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2005-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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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국정브리핑 |
우리 시대는 스승이 없다고 한다. '어른질'하던 사람들은 '수구꼴통'으로 변해버렸고,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그런 스승은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신영복선생님
이런 나에게는 두 분의 스승이 있다. 그 한 분은 노무현 대통령이고, 나머지 한 분은 바로 신영복 선생이다.
나는 87학번이다. 그 시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러했듯이 철학에세이로 시작하여 수많은 사회과학 서적을 읽었다. 하지만 두 번 이상 읽은 책은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런 내가 4번은 읽은 책이 바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마음이 힘들고, 그리하여 정신이 피폐해지고, 내 육신이 병들어갈 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내게 살아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
감옥의 창살 안에서 20년 20일이 넘는 세월과 싸우다보면 '실존'에 갇히기 십상일텐데...신영복 선생은 오히려 실존에 대한 고민을 넘어 공동체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더욱 다졌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던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가르침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를 이루는 물이야말로 인간의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의미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 낮은 곳을 향한 신영복 선생의 따스한 시선은 우리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신영복 선생은 소위 좌파 지식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아니..많이 다르다. 신영복 선생이 철저하리만큼 낮은 곳으로 임하여 이념적 사고 틀을 뛰어넘어 이 시대를 통찰하고 있다면, 소위 좌파 지식인들은 민중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들의 선 자리는 허공에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좌파 지식인 가운데 현실에 천착하고 있다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조차 교조주의적인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지식인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넘어가기엔 우리 시대의 지성이 너무 빈약하다 못해 안타까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손잡고 더불어'라는 저 글귀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우리 시대의 나아가야 할 방향일게다. 악귀같은 싸움을 일삼는 '지식쟁이'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소중한 스승을 얻었음에 분명하다.
최근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묶어서 펴 낸 '강의'를 읽었다. 중국의 고전을 통해 우리 시대가 나갈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강의'에서는 공자도, 맹자도, 노자도, 순자도, 묵자도 오늘날의 철학자도 다시 살아 나온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던가? 단순히 옛것을 알고, 새것을 안다는 뜻이 아닐게다. 옛것을 통해 오늘을 조망한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고대철학이 그냥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의 가르침으로 살려내는 것이 온고지신의 본래 의미일 것이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는 바로 그 온고지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워야 하는 오늘날, 무자비한 자유와 자본의 논리 앞에 수많은 민중이 내몰리고 있는 오늘날, 더불어 함께라는 이 단순한 공동체적 가치가 숨쉬기 힘든 오늘날, 우리는 참으로 귀한 스승을 만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신영복 선생을 단 한번 뵈었을 뿐이다. 지난해 연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분은 오랫동안 나의 스승이었고, 여전히 스승으로 존재한다. 아..이 얼마나 다행인가? 흔들리는 나를 잡아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사실이....
노무현 대통령과 신영복 선생은 닮았다. 그 마음이 닮았다. 신영복 선생은 학자로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복원해야 할 공동체의 원형을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그 이론적 가치를 현실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에 도올선생을 만나 이 시대의 화두를 논했듯이, 신영복 선생과 격의없이 공동체를 논하고, 실천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언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어떻게 안될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스승들의 만남이 아닐 수 없다.
국정넷포터 권순욱(kwonsw87@hotmail.com)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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