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2016-0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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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영남일보_김상현 |
[취재수첩] 경북의 이상한 독서정책
지난 주말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던 신영복 교수의 타계 소식에 아주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쳤다. 신영복 문학의 백미로 불리는 수필 ‘청구회 추억’이었다.
‘청구회 추억’은 스물다섯의 청년 신영복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가기 2년 전인 1966년, 당시는 국민학생이라 불렸던 꼬마 6명과의 만남을 소재로 한 수필이다.
서오릉으로 서울대 문학회 소풍을 가던 신영복은 허름한 옷차림의 꼬마들을 만나게 된다. 꼬마들 역시 각자 왕복 버스 회수권 두 장과 일금 10원씩, 그리고 점심밥을 해먹을 쌀과 단무지가 담긴 냄비를 보자기에 싸서 소풍을 가는 길이었다.
이런저런 사담으로 아이들과 친해진 신영복은 사진을 찍고, 주소를 적어주고 아이들로부터 한 묶음의 진달래꽃을 선물받은 뒤 헤어졌다.
이 한나절의 사귐은 보름 뒤 신 교수에게 배달된 아이들이 쓴 편지 한 통으로 말미암아 계속 이어진다.
신 교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명을 따 클럽 이름을 ‘청구회’라 지었다.
이들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6시 장충체육관 앞에서 만났다. 이들은 매달 자신의 힘으로 번 10원씩을 모아 저금도 하고 책을 나눠 읽고 동네 청소도 했다. 그중 가장 힘을 기울인 것은 역시 독서였다.
신 교수는 모임에 매월 책 한 권씩을 기증했으며, 회원 각자도 책을 한 권씩 모았다. 신 교수는 아이들과 함께 ‘청구문고’를 만들 작정이었다.
아이들은 ‘아아 무정’ ‘집 없는 천사’ ‘로빈 후드의 모험’ ‘거지왕자’ ‘플루타크 영웅전’ 등을 읽었고, 매주 토요일에는 아이들끼리 모여 신 교수가 추천한 책을 번갈아가며 낭독했다. 그리고 정식 모임이 있는 날에는 각자의 독후감을 발표했다.
이들의 만남은 신 교수가 영어의 몸이 되면서 중단됐다. 아이들이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 휴지 위에 그 시절을 회상하며 쓴 수필이 ‘청구회 추억’이다.
‘청구회 추억’은 약속의 중요성과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법, 인간관계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경북학생문화회관의 도서관 폐관 소식이 별스럽게 다가왔다. 매주 모여 책을 낭독하고, 저금한 돈으로 책을 사 모아 문고를 만들려 했던 청구회와 연간 9만명의 주민이 6년 동안 이용해 온 도서관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린 경북도교육청이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생전에 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게 독서란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 인생에서 독서가 빠진 날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다독을 강조했다.
도교육청 소속 한 사서직 공무원은 “자신이 일군 도서관에 자신의 손으로 폐관 공고를 붙이는 심정을 아느냐. 이제부터 미친듯이 일하지 않겠다”는 글로 도교육청의 허술한 독서정책을 대놓고 비판했다.
다독을 역설한 신영복 교수에게 독서를 뜯어말리는 이영우 도교육감의 정책을 평가해 달라면 어떤 응답이 돌아올지 무척 궁금하다.
김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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