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으로의 1박 2일..
오랜만에 기차도 타고 또 기차안에서 삶은 계란에 김밥 먹고 놀 생각에 무척 설레며 다녀왔던 여행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서울팀은 강연 듣지 말라고 해서 정말 놀 생각만 하고 갔는데, 들어도 들어도 또 배움과 깨침이 있는 선생님 강연과 맛난 음식에 의미 있는 역사탐방까지... 넉넉하고 따뜻한 분들과 뜻 깊은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이번 밀양여행은 선생님 강연기획과 함께 서울 더불어 숲 팀이 함께 내려가 서로 인사도 나누고, 선생님 책도 기증하면서 앞으로의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디딤돌을 놓기도 했습니다. 또, 더불어 숲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도 얻게 된 것 같아 더욱 의미 있었구요..
어떤 형태의 나눔과 연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좀더 구체적인 구상이 필요하지만,
너른마당처럼 지역의 새로운 공동체 공간인 ‘작은 숲’으로의 여행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해서 좋았다, 강연을 다시 들어서 좋았다, 맛난것 먹고 좋은 것 보고, 의미있는 역사탐방을 해서 좋았다’ 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더불어 숲과 지역의 공간이 확장되고 서로 풍성해 지는 그런 새로운 관계의 건설과 확장에 대한 고민.. 더불어 숲의 정체성과 앞으로 함께 갈 길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번 밀양에서의 선생님 강연은 씨과실이 숲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에서 우리가 꼭 깨닫고 성찰해야하는 것들, 사회구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기의 이유로 걸어가는 길, 또 나와 우리, 세계의 변혁에 대한 긴 여정길에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그렇게 잔잔히 아주 감동적인 한 편의 영화처럼 또 흐르는 강물이 되어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었습니다.
창립이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적이 없었다고 하니,
이번 강연을 통해 '너른마당'은 지역에서 이런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고, 또 공통의 경험과 화두를 통해 풍성한 숲으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넓고 깊은 관계건설을 위한 든든한 노잣돈이 생긴 것이지요..
지역에서는 ‘강연의 복귀’라고 표현하셨고, 또 선생님 강연 처음 듣는 분들도 많아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정말 큰 감동의 물결로 퍼졌다고 하니.. 저희들도 그 분위기에 흠뻑 젖어 함께 감동의 도가니에 푹 빠졌더랬습니다..당일 강연장 분위기를 다시 떠올려도 13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서로 눈도 마주치고, 옆사람과 체온을 나누며 추운날 난방없이 열기로 강연장을 데웠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런느낌... 오랜만이었는데요..
선생님이 바로 '움직이는 숲'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너른마당 식구들과의 만남,
밀양의 작은 숲을 일구며 새로운 시도와 함께 공동체 공간을 넓혀나가는 분들을 보며
우리는 한없는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선생님 강연 모두에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여기가 진짜 숲을 이루며 가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서 지워지질 않습니다.. 지난 더불어숲 모두모임에서 하셨던 “더불어 숲이 진짜 숲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신 말씀과 겹쳐 더욱 가슴에 파고듭니다..
그래서 올라오는 기차에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께 더불어 숲은 무엇인지, 그리고 더불어 숲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또 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선생님께 더불어 숲은 ‘주례 서주고 글씨 써주는’ 그런 곳이다... 웃으시면서 말씀하시긴 하셨지만, 더불어숲이 하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신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생각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숲은 함께 배우고 깨닫고 실천하는 공간인데, 우리는 선생님 글과 삶, 그리고 강연을 통해 만나 함께 배우기는 하는 것 같은데, 깨닫고 무엇을 실천하는데는 서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더불어 숲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조건들을 무시하고 무리한 실천을 할 수는 없겠지요..다만, 그러한 조건의 장점을 살려 좀더 풍성한 내용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은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루터기 분들 늘 고생하시고 또 고민 많으실텐데,
이번 밀양여행에서 얻은 힌트로 앞으로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공간과 지역을 넘나들며 ‘움직이는 숲’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지난 촛불 이후 형성된, 뭔가 실천할 공간을 찾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온·오프라인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네티즌이어도 좋고, 앞으로 있을 전주나 강릉의 강연도 새로운 기획으로 지역에 작은 숲을 만드는데 지원할 수 있으면 더 좋구요.. 이것을 온라인에서 연결하고 숲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과도 연계하면서 가면 우리 숲이 정말 ‘더불어숲’이 되지 않을까요?
이상 선생님과 함께한 여행에서 얻은, 더불어 숲이 만들어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두서없이 풀어보았습니다.. 좀더 일찍 정리해서 올렸어야 하는데 늦은감이 있지만 더불어 숲 홈피에서 또 그루터기모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