈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로 여행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에서는 낯선 만남을 많이 하고자 한다. 고정관념으로 익숙했던 여행지들을 확인하는 여정이 아니라 그 틀을 유쾌하게 가로지르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건져 올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우선 나는 국회도서관에 며칠간 머물 예정이다. 호젓한 도서관에서 2학기 때 꾸려갈 사회(경제교육)수업 자료들을 찾고 연구하기 위해서다. 그 곳에서 나는 ‘혼자만 부자 되서 잘 사는 경제교육’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사는 경제교육’을 모색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한 바 있지만, 국회도서관은 웰빙스럽게 지내기도 참 좋은 장소이다. 진정한 웰빙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며 방학이 주는 산뜻한 여정은 그렇게 홀로 도서관에서 쉬면서 시작될 것이다.

국회도서관을 나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전국일주는 시작된다. 첫 여정은 경기도 이천 유네스코 연수원이다. 원래 이 곳은 애당초 우리의 행선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열리는 국제이해교육 연수에 우리는 강사로 고맙게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곳에서 군 위안부 문제, 한·일 관계, 버마 민주화 그리고 역사적 화해와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며칠 동안 머물 예정이다.

다음으로는 발걸음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으로 옮길 것이다. 그 곳에는 군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계신다. 사실 이 곳이 우리가 전국일주를 하면서 맨 처음 들리고 싶었던 곳이다. 그것은 여기 계신 분들이 지니시는 역사적 맥락 때문이 아니다. 그저 어린시절 방학이면 으레 외갓집에 가서 외할머니를 만나는 그런 마음으로 이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이다. 사실 이 분들은 바로 이웃에 계신 할머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선뜻 나눔의 집에 계신 할머니들과 처음 만나는 분들은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할머니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말동무가 되며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쌈지 돈을 주셨던 것처럼 조촐히 용돈도 집어 드리고 새 길을 나설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강원도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우선 속초 설악초등학교로 행선지를 결정했다. 그 곳에는 선배교사로서 한결같은 가르침을 따뜻이 나눠주시는 최종순 선생님께서 계시기 때문이다. 그저 설악산 아래 한 학교로만 스치듯 지나 갈 그 곳은 최 선생님으로 인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렇게 여행은 새로운 장소와도 의미 있게 마주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우리는 그 곳에서 선생님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가 되면 학교 뒷산인 설악산의 너른 품에 안길 예정이다.

다음으로는 고성에 가려한다. 이 곳은 함께 여행하는 벗의 고향이기도 하다. 벗이 태어나며 자란 바다를 보며 또 철조망으로 막힌 바닷가를 거닐며 분단된 우리나라의 아픔을 헤아리고 싶다. 이 곳은 몇 해 전 있었던 커다란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겪은 곳이기도 하다. 빼어난 풍경 뒤에 드리운 상처를 보듬으며 우리는 여정을 열어갈 듯싶다. 벗의 고향인 만큼 벗은 이 곳에서 우리들과 함께 나눌 거리를 몰래 많이 준비하는 모양이다. 기대가 된다.

다음으로는 동해안을 따라 부산으로 가려한다. 중간 중간 마음이 이끌리면 어디든 쉬어갈 예정이다. 애초 여행 계획을 넉넉하게 잡아 두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 중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속속 양념처럼 등장하기에 우리는 동해안 일정은 빈 공간으로 남겨 두었다.

부산에 가서는 제일 먼저 동래 ‘허심청’ 온천에 가려한다. 몸과 마음을 닦으며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이다. 이 곳에서는 여행의 중간 평가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심정들 그리고 앞으로 여행을 가꾸어 가면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듯싶다. 자갈치 시장으로, 영도대교로, 태종대로, 달맞이 고개와 해운대로 우리는 부산을 거닐 것이다.

부산에서 다음 행선지로 남해와 거제도를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두 군데 다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군데는 아쉽게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제도는 세계적인 조선소가 위치해서 독특한 지역 문화를 일구고 있는 곳이다. 또, 과거 한국전쟁 당시 생겼던 포로수용소 역시 아직 거제도를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우리들로서는 꼭 찾아보고 싶은 유혹을 샘솟게 한다. 남해는 우직하게 교단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계신 형님이 있기에 가 보고 싶다. 형은 지방에 교사가 모자랄 때 어려운 결정을 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이다. 형은 남해에 많은 계단식 논과 밭의 의미를 되새겨주면서 우직한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삶을 몸소 안내해 주고 싶어 했다. 늘 일손이 부족한 공간에서 우리들의 방문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서툰 일솜씨로 오히려 폐를 끼쳐 드릴 수도 있지만.) 거제도와 남해를 둘러싼 행복한 고민은 여행 중에 결정될 것 같다.

다음으로 우리는 지리산 밑자락인 거창과 함양으로 발길을 옮기려 한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었던 거창을 함양에서 지역 문화 운동을 일구시며 올 곧게 살아가시는 어른께 안내를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 전체가 문화재라 했던가. 동시에 우리 국토는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다. 어둠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밝음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지리산의 준엄한 산자락을 거닐며 우리는 해남, 강진, 보성, 벌교, 순천, 담양을 굽어 돌아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 들리고자 한다. 특히 벌교는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 태백산맥 답사를 병행하기로 했다. 끝으로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여정도 동해에서 부산을 올라갈 때처럼 빈 여백으로 열어 두었다.

멋진 벗들과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는 이번 여름방학이 기대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을 터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리에서 지내 온 일상을 되돌아보는 것은 소중하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는 안목을 틔워가면서 삶은 풍요롭게 채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내 마음은 웰빙스럽게 교실을 넘어 전 국토를 자유롭게 가로지로고 있다. 빨리 방학이 되었으면!


초등 우리아이들 7/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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