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해금강 일출은 어둠에 묻힌 긴 수평선을 하나로 밝히며 새날을 열고 있었습니다. 백두대간의 허리, 금강산은 바야흐로 남과 북을 이으며 새날을 열고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남과 북의 숱한 사람들이 함께 만나는 겨레의 가슴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SBS 스페셜이 1일 오후11시5분 ‘신영복 교수의 금강산 사색’을 방송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처음처럼’ 등에서 깊은 사유와 주옥 같은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신 교수의 금강산 기행기다. 과거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북녘땅을 밟았다. 남북 분단의 비극을 온 몸으로 체험했기에 이번 기행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머니 품, 그래서 상처받고 찢기고 힘든 사람들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금강 곳곳에 남아있는 문화유적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잘 감싸주면서 결국 자신은 상처받고 있는 그런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요.”
제작진은 외금강을 출발해 이달 초 새롭게 열린 내금강을 거쳐 해금강까지 신 교수와 함께 둘러봤다. 구룡폭포, 만물상, 만폭동, 삼일포, 해금강 등 천혜의 절경들이 신 교수의 질박한 해설과 어우러져 한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외금강은 그 강인한 기상으로 안쪽에서 내금강을 품고 있고 내금강은 그 너른 품으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내금강은 금강산의 가슴입니다. 우리민족의 속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 교수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금강산의 절경뿐 아니라 이에 담긴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침에 일출을 보면서 저 해가 온 밤을 달려서 떠오르는구나…그런 감회를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긴 밤을 견디고 부지런히 달려야 아침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은가 생각했어요.”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