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서울대에서 두 시간 가량 진행된 강연을 책으로 담아낸 것이다. 지은이는 강연 내내 ‘나와 우리의 생각을 가두어 놓는 문맥(인식의 틀)에서 탈옥하라’고 주문한다. 중세 유럽 때 수십만 명의 여성을 ‘마녀’라는 이유로 처단했던 ‘마녀 문맥’ 같은 것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을 가두고 있는 문맥으로서, 자기 중심 사고를 강화하는 ‘근대 문맥’, ‘전쟁 문맥’ ‘좌우 문맥’을 들고 있다.
그는 문맥에서 탈피해 다른 사람들과 ‘화’(和)를 이루기 위해서는 관념적 사고의 차원을 뛰어넘어 실제로 ‘화’(化)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개인은 관계성을 갖는 사회적 실체다. 그래서 개인의 변화란, 함께하는 옆 사람만큼의 변화일 수밖에 없다”. 변화란 곧 ‘숲’을 이루는 것이다. ‘낙락장송이나 명목(名木)이 나무의 최고 형태가 아니며, 나무의 완성은 숲’인 까닭이다. 그에게 변화의 동력이란 것은 ‘변방성’(邊方性) 에서 나온다. ‘중심부의 논리는 자기 중심성의 동일성 원리다. 중심부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신 교수의 입장은 ‘확고’하다.
대신 지은이는 변방을 향한, 따끔한 경고를 빠뜨리지 않는다. ‘콤플렉스가 있는 변방은 중심부보다도 더 완고한 교조주의가 된다’는 것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식민지적 사고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수단으로서의 ‘도로’보다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 ‘길’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강연은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겨난다’는 결론으로 청중을 이끈다. 그는 수감시절 중의 일화를 강연에서 여럿 인용했다. 수감 시절 막바지에 얻은 모처럼의 ‘귀휴’(수감자가 쓸 수 있는 일종의 휴가) 때에 수의 차림으로 서울의 한 호텔 라운지에서 아이리시 커피를 마셨다는 대목도 섞여있다. 읽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그가 숲을 찾아나서는, 진지한 탐구의 과정을 보여준다.
책은 3부로 이루어졌다. 1부에선 그의 강연을 담았다. 강연 직후, 홍기현(경제학과), 허남진( 철학과), 조국(법학전문대학원) 등 서울대 교수들로 이루어진 패널 및 서울대 학생들, 그리고 신 교수 사이에 이루어진 토론이 2부의 내용이다. 3부에는 신 교수의 손글씨와 사진들이 실려 신 교수에 대해 생소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중앙일보] 2011.01.01 성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