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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6.03.14 13:50

불륜의 만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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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들 퍼내지르기 전에
  딱 갈라서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간신히 참는 때가 더러 있다
  
  무식하게 딱 갈라선다면
  피차 얼마나 좋을까마는
  눈먼 사랑 때문에 뱃속에 든 애 때문에
  이도저도 못해 한평생
  원수처럼 사는 이들이 더러 있다
  
  누군들 한 치 앞을 알겠느냐
  그런 게 다 인연이라고
  함부로 갈라서는 게 아니라고
  도 닦듯이 골백번 다짐하면서
  
  새만금 저 불륜의 만삭
  전라도 김제 만경 지평선과 수평선이
  이게 아닌데 영 아닌데 골백번 뉘우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죄 저지르고 있다.
  
  - 정양, <불륜의 만삭> -


새만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노무현을 저주하면서
새만금을 살려야 한다고 몸을 걸었습니다.

밥, 물, 공기, 젖, 복숭아와 흙
아, 흙!
향내 그리운
고향,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그 어머니가 살았고, 살고 있는
살아 숨쉬는 새만금을 살려요

불륜의 만삭으로
악의 씨 잉태한 새만금을 다시 살려요.


  
  바다의 푸른 내장을 가르는 동안
  뱃전에 일어나는 물보라,
  이내 봉합되는 그 상처를 들여다보는데
  한쪽 겨드랑이가 문득 허전하다.
  파도 속에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하,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군산항부터 끈질기게 따라온 잿빛 방조제,
  이 시퍼런 물결 한복판에서도
  군산 부안이 보이지 않는 섬기슭에서도
  수평선을 볼 수가 없다. 잃어버렸다.
  
  수평선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름다운 전망의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갯벌을 잃어버리는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저 푸른 물결 너머로, 그 너머로,
  한없이 보낼 수 있는 마음을 잃어버린 것.
  
  바람에 흩날리는 저 부표들이
  수평선의 죽음을 알리는 조기(弔籏)라는 걸
  나는 너무 늦게야 알았다.
  이미 28.5km의 수평선이 사라진 뒤에야.
  
  - 나희덕, <잃어버린 수평선> -


          *       *        *


위의 글은
제가 속한 지회(전교조)의 한 선생님이 쓴 글입니다.
혼자만 읽고 끝내서는 안될 것 같아
이곳 숲 모든 나무님들에게도 이렇게 전합니다.
우리 숲의 많은 님들도 이 문제에 관심 가지시고
서명이든, 무엇이든 하실 수 있는 실천으로
새만금을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힘없는 우리들이 지키고 간직할 것들이
새만금 말고도 얼마나 많겠습니까?
새만금보다 더 절실하게 지금 당장 지켜내야 하는 일들,
어찌 없겠습니까만
그렇더라도 지금 발등에 불로 떨어진 이 새만금,
새만금 문제에 눈 감지 마시고
저마다 할 수 있는 마음과 실천으로
모두가 힘을 보탰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들러,
안부 대신 이런 글만 남겼네요 ^^

아무쪼록 이 봄,
이곳의 모든 나무님들 다들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 되시길요!

끝으로, 저도 새만금을 생각하는 시 하나 옮겨봅니다.


      
  낮게 엎드리면 보인다
  거기 갯벌의 바다
  무릎꿇지 않으면 귀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 너른 품안의 젖을 먹고 살아가는
  말뚝망둥어 한 마리 새똥 같은 따개비 하나
  작고 여린 생명들 어찌 보이겠는가
  진실로 무릎꿇고 기도하지 않은 자들이
  온전히 비우며 엎드려 절하지 않은 자들이
  이 땅에 금을 그은 조국의 분단을 팔아 배부른 자들이
  이제 또다시 저 바다에 금을 긋고 있다
  금을 그어 막고 있다
  제발 귀기울여다오 갯벌의 바다가 토하는 저 신음을
  죽어 가는 생명들의 외마디소리 이대로 외면한다면
  어찌 우리에게 푸른 내일이 있겠는가
  산다는 것은 함께 한다는 것
  제자리에 온전히 있게 한다는 것
  바다가 바다로 갯벌이 갯벌로 살아가게 한다는 것
  대체 누가 저 바다에 금을 긋는 것이냐
  생명의 바다를 가로막는 것이냐

  - 박남준, < 누가 저 바다에 금을 긋는 것이냐 > -


2006. 3. 14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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