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지치고 피곤한 스케쥴속에 한 줌의 편하고 오붓한 나만의 시간이 허락되면
언제부터인가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책을 펴들고 계절에 따라,
그 때 그시절, 그 시간속에 우직하게, 우뚝 서서 모든 상황을 살아내고 이겨내신
선생님의 모습과 생각을 배우고, 그 속에서 위로와 안식, 그리고 희망을 얻곤 합니다.

선생님의 7월 편지글들 모아 읽어 보았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참으로 멋지고
좋은 글들 많습니다.  늘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않는 보석처럼, 맑은
샘물 처럼, 선생님의 말씀은 맑고 푸르게, 따뜻하게 흘러내려 나를 흠뻑 적셔줍니다.
어두움을 밝히는 등대처럼 깨달음과, 위로와 안식, 또 희망의 선물을 안겨 줍니다.

[인도와 예도]  [우공이 산을 옮기듯]  [두개의 종소리]  [참새소리와 국수바람]
[풀냄새, 흙냄새]  [역사란 살아있는 대화]  [저마다의 진실] [샘이 깊은 물] [꽃순이]
[증오는 사랑의 방법] [머슴새의 꾸짖음] [징역살이에 이골이 난 꾼답게] [물 머금은
수목처럼]  [계수님의 하소연] [아버님의 한결 같으신 연학]  [모악산] 등등... 많은
7월의 편지글 중 일부분만 여기 올려 봅니다:

71.7.27  동생에게 [공장출역]  p.71--  "가끔 청초한 7월의 하늘이 말끔히 개인
새벽에 깨어날 때, 나는 문득 7월이면 청포도가 익는다던 '육사'의 고향을 그리워
해본다. 그러나 그리움이란 것도 퇴색이 되는것인지 아니면 마음에 이미 더 높은
돌담을 쌓았기 때문인지 그저 그럴뿐 오히려 물밑같이 조용해지기만 한다.

사진 두 장을 동봉한다. 벌써 3년....  비록 홍소는 아니라 하더라도 은근히 웃어 본
것이다.... 내가 입은 옷은 제법 풀까지 먹여서 빳빳하게 줄이 섰다는 사실을 특히
강조해 두고 싶다. 깨끗한 옷으로 은근히 웃고있는 사진은 그 만큼 나의 심신이 건강
하다는 것이 된다.... 너는 어머님과는 좀 다른 방향에서 나를 걱정해주리라고 믿는다.

**(선생님의 "풀멕여 줄 잡은" 옷차림에 "은근히" 웃으시는 모습을 그려보고 웃습니다.
징역3년차...그때 선생님의 마음이 어떤 마음이셨을까 헤아려보게 만드는 편지네요.)


79.7.16  아버님께 [강물에 발 담그고]  p.141-- "실로 오랜만에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가 보았습니다....새까만 시골아이들-30여년전 남천강가의 저를 만났습니다.  저는
전재산인 사탕 14알, 빵1개, 껌 1개를 털어놓았습니다...."

**('청구회 추억' 독수리부대 아이들을 만나고 계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여기에서도
보입니다.  선생님 주머니 속에서 나온 먹거리들... 맑고 투명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


79.7.25  계수님께  [참새소리와 국수바람]  p.143-- 그 간 거름없이 보내주는 돈
꼬박꼬박 받고 있습니다.  돈은 영치되고 내가 손에 받는것은 대개 빈 봉투지만
빈 봉투속에도 참 많은 내용이 담겨있음을 발견합니다.  오늘은 그 빈 봉투속에서도
본적이 있는 시-이성부의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한편을 적어 보냅니다.

**(이 전에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빈봉투" 글귀가 눈에 띄어 마음에 와닿습니다.)


80.7.28  부모님께  [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p.155-- 해마다 7월이 되면 어느덧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마음이 됩니다.  금년 7월은 제가 징역을 시작한 지 12년이
되는 달입니다.  궁벽한 곳에 오래 살면 관점마저 자연히 좁아지고 치우쳐, 흡사 동굴속에 사는 사람이 동굴의 아궁이를 동쪽이라 착가하듯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저
러한 견해가 주관쪽으로 많이 기운것이 되어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저는, 각자가 저마다의 삶의 터전에 깊숙히 발목 박고 서서 그 '곳'에 고유한 주관을
더욱 강화해가는 노력이야말로 객관의 지평을 열어주는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스스로 시대의 복판에 서기도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만 시대와 역사의 대하로
향하는 어느 가난한 골목에 서기를 주저해서도 안되리라 믿습니다....  지난 접견때는
우중에 돌아가시느라 어머님 발길이 더 무거웠으리라 짐작됩니다.

**(감옥생활 12년차 선생님의 생각과 모습을 떠올려 보며, 그 와중에도 편지 끝에
지난 접견 때 빗속에 가시는 어머님 발길을 기억하는 따뜻한 마음 또한 놀랍습니다.)


81. 7.21  아버님께  [고난의 바닥에 한 톨 인정의 씨앗] P.183-- 겨울동안은 서로의
체온이 옆사람을 도와 혹한을 견디던 저희들이 이제 여름에는 자기의 체온으로 옆
사람을 볼 때는 형국이 되어 물것들의 등살에 더하여 당찮은 미움까지 만들어내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러나 그저께 밤중의 일이었습니다.  여태없던 서늘한 바람기에
눈을 떳더니, 더위에 지친 동료를 위하여 방가운데서 부채질하고 서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엄상은 정목을 가려내고 설중에 매화있듯이 고난도 그 바닥에 한 톨 인정의 씨앗을 묻고 있는가 봅니다.

**(새롭게 다가오는 이 따뜻한 편지글 읽으면서 앞으로 올 중복-말복 더위를 서로
부채바람 나누고, 여름과일 나누어 먹으며 지내면 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83.7.14  형수님께  [꽃순이]  P.254-- 처음 고양이를 데려왔을 때는 꽃순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그러나 '꽃순이의 실패'도 '중동의
영자'나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실패와 마찬가지로 그가 겪었을 모진 시련과
편력을 알지 못하는 '남'들로서는 함부로 단언할 수 없는 것임은 물론입니다.

**(감옥 안을 드나드는 고양이 하나, 풀벌레, 풀 한포기 하나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
인정어린 마음이 참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처음 읽는듯이 새롭게 깨달음을 줍니다.)


86.7.2  계수님께  [계수님의 하소연]  P.349-- "Because I really conceived that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  선의 본질은 공동선이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계수님께 충고아닌 충고, 답변아닌 답변을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로 대신하시는 어르신... 정말 멋진 시숙님!)


87.7.20  아버님께  [징역살이에 이골이 난 꾼 답게]  p374--  ...하나마나한 걱정
입니다만 그때마다 염려됩니다.  아마 그 동안 적조한 탓이라 생각되어 오늘은
사연도 없이 붓을 들었습니다....  

더위먹어 밥맛 떨어지더라도 물말아 꼬박꼬박 한 그릇씩 비우고, 운동시간에는 웃통
벗어 몸 태우고, 속 옷 자주 빨아입고.... 오랜 징역살이에 이골이 난 꾼(?)들 답게
우청한서에 일희일비 하는 일없이 묵묵히 당장의 소용에 마음을 쓰되 이를 유유히
거느림으로해서 동시에 앞을 내다보는 그런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86.8.1, 계수님께 보내신 [사랑은 나누는 것] 편지에 "사랑은 나누는 것.
복숭아를 나누고, 부채바람을 나누고, 접견물을 나누고, 고통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고.... 26일부 편지와 돈 잘 받았습니다.  복숭아 사서 나누어 먹겠습니다...."

**(그렇지... 사랑은 나누는 것... 잠시 잊었던 진실을 새삼 깨우쳐 줍니다!)


이렇게 선생님의 7월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맹자님의 글, '무감어수'라는 금언, 또
이성부의 시, 춘추천국의 인간사 속에 "생강씹으며 제자들을 가르치는 공자 모습"... 전에 모르고 지내던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이제 8월이 되면 8월에 쓰신
선생님의 8월 편지를 읽으며 "피서의 계절"을 보내면 되겠다 싶은 지혜도 생깁니다.

선생님의 [20년20일]... 그 시간 속에 쓰신 편지들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에 고마움에 머리 숙여 집니다.  그 시절의
선생님을 생각하면 그 어떤 추위도, 더위도, 천재지변도 견디어낼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공부방아이들이 놀자고해서...)  긴 글 읽어주심 또 한번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405 아직도 꿈꾸는 바이칼의 추억 2 4 해원 2006.08.18
1404 바이칼의 자연과 자유 정인숙 2006.08.17
1403 바이칼에 잘 다녀왔습니다. 5 배기표 2006.08.16
1402 [re] 지금도 꿈꾸는 바이칼의 추억 해원 2006.08.17
1401 진정한 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박철화 2006.08.14
1400 말의 어원(?)... 숲 Forest 1 문봉숙 2006.08.09
1399 더위를 피해서 지리산 기슭으로... 1 문봉숙 2006.08.09
1398 더위를 피해서 기차를 타고.... 24 박철화 2006.08.06
1397 토요일 영화 「괴물」번개 합니다. 답글 달아 주세요~ 6 김동영 2006.08.04
1396 번개후기와 '괴물' 4 배형호 2006.07.27
1395 [re] 배형호 님의 글을 보고 쓰는 나의 이야기 1 해 원 2006.07.27
1394 [re] 수화 김환기 형을 생각하니 1 조진석 2006.07.31
1393 [re] 삶과 예술의 진정성(眞情性)을 떠올리며 해 원 2006.07.31
1392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번개치고 온 밤 1 정인숙 2006.07.27
1391 100점짜리 인생의 조건(펌) 4 류지형 2006.07.26
» 선생님의 7월 편지글들 2 문봉숙 2006.07.25
1389 번개칩니다. 6 배형호 2006.07.25
1388 어제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다가... 5 김동영 2006.07.23
1387 감포의 "초목 같은 사람들" 2 문봉숙 2006.07.22
1386 나도, 그 빵집 아이를 떠올리며 2 조원배 2006.07.18
Board Pagination ‹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