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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2.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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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어느 날.
나는 허접한 나의 대학 성적을 들고
늙어 세월을 잔뜩 얻은 얼굴로 어느 대학편입 문예창작학과 면접장에
앉아 있었다.
“성적이 왜 이렇게 나빠요?”
“죄송해요. 하도 공부를 못해서 그냥 제가 원하지 않는 과를
갔는데 하기 싫은 공부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하지만
붙여만 주신다면 이번에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니 열심히 할게요.”
“왜 우리 대학을 오게 되었어요? 다른 대학은 원서를 넣지 않으셨나요?”
“실은 한 군데 더 넣었어요. 하지만 그건 확률을 높이자는 의미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어요. 전 그 대학에 붙어도, 물론 붙여줄지 모르겠지만
혹 붙는다 하더라도 이 대학으로 올 거예요. ‘삶’이라는 경영에서 ‘결혼’이라는
장사는 이미 저에겐 끝나서 굿이 인서울을 따질 필요 없어,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시간 많이 걸리지 않는 저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배우는 것이 저에겐
가장 중요하거든요"
“왜 대학편입을 생각하셨어요?”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구체적으로 기초부터 확실하게 배우고 싶어서요.”
“자식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어요?”
“배움에 있어서 나이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항상 배우고자 하는 자세는 중요한 것이며 또 그렇게 배우고자하는 자세에
젊고 늙음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식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지요.
그리고 그렇게 젊은 사람들과 함께 배우면 저도 활력이 생기고 오히려 고맙지요.”

그리고 그 다음에 인서울이라는 어느 대학편입 날,
나는 그냥 가지 않았다.
원서를 낼 때는 한 군데만 내는 것을 심히 불안해하는 내 마음을 위해
소위 인서울이라는, 그나마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에
원서를 내 놓았지만 지난 번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아웃서울에 있는
대학면접 때 교수들에게 한 말도 있고 설혹 인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붙여 준다 하더라도 내 체력상 난 그 먼 곳까지 매일 운전을 하여 통학할
자신이 없었다.
인서울에 있다고 토지대금까지 들어갔는지 아웃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월등히 비싼 원서대가 아깝긴 했다.
하지만 가지 않을 대학의 원서대가 아까워 비싼 기름값에 체력까지 소모해가며
가는 것은 심히 어리석은 일 같아서 그냥 포기했다.


그런데 늙은 여자의 향학열을 불쌍하고 가상하게 여겼는지 나의 허접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아웃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들어와도 좋다고 허락을 해 주었다.
운이 없는 년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다른 해보다 월등하게 많은,
젊고 발랄한 생동하는 젊은이들이 몰려 든 해를 원망하며 심경으로는 안 되면 말지, 하는 식으로 내 자신을 위로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런 젊은이들을 마다하고 늙은 나를 붙여 준 것이다.
“와우~기분 좋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1절까지는.....
항상,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1절까지는 좋다.
그러니 난 1절까지만 해야한다.
그런데 또 불치병이 도진 못 말리는 년이,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었더니
내 보따리 내 놓아라한다고 언제나 그렇듯 물에서 빠져나와 보따리를 찾으며
2절까지 하고 있었다.
‘왜 나를 붙여 주었지??
혹 나를 면접한 그 교수가 나에게 흑심을 품은 것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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