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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6-09-15
미디어 프레시안 김하영기자

신영복 선생이 말하는 '진정한 소통'은?

[알림] 21일 <프레시안> 창간 5주년 기념 강연

기사입력 2006-09-15 오후 5:52:17


<프레시안>이 창간 5주년일 맞아 오는 21일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강연 자리를 마련한다. 강연 주제는 '대립과 갈등의 시대, 진정한 소통을 위하여'이다. 최근 퇴임식에 여야 정치인은 물론 노동자들로부터 재벌기업 주요간부들까지 두루 참석할 정도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팬'을 보유하고 있는 신 교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그가 그동안 해 온 강연이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신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갈등 극복을 위해 '신뢰집단 형성'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그는 "사활적인 2항 대립구조에서 생산적 긴장구도인 3항 구조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3항 구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뢰집단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뢰를 얻느냐'가 과제로 떠오른다. 신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하방연대'다. 논어 등 고전을 섭렵한 신 교수가 힘주어 내세우는 가치는 '물'(水)이다. 물은 항상 아래로 흐른다. 신 교수는 "대기업 노조는 하청 노조, 노동자는 빈민, 정규직은 비정규직과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낮은 곳을 향해야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프레시안


'성찰'도 신 교수가 말하는 주요 화두 중의 하나다. 신 교수는 "초겨울 잎을 다 떨군 감나무처럼 우리는 허위의식을 모두 떨쳐 낸 벌거벗은 상태에서 우리 사회의 근본을 맞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은 '겉모습'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타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진정한 성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년을 감옥에서 보낸 신 교수는 '오래 버틸 수 있는 힘'과 '양심', '배려' 등을 강조하기도 한다. 신 교수는 한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감옥에서 나온 뒤 20년 전 함께 학생운동 하던 사람들을 찾아보니, 당시 상당히 진보적이고 사명감이 뛰어나며 선동력·설득력이 있는 사람들 보다는 '별 볼일 없던' 사람들만 남아 있더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그 당시 경험에 대해 "그것이 내게는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처럼, 바람 속에서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아주 놀라운 발견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배려에 의해 그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었고, 그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양심들이 강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 65년의 삶은 온통 '학교생활'뿐"이라고 얘기한다. 대학 졸업 후 육사에서 강의하던 스물여덟에 감옥에 간 후 20년2개월을 감옥에서 보냈고, 감옥에서 나온 뒤에는 성공회대에서 20여년 간 강의를 했다.

신 교수는 "감옥이야말로 제게는 진정한 '대학'이었다. 그 대학에서 완전한 인간개조를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도 썼고, 여느 자리에서건 '감옥 이야기'도 잘한다.

그는 감옥에서 책도 많이 읽고 기술을 배우며 '노동'이라는 것도 체득했으며, 무엇보다도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그에게 가장 큰 스승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강연은 지루하지 않다. '자기 이야기'보다는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그가 얻은 깨달음들, 그리고 현재적 의미에서 다시 들추는 성찰적 반성들.

신 교수가 진보와 보수 등 이분법적 이념 갈등과 '양극화'라 불리는 사회경제적 갈등에 대해 어떤 길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강연은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사 12층 강당에서 오후 4시부터 열리며 참가비는 무료다.

 

/김하영 기자 richkh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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